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의 불충(不忠)을 두고 통일은 없다

    [대통령의 충성과 반역]-남북정상 대화록 공개 전후


    허문도 /전 국토통일원 장관



  • 무엇보다 김정일과 노무현의 만남에는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긴장감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다 읽고 난 뒤의 첫 소감이다.
    휴전선에서 백만이 넘는 군대가 서로 대치하고 있는 양측의 정상이 만나서, 네 시간 넘게 나눈 대화에 긴장 기미가 없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는가.

    상화(相和)의 분위기가 느껴질 뿐이다.
    경계를 넘어오는 발언에 바라는 바라는듯 맞장구를 쳐주고,
    그쪽 위해 밖에가서 뛰었노라고 생색을 내고, 응석을 부리고 받아주고.
    대화록 전문에서 드러나는 분위기는 상위동맹과 하위동맹이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고 공유해야할 구상을 다듬는 것 같기도 하다.

    노무현과 김정일이 동맹사이라면, 분개할 것도 없고, 끓어 오를 것도 없는 말잔치일 뿐이다.
    대통령으로서의 품격과 체면을 가지고 노무현에게 흥분할 일이 아니라는 것, 진작 수긍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김정일 앞의 노무현이 대한민국 국익의 제일 수호자를 직책으로 하는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다.


  • 좀 차분한 언론 쪽은 문사풍의 균형감각을 뽐내기라도 하듯, NLL ‘포기’발언이 없었다지만 ‘사실상 포기’의 발언이 있었다가 ‘문제의 본체’라 하고 있다. 그러나 그전에 문제가 있다.
    NLL이 거론되었던 그날 그 자리에서, NLL과 직결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국익 그 자체를 지키려는 언행의 흔적이 대통령 노무현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주목을 요한다.

    NLL과 관련하여 문제의 현장에서 국익을 수호하려 들지 않았다는 사실과,
    북핵문제와 관련된 노무현의 발언은 그의 내심의 충성 대상이 과연 대한민국인지를 의심케 하는 것이다.

    노무현이 김정일을 만났을 때는 그 전해 2006년 북의 1차 핵실험이 있었다.
    남쪽을 핵 불바다 만들겠다고 겁주는데 북이 주저함 없다는 것을 노무현이 모를리는 없다.
    그는 김정일 앞에서 ‘(북핵 관련해서)북측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하고 싸워왔고 국제무대에 나가서 북측 입장을 변호해 왔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북핵에 대해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동맹 미국에 대해, 북의 편에 서서 싸웠다고 한다면, 싸운자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그 내심의 충성 대상을 대한민국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북측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하고 싸웠을’ 그때에 대통령 노무현은 공동체 대한민국에의 충성의무를 이미 배반했다 해야 할 것이고, 김정일 앞에서 이 사실을 생색냄에 의해 적과 내통하는 통적(通敵)행위를 저질렀다 할 것이다.

    충성의무의 배반과 통적은 말할 것도 없이 반역(反逆)이다.


  • 들춰보면, 한국도 거기 속하지만 근대의 국민국가(nation state)들은 국가의 대외적 안전에 대한 배반행위를 반역이라 하고 중죄 중의 중죄로 처단하고 있다.
    미국헌법은 반역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합중국에 대한 반역죄는 합중국에 대해 전쟁을 일으키든지, 또는 합중국의 적에게 원조와 편의를 제공하여 이를 지지하는 행위에 의해서만 성립한다.”

    역사가 오랜 동아시아의 치국(治國)의 전통에는 일찍부터 국가에 대한 반역행의 으뜸으로 모반(謀叛)을 두고 있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 중인 시안(西安)을 수도로 했던 세계제국 당(唐)나라는 법체계에서도 동아시아권의 하나의 원천이었다.
    당률(唐律)에서 모반이란 ‘나라에 등돌려 가짜(僞)에 따르려고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이다.
    모반을 풀어서는, ‘외국 혹은 위(僞•가짜) 정권에 공공연히 또는 은연중에 통모-가담하여 그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이르고 있다.(마루야마 마사오, <忠誠과 反逆>)

    ‘남북정상 대화록’ 속에서 남북정상 간에 교환된 언사에 미국 헌법의 반국가죄의 시각과 당률(唐律)의 모반의 잣대를 갖다대면, 거기에는 남쪽 대통령 노무현의 반역행이 떠오른다.

    대화록 공개 이후

    현재, 여야의 정국은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란 대형의 내셔날 이슈가 진행 중인데도,
    ‘대화록’ 이슈의 가장자리 주변에서 뜨겁게 붙어 있다.
    국정원의 공개가 옳으니, 그르니, 공개 이전에도 문제의 NLL 관련 정보가 미리 누구로부터 누구한테 갔느니, 말았느니, 또는 훔쳤느니, 말았느니로 좀처럼 식을 기색을 안보인다.

    감히 진단컨대, 집권 여당은 대화록에 있는 대통령의 반역행을 다스릴 기력이 없고보니,
    정시(正視)가 버겁고, 야당은 대통령의 반역행에 얼핏 스스로의 자화상이 겹쳐지지나 않을까,
    두렵기만 하여 절대로 직시(直視)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 이번 대화록 공개는 남남갈등의 본상을 해설풍으로 알게 해 준 데에 큰 의미가 있다.
    남남갈등은 충성대상을 대한민국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안에서 대한민국을 충성 대상으로 하는 사람들과 대립•충돌하는 현상이라 정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남남갈등은 공동체 대한민국이 아무리 품을 열어도 원리적으로 통합 불가능한 갈등인 것을 알게 된다. 대화록의 문을 엶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집권 세력 앞에 그 존재이유를 묻는 과제가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대화록 공개의 또하나의 의미는, 공개에 의해 노무현의 반역행이 드러났지만,
    그를 다스릴 반역죄의 조항이 한국 법 체계에 결락되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준 점이다.
       사정을 알아보면, 시류를 따르느라, 반공법등 몇 개의 법률을 개폐하다가 놓쳐버렸다는것이다.  법조 관료들의 주인의식은 따로 물어져야 할것이다. 
      반역죄 조항이 없다고 반역행이 공동체를 쓰러 트릴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노무현의 반역행을 옳다하는 무리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집권여당이 포퓰리즘 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벽앞에 섰다는 깨달음이 먼저 있어야 할것이다.

    박대통령이 방미, 방중 두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의 원리적 해결방향을 잡음으로써,
    통일로 가는 외적 조건 달성의 문을 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귀국하는 대통령 앞에 남남갈등 극복이라는 통일의 내적조건 달성의 과제가 타이밍 좋게 등장했다 할 수 있겠다.

    하나 보탠다면 남남갈등의 무리들은 공동체 대한민국을 원리적으로 허물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신뢰’를 착취하러 드는 무리인 것에 눈이 가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남남갈등을 두고는 신뢰 프로세스의 공효는 발휘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