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건설 뇌물 수수 첫 공판, 거액의 돈 어디로 흘러갔나? 혹시 北? 혹시 여의도?
  • 송영길 인천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효석 전 인천시 서울사무소장이
    건설회사로부터 5억원을 뇌물로 받았다.

    인천 아시안게임을 위해
    인천시가 구월아시아드 선수촌을 짓는 대규모 사업에
    입찰을 도와달라는 청탁의 대가였다.

    김효석 전 비서실장은 법정에서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받은 돈은 이미 모두 쓴 뒤였다.

    문제는 이 돈을 어디에 썼느냐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은
    이 돈이 송영길 시장에게 흘러간 정황을 찾고 있다.

    실제로 김효석 전 실장에게 돈을 건넨 건설회사는
    이 돈을 송영길 시장에게 전달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돈은 모두 자기가 개인적으로 썼을 뿐
    송영길 시장에게 주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 소장이
    송 시장 비서실장이었을 당시
    A건설 측에서
    새로 부임한 송 시장에게 도움을 요청해 달라며 돈을 건넸지만
    받은 돈을 송 시장에게 전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부정한 돈을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한 점은 깊이 반성한다."

       - 김효석 전 실장의 변호인,
          8일 첫 공판에서


    스스로 [배달사고]를 냈다고 주장한 셈이다.

    인천시장 비서실장이
    건설업체 뇌물을 받고 개인적으로 썼다? 

    그리고 이를 송영길 시장이 몰랐다?

    그럴리가!

    전형적인 <죄 뒤집어쓰기> 수법의 냄새가 난다.

    김효석 전 실장의 말에 신빙성이 없음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 ▲ 송영길 인천시장 ⓒ 연합뉴스
    ▲ 송영길 인천시장 ⓒ 연합뉴스

    김효석 전 실장 주장 #1.

    비서실장은
    행사 일정이나 의전 등의 업무를 하는 자리일 뿐

    다른 시의원들에게 영향력을 끼칠만한 자리가 아니다.


    김 전 실장 말대로
    비서실장은 행사 일정이나 의전 등의 업무를 전담한다.
    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비서실장은
    시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최측근]이다.
    모든 정무적 업무의 중심이며
    시장이 행정적 결정을 할 때 최종 논의를 하는 사람이다.
    특히나 김 전 실장은
    송영길 시장이 당선되기 전부터
    생사고락을 함께 한 [동지](同志)다.
    고교 동창이자,
    송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다.

    사실상 인천시 2인자였다.
    그가 송영길 시장이 당선된 직후 비서실장으로 발탁됐고
    이후 정무직 최고 요직인 인천시 서울사무소장으로 부임한 것만 봐도
    김 전 실장의 위세는 짐작 가능하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장악한 인천시의회에서
    민주당 소속 송영길 시장을 모시는
    김 전 실장의 [입김]은 대단했다.
    "의회 다수당을 장악한 정당의 지자체장 비서실장이라면
    건설입찰 하나 따내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도,
    담당 실국장을 로비하는 것보다
    시장 비서실장에게 돈을 건네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

