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 시어머니 별명 김현에게 온순한 품성이라니" 취재진 아연실색"직접 주먹 휘두르고 올라타 짓밟아야만 폭행이냐" 법조계도 비판적
  • ▲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 국회부의장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 국회부의장 ⓒ이종현 기자


    [정책조정회의]
    가 열린 25일 오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회의실.

    "김재윤 의원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구치소에서까지 단식했겠느냐.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다."


    기소된 김재윤·신학용·신계륜 의원(오봉회)을 감싸주던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 국회부의장.

    '그러려니' 하고 받아적던 야당 출입기자들이 아연실색해 고개를 치켜들 수밖에 없었던 주장은 그 직후에 이어졌다.

    "대리기사에 사과한 김현 의원이
    보수단체에 의해 폭력 행위로 고발됐다.

    체중 46㎏에 온순한 품성의 주부인 김현 의원이
    어떻게 폭행을 했다는 것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러자 원내대표회의실에 있던 취재진들의 혀를 차는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실내에 울려퍼졌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의 주장에 '피식' 웃는 기자도 눈에 띄었다.

    김현 의원은 [언론의 암흑기]였던 노무현정권 치하에서 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춘추관장)을 지냈다.

    [춘추관장]을 지내던 당시, 비판적인 언론과 각을 세우면서 건전한 긴장 관계라고 호도하는 자세, 보도통제와 간섭에 열을 올리는 태도, 노무현정권의 나쁜 일은 모두 언론의 왜곡 때문으로 탓을 돌리는 행태 등으로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다.

    오죽 출입기자들에게 깐깐하게 굴고 잔소리가 심했으면 [춘추관 시어머니]라는 별명까지 붙었을까.

    좌파 매체 기자들조차도 [김현 의원]의 이름만 들으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다.

    "(김현 의원은) 피아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과 언론에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터지면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았다."



  • ▲ 대리기사 집단폭행 사건의 피의자 신분에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 ⓒ이종현 기자
    ▲ 대리기사 집단폭행 사건의 피의자 신분에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 ⓒ이종현 기자



    이렇듯 취재진들 사이에서 김현 의원의 성격이 잘 알려져 있는데도, [온순한 품성]이라고 주장한 이석현 국회부의장.

    이날 정책조정회의를 지켜본 취재진 중 한 명은 "김현 의원더러 온순하다고 하는 걸 보니, 새롭게 알려진 김현 의원의 체중도 못 믿겠다"고 이석현 부의장의 주장에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사람마다 [품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각자 다를 수 있다.

    김현 의원이 취재진에게는 적대적으로, 대리기사에게는 권위적이고 고압적으로 대하면서도, 같은 당 선배인 이석현 부의장에게는 철저히 굴종적인 자세로 대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석현 부의장의 김현 의원 옹호 발언은 주관적일 수 있는 [품성] 외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어떻게 폭행을 했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라는 말에는 폭행죄의 법리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결여돼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 지난 17일 새벽 여의도에서 대리기사를 집단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김병권 전 위원장(오른쪽)이 25일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지난 17일 새벽 여의도에서 대리기사를 집단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김병권 전 위원장(오른쪽)이 25일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반드시 김현 의원이 직접 주먹을 휘두르고 대리기사의 몸 위에 올라타 발로 짓밟아야 폭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범죄 현장에 있으면서 위력을 과시하는 언사로 공범들로 하여금 집단폭행으로 나아가게 하고, 이후 직접 폭행을 행한 것으로 알려진 김병권 위원장 등 세월호 유가족들과 한 무리를 이뤄 범죄행위의 핵심적인 부분을 분업적으로 담당했다면 이른바 [기능적 행위지배]에 따라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백번 양보해, 방금 전까지 일식집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인 유가족들이 대리기사를 집단폭행하는 동안 이들과 아무런 의사 연락도 하지 않고 분업을 이룬 바 없다 하더라도, 출동한 경찰관에게 "지구대로 가지 말고 형사계로 가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을 가진 국회의원이 배후에서 지켜봐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집단폭행의 실행을 원활하게 했다고 볼 여지가 있어 방조범이 성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직접 주먹을 휘둘러야만 폭행이라면 조직폭력배 간부 같은 사람은 물론, 집단폭행을 하는 동안 망을 보거나 욕설을 하며 범죄자를 격려한 사람도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며 "서울법대를 나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이석현 부의장이 어떻게 그런 말을 했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의아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