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씨는 원래 민주계 출신이다. 김씨는 대통령 경선에 나서고 싶다면 한번 YS를 만나봐야 한다. 그래서 민주산악회 같은 옛 조직들을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씨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지지기반 세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뚜렷한 구심점이 없어 흩어져 있는 구 민주계 세력들을 재통합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김씨가 내세울 만한 민주계 재통합의 명분은 이런 것들이 있다.

    ① 정권탈환을 통해 문민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성공적인 국가경영을 통해 문민정부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점

    ② 김씨는 호남 출신인 한나라당 중진으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한나라당이 전면에 세울 수 있는 인물이란 점

    ③ 현재 한나라당 내부 민주계 가운데 최고 연장자이며 여당으로 가있는 민주계들까지 연합시킬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인물이란 점

    내가 볼 때 일단 흩어진 민주계만 어느 정도 통합되면 대중 지지율과 관계없이 김씨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최소한 이명박-박근혜와 경쟁할 기반은 갖게 된다. 또 설령 김씨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전해서 이명박-박근혜와 연합해 한나라당 대선전의 전면에 나서게 되는 기회를 만들게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이명박 대통령-김덕룡 책임총리 조합이나 박근혜 대통령-김덕룡 책임총리 조합, 개헌을 가정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부통령-김덕룡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조합이 가능해 진다는 말이다. 약간 이야기를 더하면 대통령 비서실장은 거의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실질적인 2인자이므로 김씨가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맡는다고 해도 그리 이상할 것은 없다. 그리고 ‘비서실장’이란 직제를 언급한 것은 김씨가 상당한 권력을 배분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이야기한 것일 뿐임을 밝혀둔다.

    YS를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그렇다면 김씨의 고민은 YS를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시작될 것이다. YS를 움직이는 방법은 내가 볼 때 간단하다. YS의 최대 숙원은 그의 아들 김현철 씨를 정계진출 시키는 것이다. 김씨는 YS의 이 속타는 마음을 해결해 준다고 약속함으로서 YS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김씨는 어차피 이번 의원직 임기가 끝나면 다시 출마하기 어렵다.

    사정이 그렇다면 아예 김씨의 지역구를 YS의 아들 현철 씨에게 넘겨주는 것을 YS와 합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마음을 크게 써야 상대도 마음을 크게 쓰듯 김씨가 대통령이 되고 싶고 그것 때문에 YS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면 선 굵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 김씨의 단점으로 리더십 부족을 꼽는 이들이 있다. 나는 결국 이 리더십 부족이란 단점이 그동안 김씨가 마음을 크게 쓰지 못했던 데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 단점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좋은 전략을 입안해서 그 전략대로 밀고 나가면 될 일이다.

    현재 DJ는 대통령 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DJ와 숙명의 라이벌 관계였던 YS 역시 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싶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김씨가 적당한 선물 보따리를 들고 찾아가면 YS는 그를 반갑게 맞을 것이다. YS가 움직이면 민주계가 움직이고, 민주계가 움직이면 한나라당 대선경선 판도는 변화한다. 김씨는 이 점을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김씨의 약점

    그렇다면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정치권 일각의 비판 외에 김씨의 약점은 더 없을까? 정치권 주변의 인사들은 김씨가 전북 출신이라 지역기반이 약하고 정치를 YS의 비서출신으로 시작했다고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출신지역을 지적하는 것이나 정치 입문 과정을 문제삼는 것을 보고 김씨 측은 ‘인신공격’일 뿐이라고 일축할 수도 있으나 이 점에 대해 주의깊게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전북 출신이란 점을 문제삼는 이들은 호남의 경우 전남이 주류고 전북은 비주류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YS의 비서출신이란 점에 대해서는 비서 출신이라 ‘그릇이 작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이다.

    이런 공격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할 게 아니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지난 2002 대선에서 ‘주류 중의 주류’라고 꼽히던 이회창 전 총재는 대선에서 참패했다. 97년 대선은 몰라도 2002 대선은 정말 패할 수 없는 선거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패배했다.

    이는 곧 무엇을 의미하나. 한국 사회의 소위 ‘주류 혐오증’이 상당히 높은 수위에 있음을 의미한다. 곧 다시 말하면 한나라당 후보로 ‘주류’가 나오면 불리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다시 강조하면 비 영남지역에서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나와야 반 한나라연합을 깨는데 유리하고 특히 호남 출신이라면 더 좋다는 분석과 일맥상통하는 문제다.

    그리고 비서 출신이란 점을 문제삼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류인생을 살아 온 판사 출신도 대선에서 맥없이 패했다. 그렇지만 거친 잡초같은 인생을 살아 온 노무현 후보는 대선에서 이겼다. 이는 곧 무엇을 의미하나. 이 땅의 민심은 자신과 ‘통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전북출신, 비서출신인 것이 오히려 약점이 아니라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김덕룡 의원, 결단을 주저하지 말라

    나는 김씨가 예선만 통과한다면 본선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어차피 한나라당의 고정표는 김씨가 나와도 계속 남아있다. 그런데 문제는 호남과 반 한나라 세력 내부다. 호남, 특히 전북지역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굳이 김씨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되면 울며 겨자먹기로 반 한나라 세력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는 수도권에 살고 있는 호남 유권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호남 출신인 김씨를 대통령 후보로 옹립할 정도로 변화된다면 2030세대도 한나라당을 보는 시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김씨가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강점이다. 한마디로 김씨를 한나라당 대권후보의 자리에 놓고 생각을 하면 이런 저런 이야기 거리들이 많다. 즉, 여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와도 자신있게 맞설 수 있는 충분한 인적 자산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점은 과거사 문제에 발목잡혀 있는 보수진영이 주의깊게 들어야 할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김씨가 한나라당 대선주자 레이스에 동참하면 지금의 맥 빠진 듯한 경쟁이 한결 재미있게 변한다. 이명박-박근혜 역시 더욱 발전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손학규 지사와 김씨 간 ‘민주계 단일화’ 움직임 역시 가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대로 가면 ‘이명박 대세론’으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결정전은 싱겁게 끝나고 만다.

    김씨와 김씨 측 참모들은 망설이지 말고 나서라. 이제 조조군의 함대는 모두 쇠사슬로 이어졌다. 김씨 입장에서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김씨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아니던가. 김씨가 우유부단하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동남풍’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우유부단한 행동으로 조조에게 멸망당한 원소의 몰락을 잊지 말고 과감한 결단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