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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북을 추진 중인 故김대중 前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씨를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대북특사]로 파견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당에서 나왔다.
하지만 김정은의 행태로 볼 때 이희호 씨를 그렇게 활용했다가는 [대북특사]가 아니라 [김정일 3년 상(喪) 탈상쇼]의 [조연]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해방전후 정국에서 김구가 지지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평양으로 올라가 김일성을 만난 것이 김일성 정권 성립의 들러리 노릇만 한 결과를 낳은 것과 비교되는 것이다.
지난 24일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이희호 씨를 [대북특사]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문재인 새민련 의원은 이 자리에서 연평도 포격도발 4주기를 언급, “대북정책은 평화와 안보가 공존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희호 여사를 대북 특사로 활용해 남북대화 복원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희상 새민련 의원(비대위원장)도 이에 동조했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에서의 특사라면 (이희호 여사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사 역할까지 맞게 되면 상당한 성공이며 우리로서는 바라는 바다.” -
정의당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에게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갖고 가도록 해, 실질적 [대북특사]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민련과 정의당에서 이처럼 이희호 씨를 [대북특사]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최근 김정은 정권이 북한인권을 이유로 대남 협박을 이어가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을 한국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처럼 [일방적 양보]를 해서라도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북한과 더욱 친밀해져야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새민련-정의당 등이라면 충분히 나올 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대로 이희호 씨를 [대북특사]로 파견했을 경우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이희호 씨와 야권들의 입장까지 곤란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계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은 단순한 공산주의 체제가 아니다.
[스탈린 전체주의-모택동 전체주의-일천황 군국 전체주의]를 짬봉 합작해 뒤섞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신정일치 세습독재 전체주의] 체제다.
때문에 김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가 통치의 제일 목표로 작동하고 있다.
이런 우상화 작업 가운데 하나가 [지도자]의 지극한 효성을 내세우는 것이다.
실제 1994년 7월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도 김정일은 3년 동안 되도록 조용히 지내면서 힘을 길렀다.
그러다 [3년상 탈상]을 한 뒤, 1997년 김일성의 측근이었던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숙청하는 등 자신의 권력체계를 공고히 했다.
이런 [형식]은 김정일이 죽은 지 3년이 되는 해에 김정은도 그대로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3년 상(喪)]이 끝나는 2014년 12월 17일, 김정은의 [탈상(脫喪)]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11월 초순부터 전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해외에서 많은 추모객을 [모셔오기 위한 작업]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지도자 효성 선전과 우상화]는 이 정도에 그치지 않고 이희호 씨의 방북까지도 [선전 계획]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이희호 씨 측을 대신한 <김대중 평화센터>·<사랑의 친구들> 관계자들이 방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관계자와 만났을 때 숙소-동선 등은 모두 쉽게 협의했으면서도 방북 일자를 정하지 않은 점도 이런 [김정은의 3년 탈상쇼]를 위한 안배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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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희호 씨를 [대북특사] 자격으로 방북하도록 정부가 허락할 경우, 결과적으로는 이희호 씨가 [김정은의 3년상 탈상]에 [조문하러 가는 꼴]이 돼버린다.
이런 모습은 이후 극심한 남남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희호 씨 측도 문재인 새민련 의원이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대북특사 파견 주장]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희호 씨 측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우리 쪽과 상의도 없었다”면서 “문재인 의원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