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창극 총리지명자의 경우
      
     `문창극 총리지명자가 사용한 진술의 틀은
    조선조 말의 일부 개신교 선교사와 일부 개화파 인사(윤치호)들의 시각이다.
    그리고 모든 불행을 하나님의 구원사업의 일환으로 여기는 기독교적 존재론의 모습도 엿보인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빌론에 유수(幽囚)당했던 것도 결국은
    야훼 신(神)의 구원사업이라는 대(大) 서사시의 한 대목이란 식이다.
    문 총리지명자의 연설은 이런 기독교적 역사관을 염두에 두고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한국 사람은 게으르다”라고 한 대목을 ‘민족비하’라고 하는데,
    이건 오늘의 대한민국 총리지명자 문창극이 한 말이 아니라,
     100년 전 개화파 윤치호가 한 말을
     100년 후 언론인 문창극이 갖다 쓴 이야기다.
     
     그리고 언론인은 정치인이나 학자가 이것저것 고려하느라 차마 쓰지 않는
    다소 위악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갖다 쓰는 경향이 있다.
    데스크(편집자)는 이 거친 원고를 다듬어서 완성본(完成本)을 만든다.
    그러나 연설을 할 때는 데스크의 수정(修正) 과정이 생략되는 리스크가 따른다.
    문 총리지명자는 바로 그 리스크를 겪고 있는 셈이다.
     
     문창극 총리지명자의 연설에 담긴 메시지의 골자는 다른 게 아니다.
    조선조의 쇠퇴, 일제강점, 남북분단이라는 민족사적 비극은 결국,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우리 한민족이 저 캄캄한 바빌론의 유수를 경험했다가
    다시 오늘날의 빛나는 대한민국을 보게 되기까지의 극적인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KBS는 이 스토리 텔링을 너무 자기 좋을 대로 거두절미(去頭截尾) 한 채 보도했다.
     
 지금 문 총리지명자를 공격하고 있는 쪽의 진짜 이유는
 그가 언론인으로서 그 동안 견지해 왔던 정치적 관점에 대한
반감이라고 보는 편이 한결 더 정확할 것이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들의 햇볕정책도 비판했다. 종북과 친북도 비판했다.
핵심은 이것이다. 괘씸죄인 것이다.
 
 문 총리지명자를 한사코 끌어내리려 하는 측은
바로 언론인 문창극의 그 괘씸죄 위반 때문에
그를 사갈시 하는 것이다.
박지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패한 수구꼴통 언론인..." 운운.
아니, 언론인 문창극이 뭘 실패했다는 것이며
(그는 대신문사 주필을 했고 유수한 언론상도 탄 성공한 언론인이다) ,
제 맘에 안 들면 다 ‘수구꼴통’인가?
그러면서도 박지원이 ‘진성(眞性) 수구꼴통’ 북의 ‘3대 세습 폭정’을 비판한 적이 일찍이 있었는지는 과문한 탓이지 잘 모르겠다. 
 
 그런 식이라면 대한민국 땅에서 “천안함은 북한 소행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건 버젓이 괜찮고, 문 총리후보자 같은 ‘보수적’ 발언은 때려눕힐 듯 안 되는 것인가?
그래서 문창극 주필 같은 관점은 이단(異端)으로 몰리고,
그 대신 ‘종북(從北)꼴통’이 주류(主流)가 된 세상인가?
 대한민국이 언제 그렇게 홀랑 뒤집어졌는가?
 
 또 하나 실소를 자아내는 건,
야당과 기타 일부가 문 총리지명자를 비난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새누리당 초선의원들 몇몇까지 덩달아 “사퇴하라”며 천둥에 뭣 뛰어들 듯 나댄 건
정말 ‘겨드랑이에 닭살’이었다.
 
 이보시오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
도대체 정치싸움이라는 게 뭔지나 알고 지금 거기들 앉아계시오?
정치는 한 마디로 패싸움이요.
아 그런데, 상대방은 일치단결해서 탱크 밀고 쳐들어오는데
귀측(貴側)에선 초짜 쫄따구들이 작당해서 선상반란을 일으키고 있으니
이거 대체 무슨 집안이 그렇게 콩가루 개판이란 말이오?
 
 문 총리후보자도 정신대 문제에 대해선 ‘총리지명자로서’ 공식적인 입장을 새로 정리해,
지금 전해지고 있는 버전과는 다른, 보다 정4각형의 견해를 발표했으면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아베 정권과 일본우익의 바(非)문명적인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해야 할 것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