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23일 전격적으로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 밥만 축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했다.
먼저 회의장을 나선 김 최고위원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말 우리가 밥만 축내는 것은 아닌가"라며 "나, 김태호는 최고위원회를 등지는 것 외에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개헌 문제 등을 둘러싸고 당·청 간에 긴장이 조성돼 있는데다, 전날 심야까지 계속된 세월호 특별법 TF팀이 결론을 내지 못하는 등 여·야 간의 이견도 여전한 정국에서 예상치 못했던 행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 의사를 놓고, 의도에 대한 추측이 분분한 상황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스스로 밝힌 사퇴 배경은, 국회가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시점에서 개헌 논란을 벌인 것에 대한 자괴감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나도 시대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옷이 개헌이라고 줄기차게 말해왔다"면서도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애절하게 말씀하셨을 때, 국회가 '개헌이 골든타임'이라고 한 것은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린 것"이라고 했다.
이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도 "(나의 최고위원 사퇴는) 여야를 통틀어 위기에 처한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달라는 강한 메세지가 담겨 있다"며 "국회의원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하면서 경제활성화 법안을 쿨하게 통과시켜야, 이후에 개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의 이러한 발언은 '개헌 논란'을 촉발시킨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7·30 재·보궐선거 승리 등 순항해 오며 지난 21일로 출범 100일을 맞이한 새누리당의 김무성호(號)가 처음으로 큰 시련을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
김태호 최고위원은 사퇴와 관련해 사전에 누구와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사전에 사퇴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며 "(최고위원들이) 다들 이해가 안 가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박대출 대변인도 "(다른 최고위원들이) 미리 알거나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를 만류한다는 방침이지만, 본인의 의사가 확고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무성 대표는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는데 오후에라도 연락이 되면 만나겠다"며 "설득을 해서 철회하도록 할 것"이라고 만류할 것임을 강조했다.
박대출 대변인도 "경제살리기에 매진하자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나름 당신만의 방식을 생각하신 듯 한데…"라며 곤혹스러워 하더니 "(사퇴 의사 번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보자"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김태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장을 먼저 나선 뒤 국회 본관을 떠나며 "(사퇴 번복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선출직 최고위원이기 때문에 본인이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는 이상 추인 등 다른 절차는 필요 없이 사퇴가 확정된다. 현재 지명직 최고위원 한 자리가 공석이라, 이 경우 새누리당의 최고위원직은 정원 9명 중 7명이 남게 된다.
박대출 대변인은 "당헌·당규에 따르면 결원이 된 선출직 최고위원은 1개월 내에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