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유일한 한국 골잡이 이근호, 카타르 새 둥지…17일 새벽 출국
  • 이근호 선수.ⓒ정상윤 기자
    ▲ 이근호 선수.ⓒ정상윤 기자

    <편집자주> 

    9월 15일 군 전역을 하루 앞둔 이근호(29·상주 상무)를 그의 소속 부대에서 만났다. 이근호는 앞서 5일 카타르 프로리그 진출을 확정지으며 30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게 됐다.

    이근호는 그간 군인으로 14만 8천원의 월급을 받았다. 또 프로축구연맹에서 나오는 5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았다. 국가대표 몸값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금액이었다. 

    이근호는 2004년 고졸 신인으로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2군에서 3년간 빛을 보지 못했다. 그는 2007년 프로 4년차에 대구FC로 이적해 잠시 날개를 펼쳤지만 2009년 유럽 진출 실패,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최종엔트리 제외 등 불운을 겪었다.

    그러나 이근호는 불굴의 의지로 국가대표 주전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이근호는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 있다. 오는 17일 새벽 카타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는다. 앞으로 2년간 사우디 카타르에서 뜨거운 땀을 흘릴 그의 이야기를 담았다. 



  • 이근호 선수.ⓒ정상윤 기자
    ▲ 이근호 선수.ⓒ정상윤 기자



    대한민국 축구계에는 학벌로 인해 만들어진 파벌이 존재한다.
    이는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근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바로 프로에 입단했다.
    주변에서는 그의 선택을 지지하지 않았다.
    대학을 가는게 어떠냐는 권유가 많았다.

    "주변 분들은 모두 대학 진학을 하라고 말했다.
    전 당시 대학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운동선수로 대학에 진학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선수 은퇴 후에는 감독이 하고 싶었다. 

    선수와 감독을 하는데 대학 졸업장은 전혀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판단이 지금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대학을 가지 않아서 후회되는 점은 미팅을 하지 못한 것 말고는 전혀 없다." 


    대개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은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체육을 전공한다.
    프로에 진출하지 못하는 경우나 프로가 없는 종목의 경우에는, 은퇴 후 대학교수나 취업을 위해 운동을 하지 않은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대학 졸업장이 꼭 필요한 현실이다. 

    이근호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프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막상 이근호의 프로 생활은 그리 평탄치 못했다.
    이근호는 2004년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지만 3년간 2군에 머물렀다.
    이는 외국인 공격수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인천에 입단해 3년간 2군에서 뛰었다.
    프로의 벽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알았다.
    프로에 가서 적응하려고 노력하면서 고등학교때보다 운동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 결과 청소년 대표팀에도 들어갔다.
    당시 그 어떤 것도 운동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온 프로였기에 물러날 곳도 돌아갈 곳도 없었다.
    축구 실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했다.
    공격수인 저는 오로지 골을 넣는 것만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오로지 훈련에만 몰두했다."
     


    3년간의 2군 생활 후 이근호에게 기회는 왔다.
    2007년 대구FC로 이적한 이근호는 1군 당시, 맹활약했다.
    이근호의 2군 생활은,
    마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과감하게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했던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를 떠올리게 한다.  

    추신수는 부산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시애틀 메리너스에 입단했지만, 당시 스즈키 이치로(40·뉴욕 양키스)에게 밀려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이적해 출장기회를 얻고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근호와 추신수는 편안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닮았다.
    남들이 가는 길 대신에 스스로의 실력을 믿고 과감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졌다는 것이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이근호에게 대구FC에서의 생활을 묻자 "그때가 정말 좋았죠"라고 입을 열었다.

    "대구에서 정말 좋았다.
    많은 인기도 얻었다. 프로 선수라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가 프로 4년차였다.
    풀타임 주전으로 제대로 된 포지션에 나서게 된 건 대구로 이적하면서 시작됐다."



  • 이근호 선수.ⓒ정상윤 기자
    ▲ 이근호 선수.ⓒ정상윤 기자


    이근호는 대구에서 활약하면서 성인 국가대표팀에 선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외진출이라는 골망도 흔들었다.
    이근호는 2009년 네덜란드 프로축구로 진출할 기회가 있었다.
    네덜란드의 한 팀과 계약을 앞두고 다른 유럽 지역의 프로 팀들에게서 많은 러브콜이 왔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이근호와 그의 에이전트는 고민을 하면서 중요한 계약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유럽에 진출하지 못한 이근호는 결국 일본 프로축구를 선택했다.

