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에 열차 내부 통신선 단선, 승객들 “안내방송 듣지 못해”
  • ▲ 2일 오후 서울메트로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 사고 열차의 유리창이 깨져있다.ⓒ 사진 연합뉴스
    ▲ 2일 오후 서울메트로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 사고 열차의 유리창이 깨져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2일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 당시 열차 통제를 관장하는 종합관제소가 사고 사실을 즉각적으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승객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승객 대피 안내 방송도 충돌로 인한 정전과 통신선 단선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응급 상황시 기능해야 할 비상전원도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부실한 지하철 안전관리 실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5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열차 충돌 후 사고 열차를 운행한 기관사는 3회에 걸쳐 안내방송을 했지만 탈선 등으로 열차 내 통신선이 끊어지면서 안내방송이 전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충돌 당시 정전이 된 원인이 대해서도, 비상전원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통상적으로 정전이 될 경우 배터리를 통해 비상전원이 들어오지만 이번 사고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당시 비상전원이 들어왔었는지 여부는 조사 중.

       - 서울메트로 관계자


    사고 직후 승객들은 정전 속에서 대피 방송도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약속이나 한듯 침착하게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종합관제소가 사고 사실을 즉시 알아차리지 못해 추가적인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다행히 뒤따르던 후속열차가 운행을 멈추면서 아찔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실제 종합관제소가 사고를 인지한 시각은 이날 오후 3시32분께로 사고시점보다 약 2분이 늦었다.

    그나마도 한 시민이 비상통화장치를 이용해 사고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면 관제소의 대응은 더 지체될 수 있었다.

    각 열차를 통제하는 신호기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신호기 오작동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시스템의 미비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신호기 오작동 여부와 관계없이 앞 뒤 열차 간 간격을 90미터 이상 떨어지도록 조정할 수 있는 신형 제어장치 ATO 방식이 속속 도입되고 있지만, 예산문제 때문에 열차 제동을 기관사가 직접 해야 하는 구형 ATS가 적지 않게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고를 일으킨 후속열차 역시 1990년과 1991년 도입된 노후차량으로 제어장치 역시 구형인 ATS를 썼다.

    서울지하철 2호선 운행 차량 중 구형 ATS를 쓰는 열차는 모두 45편으로 절반이 넘는다.
    이들을 모두 신형 ATO방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수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결국 서울시의 예산문제가 시민들의 발이라 불리는 지하철 안전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이뤄지고 있는 산하기관 예산감축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운행 중인 열차 기관사들이 상호 통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번 사고의 경우 멈춰선 앞 차가 뒤 열차 기관사에게 상황을 알렸다면, 사고 자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열차 간 통신시스템 구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