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들, 한 목소리로 “명예훼손으로 외신기자 기소한 것 외교적” 주장산케이 서울지국, 1993년에도 형사기소된 적 있어…K1 전차 기밀빼내려다 적발
  •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대기원시보 보도화면 캡쳐
    ▲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대기원시보 보도화면 캡쳐

    “이것 보십시오. 이것이 언론 자유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계속 같은 문제에 대해서 질문하시는 것 아닌가요?”


    14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 참석한 일본 매체 특파원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의 기소는 정치적인 것 아니냐”고 같은 질문을 연신 반복하자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이 반박한 말이다.

    일본 매체들은 이날 브리핑에서 “산케이 신문 前서울지국장이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것은 언론의 자유 침해” “산케이 신문 前서울지국장의 문제는 외교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 아닌가”라는 질문을 표현만 조금씩 달리해 계속 질문했다.

    일부 일본 매체 특파원들은 “산케이 신문 前서울지국장 기소가 한일 정상회담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 “한국의 ‘모 일간지’도 ‘국제기구와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는 ‘패착’이라고 했다”면서 마치 한국 정부가 ‘은밀한 영향력’을 발휘해 산케이 신문 前서울지국장을 기소한 것처럼 따져물었다. 

    이에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계속 법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지금 지적한 문제는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정당하게 법 절차대로 결정된 문제다. 즉 법 집행의 문제다.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제가 구체적으로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다만, 제가 이 점에 대해 말씀드릴 사안이 있다면, 첫째 이것은 법 집행의 문제이지 한일 정부 간의 외교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일본 정부 인사들이 불필요한 언급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둘째, 언론의 자유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여기 계신 일본 특파원들도 알겠지만, 이 자리에서 질문을 자유롭게 하고 논쟁까지 벌일 정도로 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이런 것을 보고 언론의 자유가 없다고 볼 수 있는가? 언론의 자유에 대해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잘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산케이 前지국장의 명예훼손 보도와 관련해 일본 사회에서 나오는 반응을 보면,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일본 기자들은 “산케이 신문 前서울지국장 기소는 언론의 자유를 훼손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담은 질의를 계속 해댔다. 이에 노광일 대변인은 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지금 한 번 봐라. 계속 같은 문제에 대해 (유도심문 하듯이) 질문하고 있지 않나? 이것이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현장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제야 일본 매체들도 하나 둘 ‘의미 없는 질의’를 자제하기 시작했다.

    현재 몇몇 일본 매체들이 “박근혜 정권이 언론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떠들어 대며 ‘억울한 언론 투사’로 둔갑시킨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 신문 前서울지국장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가토 다쓰야 前서울지국장은 지난 8월, 조선일보의 한 칼럼을 본 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시 7시간 동안 행방불명이었는데, 이성 관계 때문일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가토 다쓰야 前서울지국장의 기사가 일본에서 신문에 실려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그렇게 큰 논란이 일지는 않았다. 

    이 기사가 퍼진 뒤 청와대는 “사실도 아닌 이야기를 사실로 둔갑시켜 기사로 낸 게 기분 나쁘다”는 발언만 내놨을 뿐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았다.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산케이 신문이 또 한국 비난기사를 쓴 것으로 생각했다.

  • 뉴스프로가 번역한 산케이 신문 기사. ⓒ뉴스프로 해당화면 캡쳐
    ▲ 뉴스프로가 번역한 산케이 신문 기사. ⓒ뉴스프로 해당화면 캡쳐

    문제는 자칭 ‘정상추 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운영하는 재미 좌파매체 ‘뉴스프로’ 운영자들이 이 기사를 한글로 번역하고, 자기네 나름대로의 해석까지 붙여 한국의 SNS와 온라인 매체들에 퍼뜨린 것이다.

    청와대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들이 오히려 더 분노했다. 이 가운데 ‘자유청년연합(대표 장기정)’이 나서, 가토 다쓰야 前서울지국장과 뉴스프로 운영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검찰은 ‘예민한 사안’인 탓에 고발장을 접수한 뒤 조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일단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가토 다쓰야 前서울지국장을 먼저 조사한 뒤 ‘불구속 기소’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보면, 가토 다쓰야 前서울지국장이 기소된 것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자국과는 다른, 한국의 법 적용을 문제 삼고 있다.

    한국에서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 즉 “당사자가 처벌해 달라고 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범죄다. 반면 일본에서는 명예훼손을 당한 개인, 가토 다쓰야 前서울지국장의 경우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고발을 해야 한다.

    일본 언론들은 이런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은 20년 전에도 한국에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에는 K-1 전차의 기밀을 빼내려다 붙잡혔다.  ⓒK-1 전차. 출처 위키피디아
    ▲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은 20년 전에도 한국에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에는 K-1 전차의 기밀을 빼내려다 붙잡혔다. ⓒK-1 전차. 출처 위키피디아

    재미있는 점은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이 20년 전에도 한국 법정에 선 일이 있다는 점.

    1993년 시노하라 마사도 당시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은 국산 K-1 전차의 세부 성능 등 군사기밀을 몰래 빼내려다 안보기관에 체포돼 '형사기소'됐다.

    이때 일본 정부와 산케이 신문 측은 “군사독재정권 때도 이러지 않았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며, 한국 정부에 다각도로 압력을 넣어 사건을 무마하려 시도했다. 

    결국 김영삼 정부는 산케이 신문을 도운 일본 언론과 일본 정부의 압력에 굴복, 시노하라 마사도 前서울지국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시노하라 마사도 前서울지국장은 풀려나자마자 일본으로 도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