    "어이없는 실수였다.
    우리가 경험이 부족했다.
    네덜란드 진출을 확정짓고 유럽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다른 팀들의 제안을 받고 생각이 변했다.
    그래서 네덜란드 리그가 아닌 다른 유럽 프로축구로 진출을 모색하다가, 결국 비유럽선수들의 계약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는 실수였다.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당시 첫 해외진출을 타진하던 중이라 신경도 많이 썼고 모르는 것들도 많았다.
    기본적인 계약 시기도 맞추지 못하는 등 실수를 많이 했다." 


    이근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유럽진출 실패와 월드컵 본선 무대 좌절 등, 그는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실력이 아닌 것들로 인해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이근호에게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일본에서 생활을 정리하고 K리그 울산 현대로 복귀했고, 2013년 상무에 입대해 기회를 노렸다.
    이근호는 K리그 2부리그에 있던 상무를 1부리그로 끌어올렸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대표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생애 첫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하는 기회도 거머쥐었다.

    이근호는 브라질에서 부진했던 대표팀의 한 줄기 희망이었다.
    러시아전은 골을 알제리전에서는 도움을 각각 기록하며 대표팀이 거둔 기대 이하의 성적 속에서도 홀로 빛났다.

  • 뉴데일리 순정우 기자, 이근호 선수, 윤희성 기자(오른쪽).ⓒ정상윤 기자
    ▲ 뉴데일리 순정우 기자, 이근호 선수, 윤희성 기자(오른쪽).ⓒ정상윤 기자

     

    ◇"국방의 의무 꼭 해야 한다. 하지만 조금 배려는 필요하다" 

    전역을 앞둔 이근호는 "국방의 의무가 꼭 필요하다"며 그 가치를 강조했다.
    그렇지만 운동 선수에게 일반 병사로 복무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운동 선수들에게 '병역'이란 피하고 싶은 의무지만, 운동 선수들은 전성기과 입대시기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젊은 나이에 고액의 몸값을 받는 프로 선수들에게는 치명적 내적 외적 손실을 가져온다. 

    이런 직업상의 특성을 생각하면 병역은 신성한 의무지만 운동 선수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일 일 것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축구선수로서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에서 병역 혜택을 받는 선수들은 흔치 않다.
    대부분 선수들에게는 상무에 입대해 병역과 운동을 병행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현재 상무는 만27세 이하의 K리그 선수를 대상으로 선발한다.
    어린 시절 해외 무대로 진출한 선수들은 상무에 입단할 수 조차 없는 상황이다.

    "저야 이제 전역을 하지만,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운동 선수들의 병역은 조금 더 고민해야 할 요소가 많다.
    병역을 면제시켜 달라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운동을 하면서 국방의 의무까지 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배려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젊은 나이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업을 뒤로 하고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다.
    축구 선수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선수들에게 2년간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상무가 선수 선발 나이를 조금 더 늦추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에게도 혜택을 줬으면 한다.
    해외에 어렵게 진출해 군 복무 문제로 돌아와야 하거나 군 복무로 해외 진출을 망설이는 후배들도 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도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근호는 지난 5일 카타르 프로축구 <엘 자이시> 이적을 확정지었다.
    엘 자이시 구단은 이근호가 전역도 하기 전에 상무의 박항서 감독(57)을 통해 영입의사를 밝혔고, 소속구단 울산도 이근호의 이적에 동의했다. 

    오는 17일 새벽 카타르로 떠나는 이근호,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그의 마음가짐도 역시 새로웠다.

    "상무에서 다른 종목의 선수들과 교류하면서, 그간 프로생활을 하면서, 잠시 잃었던 초심을 되찾았다.
    프로는 직업이다.
    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삶을 오래 살다보니 운동을 좋아서 한다는 그 마음이 사라지는 듯 했었다.

    이곳에서 프로가 없는 종목의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 훈련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요즘은 축구 자체가 정말 좋다.
    최대한 오래 선수로 뛰고 싶다.
    이동국(35·전북 현대) 선배를 보면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다." 


  • 이근호 선수.ⓒ정상윤 기자
    ▲ 이근호 선수.ⓒ정상윤 기자



    <이근호 프로필>

    이근호는 1985년 인천에서 출생해 부평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 2군에 몸 담으며 프로생활 시작했다.

    2007년 프로 4년차 대구FC로 이적해 1군에서 이름 알리기 시작했고, 2009년 일본 프로축구에 진출했다.

    이어 2007년 성인 국가대표팀 발탁돼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예선과정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는 제외돼 고배를 마셨다.

    2013년 군복무를 위해 상주 상무에 입단, K리그 2부리그에 있던 팀을 1부리그로 승격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대표로 1골·1도움 기록해 월드컵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달 부터 카타르 프로축구 <엘 자이시>에 진출해 활약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