기자회견서 눈물 고개 못 들어..그놈의 '야권'에 적잖은 실망감?정권교체 위해 백의종군 그러나..문재인 지원 여부에 언급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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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을 흘렸다.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결국 무릎을 꿇은 것이다.

    지난 6일부터 보름이 넘도록 끌어온 지루한 단일화 협상의 결과였다.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합니다.”


    하지만, 안 후보의 기자회견문이 예사롭지 않다.

    문 후보를 ‘단일후보’로 말했지만, 민주당의 정치행태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 묻어 있다. 새 정치의 꿈이 미뤄졌다고 했다.

    그는 끝끝내 단일후보 앞에 '야권'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았다.

  • 끝도 없이 국민이라는 단어를 외쳤던 안 후보에게는 자꾸 ‘야권’이라는 카테고리를 묶으려 하는 민주당이 적잖은 불만이었다.

    자신은 정치 쇄신의 아이콘이고 싶었지만, 상대방은 끝까지정권교체의 동반자 혹은 도구로만 치부했다.

    ‘백의종군’. 그래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시작하겠다고 했다.

    어디로 돌아간다는 말인가? 그가 열망했던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졌다고 분명히 했다. 안 후보의 말을 들여다보면 그 곳이 민주당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한다."


    사퇴를 했는데 무슨 정권교체를 말하나?

    안 후보는 문 후보와 함께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말은 결코 하지 않았다.

    문 후보와 손을 잡아 단일화를 이룬 뒤 박근혜 후보를 꺽는 것은 '정권교체'가 아니라는 뜻으로 보인다.

    자신만의 '정권교체', 즉 그가 수백 수천번을 되뇌었던 이른바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권교체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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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안 후보의 파격 사퇴가 있기 직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논란이 있었다.


    후라이드 반, 양념 반 논란

    문재인 : 난 후라이드

    안철수 : 난 양념

    문재인 : 그럼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어때?

    안철수 : 난 싫은데, 그럼 양념 반 간장 반으로 하자!


    전날 밤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위원장이 제안한 단일화 방식에 대한 마지막 제안을 패러디한 비판적 게시글이다.

    문 후보 지지자의 글로 보이는 이 글은 '정확한 지적'이라는 평가로 유명세를 타며 안철수 후보를 압박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사퇴 기자 회견 이후 사실은 달랐지 않았을까 하는 분위기가 있다.

    문재인 : 난 후라이드

    안철수 : 난 양념

    문재인 : 그럼 후라이드와 양념 따로 주문해서 너는 양념 찍어먹어!

    안철수 : 그건 너만 좋은 거잖아. 난 안 할래!

    문재인 : 넌 왜 그렇게 이기적이니?

    안철수 : ...


    어쩌면 제1야당을 등에 지고 있는 문재인 후보와의 경쟁 속에서 안철수 후보가 느꼈던 '억울함'과 '서운함'이 담긴 진짜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런 식이 아니었을까 한다.

     

    한편 안철수 후보의 급작스러운 반응에 어떻게 보면 국민들보다 민주당이 더 놀란 모습이다.

    그토록 바랐던 ‘문재인 대선 단일후보’가 이뤄졌지만,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다.

    안 후보의 전격 사퇴 기자회견 이후 민주당이 공식 논평을 내놓은 것은 무려 한 시간이 지난 시각. 분 단위로 움직였던 문 후보 캠프의 긴장감을 생각하면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안철수 후보께 큰 빚을 졌다. 미안하고 또 감사하다.”


    특별한 언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이제는 어떻게든 안철수 지지자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불만 가득한 안 후보의 기자회견에 민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문 후보가 기자회견을 다음 날로 미루고 칩거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안 후보를 끌어안는 작업을 서두를 경우 자칫 그의 불만을 더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빠른 시간 내에 가장 정중한 예의를 갖출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


    하지만 박근혜 후보와의 경쟁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다.

    사실상 ‘아름다운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두 후보는 토론회에서 다수의 정책에서 이견을 보였지만, 이에 대한 협의를 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백의종군’ 하겠다는 사람에게 ‘총리직’을 제안할 명분도 없다.

    남은 것은 안 후보가 대승적 판단으로 문 후보를 지지 선언하겠느냐 하는 여부뿐이다.

    민주당 한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안 후보의 사퇴가 당장 문 후보에게 유리한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문제는 안 후보의 토라진 마음을 어떻게 돌리느냐 인데, 사실 지금은 방법이 없다. 차라리 보쌈이라고 해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