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인터뷰] 중길vs광식, "이젠 광식이의 보호를 받고 싶다"

박보영이 돌아왔다.
껌 좀 씹고 침 좀 뱉는
좀 노는 언니로 돌아왔다.

사실 예전 작품도
그다지 청순하거나 지켜주고 싶은 캐릭터는 아니었다고
본인은 강조하지만
그래도 이번에 맡은 <영숙>은
기존에 그녀가 맡았던 역할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박보영은
이번 역할을 통해
배우로서 연기의 폭을 조금 더 넓힌 듯한 인상이다.

여전히 자연스런 연기를 하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며
겸손하게 대답하는 그녀에게서
청순한 미모 뒤에 숨겨진
악바리다운 프로정신이 엿보였다.

배우로서 관객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그저 바람으로만 그칠 것 같지는 않다.

늘 우리를 기대하게 만들고
색다른 모습을 선사 하는
배우 박보영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떻게 지냈나?

영화 끝나고 홍보하느라 최근에는 인터뷰 하느라 바빴다.
촬영 끝나고는 쉬고 있었다.
감기에도 안 걸리고 튼튼하게 잘 지내고 있다. (웃음)

 

작품을 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영숙이 분량 때문에
주변에서 많은 걱정을 해주셨다.
하지만 영숙이가 갖고 있는 캐릭터,
여자가 남자를 지켜 주는 것 같은 역할이 흔치 않았기 때문에
매력 있어 보였다.

캐릭터가 부담되지 않았나?

사실 예전에 맡았던 역들도
그다지 청순하거나 지켜주고 싶은 듯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웃음)
<과속스캔들>도 억척스러움이 있는 미혼모였고
<늑대소년>도 병을 앓고 있지만
나중에는 늑대소년을 마을 사람들에게서 지켜주는 역할이었다.

역할 속에서 욕을 한다든가
흡연하는 모습들 같은 것들이 부담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보다는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봐 주실 지가 더 걱정됐다.
준비하는 기간이 길었다면,
담배를 끌 때 튕기거나 하는 것들이 (웃음)
좀 더 자연스러울 수 있었을 텐데
디테일한 부분에서 잘 못한 게 있어 아쉽기도 했다.
권해효 선배님이 침 뱉는 거나
담배를 끌 때 하는 행동들에 대해 조언을 해 주시기도 했다.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나 대사?

새우젓 통을 들고
처음으로 영숙이의 마음이 무너지는 신이 마음에 닿았다.
통을 들고 "안 열린다"는 대사를 하는데
여러 의미가 담겨있는 말이었다.
중길이의 마음이 안 열린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보여 주는 신이었다.
그 신은 시나리오를 볼 때도 마음에 들었었다.

참고한 작품이 있다면?

<품행제로>와 충청도 사투리가 나오는 <짝패>를 촬영 전에 봤다.
정서적으로나 마음을 다잡기에는 좋았던 것 같다.
영숙이는 중길이에게 마음을 잘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주변에 얘기하고 화가 나면 표현하는 캐릭터다.
개인적으로 화가 나면 속으로 앓는 편이다.
하지만 행동 같은 것도 영숙이처럼 하려고 했다.

실제 두 남자 중 어떤 캐릭터가 더 끌리는지?

다 매력적이다.
이번 작품에서 영숙이는 중길이를 지켜줘 보지 않았나.
끝난 이 시점에서는 광식이의 보호를 받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웃음)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

엄청난 에피소드는 없었다.
같이 모여서 촬영 한 것이 거의 없었다.
학교 촬영분에서는 여자 친구들과 많이 나오고
한 장면 빼고는 학교에서 중길과 마주치는 신이 없다.
그래서 이종석씨와 친해지는 시기가 많이 늦어졌다.
앞부분에서는 주로 김영광과 많이 촬영을 했다.

분량이 많지가 않다. 불만은 없었나?

분량이 많은 것은 좋은 점도 있겠지만
책임감도 필요하고 부담도 있을 수 있다.
<늑대소년>도 비슷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라서
크게 마음에 두지는 않았다.
이 영화 같은 경우에도
나에게는 분량은 적었지만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에 무게를 뒀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것이 아닌,
어떤 분들이 보면
충격을 받을 수도 있는 부분에 의의를 뒀기 때문에...
감독님은 나에게 영숙이 영화라고 말씀해 주셨다.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나?

딱히 그런 것은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한다면 좋은 것이다.
캐릭터 적으로는 이 역할이 가장 독특했다.
일단 우리 나이 대에 여자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꾸준히 작품을 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큰 행운이다.

영숙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나?

(웃음) 나 보다는 주변에서 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주셨다.
주위 분들에게 많이 물어보는 편인데
캐릭터와 내가 어울리는지 묻는다.
내가 생각하는 모습과
타인이 나를 보는 모습은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리고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말투라든가
뭐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많이 물어본다.
응원을 많이 받았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당연한 얘기지만 시나리오다.
나에게 재밌는 것이 좋다.
내 자신에게 공감이 안 되면 표현을 못 할 것 같다.
현장에서 뭔가 대사나 상황이 달라졌을 때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롤모델이 있다면?

김해숙 선생님을 너무 존경한다.
선생님을 봤을 때 같이 울거나 같이 웃거나 하면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중에 배우로서 연기를 할 때
시청자나 관객들이 이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엄마의 감정을 느끼기는 힘들지만
뭔지 알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신다.

박보영의 연기관?

예전에는 감정적인 연기,
오열을 하거나 화를 내는 연기가 어려운 연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늑대소년>을 촬영하면서
감독님에게 연기를 하지만 연기를 하지 말라는 주문을 받았다.
많이 힘들었다.
지금도 사실은 그렇게 하는 게 힘들다.
꾸며지지 않은 일상을 보여주는 게 가장 힘들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늑대소년>에서는 밥 먹는 신이 정말 힘들었다.
일상에서는 신경 쓰지 않고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연기를 한다고 의식을 하다 보니
대사를 하면서 밥을 먹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 이후로 일상적인 연기가 가장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촬영현장에 일찍 가고
현장에서 편해지려고 한다.
보통 첫 촬영 때 모니터를 보면
부자연스러운 모습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 (웃음)
하지만 친해지고 편해지면 주변이 안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돼야 연기가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그것을 하기 바쁘다.     

[ 사진= 정상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