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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사업비 8조 3,000억 원. 정부 최대 허용치 9조 9,600억 원짜리
<F-X 3차 사업>의 최종 가격 입찰이 시작됐다.
결과는 이르면 6월 하순에 나올 것이라고 한다.
美<록히드 마틴>, 美<보잉>, 유럽 <EADS>는
3년 동안 <F-X 3차 사업>을 놓고 혈전을 벌여왔다.
美<록히드 마틴>은 스텔스 전투기인 <F-35A>를,
美<보잉>은 <F-15K>에 <AESA 레이더>와 스텔스 기법을 적용한 <K-15SE>를,
유럽 <EADS>는 <캡터-E>라는 <AESA 레이더>를 장착한
<유로파이터 타이푼 트렌치 3B>를 제안했다. -
<F-35A>는 스텔스 전투기에다 미국-영국-네덜란드 등 최소 8개국이 사용하며,
첨단 헬멧기술과 후방추적 및 공격기능 등을 갖췄다는 점 때문에 주목을 끌었지만,
개발 비용이 치솟고, 수출 가능한 시점이 늦을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F-15SE>는 현재 우리 군이 사용 중인 <F-15K>와 상당 부분 호환이 가능하고,
유지비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보잉> 측에서 “한국이 주문하면 개발하겠다”고 밝힌, [가상 전투기]인 데다
스텔스 성능을 장담할 수 없어 비판을 받았다.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공대공 요격 전투기로는
최상의 기술과 기량을 보여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판매하겠다는 <트렌치3B>는 여전히 개발 중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캡터-E> 레이더는 2015년이 지나야
테스트가 끝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비교적 짧은 엔진 수명,
공동 개발한 4개국 업체가 부품가격을 올리는 바람에 급등한 운영유지비,
사우디아라비아-오스트리아 등에서의 [뇌물 제공 의혹]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세 가지 기종 모두가 “아직 개발 중”이라는 비판을 받자,
업체들은 <F-X 3차 사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절충교역]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
먼저 [선방]을 날린 건 <유로파이터 타이푼 트렌치3B>를 내세운 <EADS>였다.
<EADS>는 60대 중 53대를 우리나라에서 [조립]하고,
자신들이 <F-X 3차 사업자>로 선정되었을 때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위해 2조 원 상당의
기술 및 인력-장비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보잉>도 뒤질 새라 <F-15> 관련 부품들을 한국에서 대량 구매하는 것과 함께
<LCV(통합전투임무훈련체계)> 시스템을 지어주고,
<KC-135> 공중 급유기 3대를 [덤]으로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뒤늦게 상황을 알게된 <록히드 마틴>은
“KFX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T-50의 미국 판매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이들의 제안에 숨은 허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방사청은 <EADS>의 [2조 원 한국 투자] 이야기를
“절충교역 등 계약서에 명시된 부분이 아니지 않느냐?
그들이 안 하면 그만인데 어떻게 믿느냐”며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EADS>의 [언론 플레이]라는 평가였다.
[유로파이터 53대 한국 생산]이라는 것도
“언론이 마치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처럼 말하는 데
자기네 나라에서 만든 부품 들여와서 단순 조립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까발렸다. -
방사청은 <보잉> 측에도 [일침]을 놨다.
특히 <차기 공중급유기 사업(KC-X)>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는,
<KC-135>3대 [증정] 제안에는 [아픈 곳]을 찔렀다.“우리가 [호갱님]이냐? 국민이 보는데 65년 된 비행기를 어떻게 들여오느냐?
우리가 만드는 것보다 유지비가 더 들겠다.
지금 만드는 <KC-45>를 준다면 생각해 보겠다.”
<보잉>은 2007년 미군의 <차기 급유기(KC-X)> 사업에서
[스캔들] 때문에 <EADS>의 <에어버스> 기종에 패배한 적이 있었다.
이후 개발 중인 것이 <KC-45>다.
방사청은 <록히드 마틴>도 가만 두지 않았다.
“다른 업체들은 열심히 뛰는데 너네는 대체 뭐 하느냐”는 것이었다.
<록히드 마틴>은 방사청의 요구에 난감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다른 기종과 달리 <F-35A>는 <대외군사판매(FMS)> 형식으로 구매한다.
즉, 미국 정부가 [판매자]가 돼
전투기를 도입할 때 계약금액과 차액이 나더라도 책임지는 것이다.
이러니 [하청업체] <록히드 마틴>은
우리 정부에다 [꿀 발린 제안]을 내놓지 못한 것이었다.
이 같은 방사청과 전투기 업체 간의 줄다리기는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방사청에 따르면 3사의 [절충교역 제안액]은 모두
기준치(약 4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들이 제안한 총액을 합치면 우리 돈 20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여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기술제공]이다.
<EADS>는 <유로파이터>와 함께 기술이전 및 인력 용역제공, 엔진기술 제공,
53대를 한국 내 조립생산할 때의 인력고용 등을 제안했다.
<보잉>은 <LVC(Live Virtual Constructive)>를 한국에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LVC>는 쉽게 말해 사이버 상에서 모의전투를 벌이는 시스템이다.
<보잉>은 이와 함께
<F-15SE>는 물론 세계 각국이 사용 중인 <F-15> 부품 다수를 한국에서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규모는 처음 언론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커졌다고 한다. -
<록히드 마틴>은 <F-35A> 관련 기술을 이전하고,
<KFX> 사업에 필요한 기술도 대폭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다 한국에 <LCV>를 건설해 주고,
우리 군이 추진 중인 통신위성 사업을 통째로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이 사업의 가치가 굉장히 큰 편이라고 한다)
이 같은 3사의 제안에 방사청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른] 상황이다.
업체 별로 보면 <보잉>은 부품제작 생산이,
<EADS>는 기술이전 조건이,
<록히드 마틴>은 우리 군에 필요한 사업 제안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방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이번 <F-X 3차 사업>에서
절충교역이 기본적으로 주 계약 물량 가치의 50% 이상을 넘도록 기준을 설정했다.
그 속에는 기술도 있고 부품 수출도 있고 다양하다.
이번에 3사는 이 같은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
방사청 측은 3사의 제안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해
[언론 플레이로 물건만 팔아 치우는 장사치] 말고,
[한국에 필요한 것을 주겠다]는 [동맹]을 선택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해외 업체의 [언론 플레이]와 [이미지 선전], [감언이설]에 속아,
[나라 망신]에다 상당한 손해를 보았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6월 하순 경 <F-X 3차 사업자>의 윤곽이 드러나면,
지금까지 방사청의 노력도 자연스레 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