       - 모 광역지자체 비서실장


    또 하나!
    김 전 실장에게 돈을 건넨 A건설  B(53) 본부장.
    이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그의 경력을 보면
    입찰을 성사시킬 능력도 없는 사람에게
    함부로 뇌물을 건네는 사람이 아니다.
    B 본부장은 인천에서 5년 이상 장기 근무하면서
    인천자유구역청 및 시 본청 고위 공무원들과 친분을 쌓아
    각종 이권 사업을 따내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비록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구월 아시아드 입찰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최근 송도의 알짜배기 사업을
    B 본부장이 싹쓸이하기도 했다.
    A건설이,
    송도글로벌캠퍼스 건설 과정에서
    시행자로부터 적자 예산분 251억원을 감면받은 것도
    B 본부장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시공사인 건설회사가
    단지 부동산 경기 침체를 이유로 사업비를 감면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 인천아트센터 사업에서도
    당초 숙박-업무-판매 시설이었던 설계를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포함되는 것으로 변경하고, 
    용적률이 600%에서 950%로
    파격적 상향이 이뤄진 것도
    B본부장이 개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모두 인천시와 [특별한 관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김효석 전 실장 주장 #2.
    5억원을 모두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김효석 전 실장은
    뇌물로 받은 5억원 중 4억5천만원을
    개인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김 전 실장이 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은 2011년.
    그의 말대로라면
    불과 2년만에 4억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생활비로 탕진한 셈이 된다.
    김 전 실장의 말대로 비서실장은
    시장의 특별한 개인 일정을 제외한
    모든 일정을 총괄하는 자리다.
    사실상 시장과 모든 행동을 같이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돈을 쓸 시간을 내기란 어렵다.
    인천시장 쯤 되는 광역지자체장이라면
    주말에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효석 전 실장은
    특별한 채무 관계나 도박 등
    거액을 사용해야 할 사정에 놓여 있지도 않았다.
    비서실장이란 자리가 주는 월급이 적은 편도 아니다.
    김효석 전 실장의 직급은
    계약직 공무원 중 가장 높은 등급인 <가>급.
    최하 연봉이 4천800만원으로 정해져 있으며
    수당을 포함해
    일반적으로 8천만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빚도 없고,
    돈 쓸 시간도 없고,
    월급도 많이 받는 김 전 실장이
    2년만에 4억5천만원을 개인적으로 썼다는 말이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다.
    인천시 안팎에서는
    김효석 전 실장이 받은 돈이
    송영길 시장의 대북사업에
    흘러가지 않았겠느냐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김 전 실장은
    돈을 받은 직후인 2011년 6월
    단둥축구화공장 설립을 위해 중국 출장을 가는 등
    송영길 시장의 대북사업 창구 역할을 했다.
    여기에 김 전 실장은,
    비서실장을 그만둔 직후
    대권을 노리는 송영길 시장의 중앙 진출 교두보인
    인천시 서울사무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정 주요 사업 국비 확보와 홍보에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는 곳이다.
    송영길 시장에 대한
    대(對) 국회 홍보를 위한
    검은 돈으로 사용됐을 여지도 충분하다.
  • ▲ 송영길 인천시장이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으로 그을린 소주병을 들며 "폭탄주"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장면. ⓒ YTN캡쳐화면
    ▲ 송영길 인천시장이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으로 그을린 소주병을 들며 "폭탄주"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장면. ⓒ YTN캡쳐화면

    김 전 실장 주장 #3.
    송영길 시장은 내가 돈을 받은 것을 몰랐다.


    가장 신빙성이 떨어지는 말이다.
    앞서 설명했듯 김효석 전 실장은
    송영길 시장과 생사고락을 함께 한 사람이다.
    고교 동창인데다
    송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당시 지역구 보좌관을 지냈다.
    또 송영길 시장 주변의 보좌관들은
    대부분 국회의원 시절부터 함께 지낸 서로 [가까운] 사람들이다.
    대부분 광역지자체장 보좌관들은
    비서실장이란 대외적 관심이 집중된 자리에서 벌어지는
    [뇌물 수수] 사건을
    지자체장과 나머지 보좌관들이 몰랐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1~2백만원 대 [촌지]도 아니고
    비서실장에게 5억원을 건넸다는데
    주변에서 이를 모를리는 없다. 

    B본부장 쯤 되는 사람이
    배달사고가 날 수도 있는
    원 라인(One Line)만 통했다는 것도 선뜻 믿기 어렵다."
       - 모 광역지자체 비서실장


    이 사건을 계속 수사 중인 검찰은,
    김 전 소장이 4억5천만을 썼다고 주장하는 금품 사용처를 확인 중이다.
    이 금품 사용처의 [진실]
    이번 공판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 전 실장의 다음 공판은 오는 29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