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케이신문 기고 칼럼
    아베 내각에 주는 조언

장진성 /탈북 문학가, 뉴포커스 대표

최근 일북간에 대화가 다시 재개되면서 고이즈미 전 총리에 이어 아베 총리의 방북설이 언론에서 공론화 되고 있다.
일본정부가 대북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한 뒤여서 북한 전문가들 속에서는 일본 총리의 방북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보기엔 일본정부가 정치적 이익만을 계산해서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는 듯싶다.
 
대북제재의 부분적 해제도 북한의 속도를 봐서 단계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데 인적 물적 교류라는 기본적 해제를 한꺼번에 양보한 듯싶다, 목적이 속이려는 북한인 것만큼 진실의 칼을 쥔 일본이 앞으로 대화와 정세를 주도할 개연성은 충분히 남아있다.
 
우선 아베총리의 방북이 절대 쉬운 걸음이 돼선 안 된다.
왜냐하면 북한은 수령독재여서 지도자 개인의 결심과 행동을 절대화하는 습관이 있다.
아마 日北회담의 궁극적 목표도 아베총리의 방북 유도에 맞출 것이다.
그런 것만큼 아베총리는 메구미 생사 재확인과 납치피해자 전원송환 조건부로 방북의지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평양이 출구를 고민하는 과정에 회담의 심리적 주도권도 일본에 유리하게 돌아온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현재 평양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극히 제한적이다.
1차 고이즈미 방북 때처럼 김정일의 100억불짜리(1차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내각이 북한에 114억불 규모의 경제지원 약속) 공개사죄도 더는 없고, 납치피해자 5인의 일본 방문을 허용한 전례처럼 다수의 귀환도 쉽지 않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과거 고이즈미 내각에 나름 최고치로 계산된 납치문제 해결 카드를 다 보여준 평양이다.
 
이제 남은 충격해법이 있다면 일본 국민의 숙망인 메구미와 다른 생존자들의 송환인데
그에 대해서는 이미 북한이 "사망해법"을 거듭 천명한 상태이다.
다만 고이즈미 방북 때와 다르다면 납치회담에서 끝나지 않고 8.15전 유골송환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바로 그 정치적 지속과 여운을 노려 국방위원회 특권의 전국 재조사라는 요란한 규모와 "성의"를 지금부터 연출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빈 달구지 소리가 더 크다는 속담이 있다.
북한이 국방위원회 특별권한이요, 전국에 재조사위원회 지부 설치요, 하면서 전체주의를 동원해서 호들갑을 떨 수록 일본의 대화요구는 단검처럼 작으면서도 예리한 팩트 중심이 되어야 한다. 수령신격화 역사왜곡을 위해 거짓선전으로 일관하는 북한정권은 객관적 팩트에 형편없이 체질적으로 약하다.
 
작은 해결 없이는 큰 해결도 없다는 원칙의 수순을 고수하면 북한은 일본정부의 진실게임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원칙의 수순은 납치문제 해결을 넘어야 유골송환 주제로 넘어가도록 단계설정을 뚜렷이 규정하는 것이다. 즉 앞의 언덕을 넘어야 그 뒤의 산도 넘을 수 있다는 인식을 지금부터 북한 정권에 단단히 세뇌시켜야 한다.
 
그래야 유골을 찾고자 전국을 배회하려는 북한 협상팀의 심리를 처음부터 테이블에 고정시킬 수 있고, 협상 정체의 책임도 대남공작부서에 떠넘길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북한 협상팀의 벽은 일본이 아니라 대남공작부서가 되고, 그 끝없는 내부의 논쟁 안에서 작은 결과라도 기대해볼 수 있다.
 
경계해야 할 것은 일본 외무성의 자화자찬이다.
자체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부풀리게 되면 그것이 북한의 공으로 부각되고 나중엔 회담실패의 책임을 아베 정부에 떠넘길 물증으로 돌아온다.
대화의 승자는 심리전의 승자이다. 북한 정권이 조총련과 함께 재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엄청 부풀려 협상팀의 심리적 배후를 압박하려 할 것은 뻔하다.
 
그 대일심리전을 차단하는 방법은 회담의 성과만이 아니라 난항까지도 일본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다. 그래야 북한 정권이 자기들의 거짓말에 위협을 느끼고 심중해질 수 있으며 일본인 특유의 끈질김과 세부적인 집착에 말려들어 끌려 다니게 된다. 어차피 아베 총리는 북한 스스로가 전국에 재조사위원회를 만들게 한 것만으로도 정치적 노력의 최선을 과시했다.
 
이제부터는 철저히 실익을 따져야 작은 성과도 아베 내각의 업적으로 거두어 들일 수 있다.
또 그래야 반세기 전 유골들은 돌아오는데 동시대의 생존자들은 돌아오지 못하는 납치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위안해줄 수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 7월 10일자 기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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