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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 시절 막강한 권력을 누리며, 중국 석유산업을 30년 넘게 지배했던 ‘저우융캉(周永康)’ 前중국 공산당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가 당적 박탈 후 체포됐다.
중국 공산당 매체 CCTV 등에 따르면, 저우융캉은 지난 7월부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실시한 대대적인 부패 척결 조사작업의 목표였다고 한다.
부패 척결을 맡은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7월부터 중국 공산당 장정(章程), 중국 공산당 기율검사기관안건검사 공작조례에 따라 저우융캉의 혐의를 정식 안건으로 올려 심사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저우융캉의 비리 규모는 엄청나다. 지금까지 저우융캉이 챙긴 뇌물의 규모만 1,000억 위안(한화 약 16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여기다 불륜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부하들을 시켜 조강지처를 청부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 매체들이 지난 5일 자정부터 저우융캉의 비리 내용에 대해 일제히 보도하고 있지만, 중국 인터넷 등에서 돌던 그의 비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1966년 다칭(大慶) 유전에서 기술자로 일하면서 석유업계에 발을 담근 저우융캉은 공산당 석유공업부 부부장,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사장, 공산당 국토자원부 부장 등을 거치면서 ‘석유방(石油幇)’을 키워 중국계 석유 기업들을 좌지우지했고, 이때 축재한 돈으로 중국 공산당 고위층에 뇌물, 성상납 등을 해 2000년 초반부터는 공안 분야까지 지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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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융캉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과 인척들을 통해 중국 내 주요 석유기업 37개를 소유하다시피 했고, 1990년대 말에는 당시 중국 공산당 매체 CCTV의 수습 앵커였던 ‘자샤오예’에게 반해 불륜을 저지르면서 부하를 시켜 조강지처를 살해했다.
저우융캉은 자신보다 28살 어린 ‘자샤오예’와 2001년 결혼식을 올렸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저우융캉의 아들 ‘저우한’은 절연한 뒤 시골 지역으로 낙향했다.
저우융캉의 지시를 받고 그의 부인을 살해한 부하들은 교도소에서 3~4년 동안 살다나온 뒤 중국 거대 석유기업의 중견 간부로 채용되는 보답을 받았다고 한다.
저우융캉과 결혼한 자샤오예는 이후 ‘매관매직’의 선두에 서서 온갖 비리와 추문을 저지르고 다녀 중국 인민들의 눈총을 샀다.
저우융캉의 비리는 이게 끝이 아니다. 보시라이의 ‘스폰서’ 역할도 있다. 그리고 그 ‘스폰서 라인’의 정점에는 한때 ‘청렴결백의 상징’처럼 알려졌던 장쩌민 前중국 공산당 국가주석이 있다.
저우융캉은 장쩌민 前중국 공산당 국가주석의 처조카 사위다. 저우융캉의 정치 입문은 장쩌민이 도와줘 이뤄졌다는 것이 중국 내 중론이라고 한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주석이 권력을 잡기 전에 보시라이와 아내 구카이라이는 저우융캉과 함께 권력을 잡기 위해 ‘쿠데타’를 모의한 바 있다. 이 사실이 드러난 뒤 시진핑은 권력을 잡은 즉시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를 숙청했다. 물론 혐의는 ‘부정부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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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가 숙청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범죄 가운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것이 바로 조직적인 장기매매였다.
이들은 중국 공안, 인민해방군, 공산당 관계자들과 함께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장기를 공급하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파룬궁 수련자와 소수민족, 이들을 돕는 인권운동가, 민주화 운동 인사, 탈북자 등을 납치해 희생자로 삼았다. 시간이 지나서는 중국을 여행 중인 외국인들까지 희생자로 삼았다.
이런 장기매매 네트워크의 주요 고객들이 많은 미국, 유럽, 일본, 남미, 한국 등은 이들의 범죄 행위를 모른 채했다.
일각에서는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가 만든 장기매매 네트워크 때문에 동유럽과 남미에서 기승을 부리던 장기매매 범죄조직이 쪼그라들 정도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진핑이 주도하게 된 중국 공산당은 이 범죄가 그대로 공개될 경우 중국의 국가전략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판단, ‘부정부패’ 혐의만을 부각시켜 처벌한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이 저우융캉의 숙청을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현재 중국 인터넷과 언론, 중국 공산당이 소유한 기업의 태도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국어 매체들은 7일 “중국 공산당 정부가 저우융캉의 체포와 관련된 인터넷 글을 검열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어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내 포털 서우후닷컴(搜狐·www.sohu.com)에서는 저우융캉의 체포에 대해 공개 토론이 벌어져 1만 2,000여 명이 글을 적었는데, 6일 오후 4시에 남은 글은 130개에 불과했다고 한다.
또 다른 포털 시나닷컴(新浪·www.sina.com)에서도 토론이 벌어져 6만 5,000여 명이 글을 올렸지만, 450개의 글만 남아 있다고 한다.
남아 있는 글들은 대부분 저우융캉의 체포와 숙청을 지지하는 등 시진핑 공산당 정권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글뿐이라고 한다.
중국 공산당 소유 언론과 기업들도 모두 저우융캉 체포 및 숙청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저우융캉의 체포는 전체 인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인민의 기대에 적극 부응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우융캉이 키운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도 저우융캉 체포 직후 회의를 열어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결정을 결연히 옹호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저우융캉의 비리를 교훈으로 기업의 청렴도 강화 투쟁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이밖에 상하이市, 장시省, 텐진市 등 주요 지자체와 중국 정부기관들도 잇달아 저우융캉 체포 및 숙청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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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중국 공산당 기관 및 언론, 소유 기업들의 저우융캉 체포 및 숙청 지지 성명은 시진핑에 대한 충성맹세의 의미는 물론 그가 추진하려는 ‘장쩌민 파벌 숙청’에도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저우융캉에 이어 그의 주변 인사들에 대한 숙청까지 마무리되면, ‘스폰서 라인’의 정점에 있는 장쩌민 前국가 주석이 다음 목표가 된다.
하지만 장쩌민 前국가 주석의 파벌은 현재도 공산당 기관 곳곳에서 권력을 잡고 있어 시진핑과 장쩌민 간의 권력싸움이 어떻게 전개될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