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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92·사진)의 방북이 내년 3월 이후로 미뤄졌다.
이 여사 측은 "추운 날씨와 건강 등을 고려한 연기"라고 했지만, '김정일 3년 상(喪) 탈상쇼'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이 방북 연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여사의 방북 실무 협의를 담당하는 김대중평화센터 측은 1일 "추운 날씨와 이 여사의 건강 등을 고려해 이 여사의 방북을 내년 봄으로 미루기로 했다"며 "이날 중으로 북측과 정부에 이 같은 의사를 공식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북한은 이 여사 측에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방북하기를 원한다"며 방북을 거듭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희호 여사를 오는 17일 김정일 사망 3주기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초 이 여사의 방북은 지난 10월 28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 여사의 면담을 통해 추진됐다.
이 여사는 이 자리에서 어린이들의 겨울용 인도지원 물품을 가지고 방북할 의사를 밝혔고,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대북특사'로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지난 24일 비대위원회에서 "평화와 안보가 공존하는 대북정책이야말로 연평도 포격 사건 4주기를 맞아 우리가 되새겨야 할 교훈"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 여사를 대북 특사로 활용해 남북대화 복원의 계기로 삼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에서의 특사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특사 역할까지 맞게 되면 상당한 성공이며 우리로서는 바라는 바다"며 특사론을 거들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행태로 볼 때, 북한이 이희호 여사를 '김정일 3년 상(喪) 탈상'에 이용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데일리는 지난달 26일 <이희호, 평양 간다는데..김정은은 3년 탈상한다며>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희호 씨를 [대북특사] 자격으로 방북하도록 정부가 허락할 경우, 결과적으로는 김정은의 3년상 탈상에 조문하러 가는 꼴이 되고, 남남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부처에서는 야권의 특사론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게 형성됐고, 이희호 여사 측도 야당의 '대북특사 파견 주장'에 대해 "문재인 의원이 무슨 의도로 (대북특사)를 거론했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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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대북 특사 운운했던 야당은 이 여사의 건강 문제를 내세우며 방북을 연기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지원 의원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구태여 제가 밝힐 필요가 있는 일일까도 망설였지만 전화 문의가 많아 제가 아는 범위에서 밝힌다"고 적었다.
박 의원은 "이희호 여사의 방북은 북측의 초청과 우리정부의 협력으로 추진했지만 금년 여름 이 여사께서 가벼운 폐렴기로 세차례 입원하시는 등 주치의께서 93세 고령으로 추운 겨울의 방북은 만류해서 오늘 북측과 우리 정부에 내년 봄으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여사 측이 이달에 방북하면 방북 취지가 왜곡될 것을 우려해 이 여사의 건강을 이유로 북한의 요구를 완곡하게 거절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 등 이희호 여사의 측근들은, 건강상 문제 이외에 오는 17일 이전에 방북이 이뤄질 김정일 사망 3주기에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외교통일위원회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건강 문제로 방북을 연기했다고 하는데, 일단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번에 갔으면 (북한에) 이용당할 우려도 없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잘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북한으로서는 충분히 어떤 형태로든 이용할 소지가 있어 다른 시기를 선택해서 가는 것은 결과적으로 잘 된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도 "당초 이번 방북은 취지는 좋으나, 시기와 자격 면에서 부적절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김정일 사망일에 맞춘 방북은 당연히 북한의 체제홍보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었고, 특사 자격 여부도, 이 여사의 역량과 의중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이고 무리한 요구였다"고 야당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