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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뒤숭숭하다.
느닷없이 발표된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적극지원 결정’ 때문이다.
‘문재인-안철수’ 두 인사는 6일 갑작스럽게 이뤄진 회동에서 ‘대선 후 긴밀 협의’를 약속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안철수 전 후보 캠프 내부에선 갈등, 분열이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급보가 날아들었다.
아무 조건 없이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이에 정치권에서는 ‘문재인-안철수’ 두 인사가 향후 권력을 나누는 공동정부 구성방안에 대해 교감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일각에선 ‘이면합의설’도 제기됐다.
1. 안철수를 19대 대통령으로 밀어 준다.
2. 총리직을 비롯한 정부 주요 요직 인사에 대해 협의한다.
3. 이해찬 대표를 포함한 친노 세력은 퇴진한다.
4. 문재인 후보는 의원직을 사퇴하고 대선 패배시 정계를 은퇴한다. -
안철수 전 후보가 진흙탕 단일화 과정에서 “영혼은 팔지 않았다”, “이념적 차이를 느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가 손바닥 뒤집듯 마음을 돌린 상황을 곱씹게 하는 대목이다.
‘권력 나눠먹기’ 밀약설을 놓고 정치권이 들썩이자 다음날인 7일 새누리당은 “심히 거북하고 민망한 내용들까지 나돌고 있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박선규 중앙선대위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이다.
“문재인-안철수 두 분의 모습을 보며 걱정되는 것이 많다.
벌써부터 함께 한 세력들 간의 지분 얘기와 자리 얘기가 흘러나온다.”“어제 저녁부터는 두 사람 사이에 밀약설까지 나돌고 있다.
그 내용들을 보면 문재인 후보 의원직 사퇴, 패배시 정계은퇴, 이해찬 대표 배제, 총리를 포함한 인사권 보장 등이다.”“듣기 거북하고 심히 민망한 내용들이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많은 국민은 이미 당연히 그랬을 것이라 읽어내고 있다.”“이것이야 말로 구태 아닌가?
본인들이 뭐라 설명하든 박근혜 후보를 이겨보겠다는 목적 하나로 명분도 약속도 다 팽개치고 이익만을 좇는 구시대정치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권력 나눠먹기’ 밀약설이 SNS를 통해 확산되자 문재인 후보 측은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권력 분점을 시인한 셈이다.
문재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거국내각’ 구상과 관련해 영등포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거국내각은 문재인 후보 진영뿐만 아니라 국민연대와 안철수 전 후보 진영, 합리적 보수까지를 포괄하는 국민통합형 정부 구상이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면 통합형 거국내각이 구성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선택이 보다 분명해졌다.”결국 정부 주요 요직을 진영별로 나누겠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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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그러면 그렇지”란 반응을 보였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국내각 구성은 전형적인 ‘권력 나눠먹기’이자 ‘자리 나눠먹기’”라고 일침을 놨다.
“안철수씨가 민주당 대선후보 지원에 나서면서 가면이 벗겨졌다.”
“안씨가 실패한 노무현 정권 연장에 앞서는 것은 새 정치가 아니라 헌 정치고 구태 정치인이다.”
“지금 안철수씨의 모습은 별 수 없는 정치꾼으로 그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이고 명예고 안랩 주가 원상회복이다.
국가의 미래보다 안랩 주가의 미래가 더 걱정되는 사람이다.”“문재인-안철수 두 분이 만나서 한 '이면합의'가 이런 것인지 선거 전에 유권자 앞에 밝히는 게 새 정치다.”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공세 수위도 한층 높였다.
“유세는 안철수와 같이하고 토론은 이정희 뒤에 숨는 문재인 후보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
정치 마마보이가 아니냐.”“문재인 후보는 안철수-이정희가 곁에 있어 마음이 든든할지 모르겠지만 이념연합, 권력연합을 지켜보는 국민은 국정혼란과 경제위기 앞에 불안한 후보일 뿐이다.”
“야권은 좌파대연합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 같다.
더 좌파인 이정희, 덜 좌파인 심상정, 급진과격모험인 친노 핵심을 다 모았다.”“쌀밥에 뉘 섞이듯, 까마귀 무리에 백로 섞이듯 이질적인 사람 있으니 그게 안철수인데 요즘 행태 보면 겉 희고 속 검은 사람이 안철수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