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유지의무 위반’ 견해 많아, 징계신청권 가진 서울변회 “정해진 것 없다”
  • ▲ 12월19일 오전 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결정에 내려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고성을 지르며 소란을 피우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 12월19일 오전 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결정에 내려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고성을 지르며 소란을 피우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오늘은 헌법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살해한 날”

       - 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 12월19일 통진당 해산 심판 당시 헌재 대심판정에서.


    지난 19일 오전 10시35분, 서울 안국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역사적인 위헌정당해산 심판 결정이 나왔다.

    박한철 헌법재판관이 장문의 결정이유를 읽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을 결정하는 순간, 방청석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해산심판은 지상파 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방청석의 고성과 소란 장면이 방송사 카메라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그 내용이 통진당 해산결정을 비난하는 내용임은 확실했다.

    방청객의 예상치 못한 소란에 결정문 주문을 읽어 내려가던 박한철 소장은, 순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결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방청석에서 심판을 지켜보던 통진당 관계자들은 소속 정당의 해산이 결정되자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격렬하게 반발했다.

    헌재의 결정을 비난하며 고성을 지른 이들 중에는 현직 변호사도 있었다.
    헌재의 결정을 ‘민주주의에 대한 파괴’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살해’라고 맹비난한 사람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권영국(51) 변호사다.

    민변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현재 경찰관 폭행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권 변호사는 지난해 7월24~25일, 같은 해 8월21일 서울 중구 대한문 화단 앞에서 열린 쌍용차 집회 도중, 경찰이 설정한 질서유지선을 임의로 치우고, 화단 앞에 서 있던 경찰관에게 폭행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권영국 변호사에게 적용한 혐의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치상, 일반교통방해 등이다.

    당시 경찰은 “국가 공권력 무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일반인도 아닌 법조인의 경찰 폭행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며, “누구보다 준법정신을 지키고 모범이 되어야할 법조인이 스스로의 본분을 잊어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심 시위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준법을 포기’한 권영국 변호사의 모습은,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다시 한 번 재현됐다.

    변호사는 법령과 판례에 따라 변론으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야 하는 사람이다.
    주먹을 앞세우거나 법정을 모독케 하는 언행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강제하는 것은 시정잡배가 할 짓이지, 법을 존중하고 법에 순응해야할 변호사가 할 행동은 결코 아니다.

    변호사가 준법을 포기하고, 법치를 우습게 여긴다는 것은 이미 법조인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에서, 권영국 변호사의 행태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권 변호사의 ‘헌법 모독’을 제재해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이 같은 목소리는 법조계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법무법인 구성원 변호사는, 권영국 변호사의 ‘헌법재판소 난동’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면서, 변협이 즉각 징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행동에 아무런 제재도 취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누가 법을 무서워 하겠느냐”며, “‘법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권영국 변호사의 법정 소란이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많다.
    변호사법 24조는 변호사의 ‘품위유지’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91조는 변호사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징계사유 중 하나로 열거하고 있다.

    변호사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사유로 한 징계사례는 많다. 이 경우 징계수위는 가장 약한 견책에서 3년 이하의 정직(영업정지)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목소리다.

    그러나 현재 시점만 놓고 볼 때,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 움직임은 없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절차는 지방변호사회 회장이나 지검장이 대한변협회장에게 징계개시를 신청해야만 시작된다.

    지검장이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신청할 수 있는 경우는, 범죄수사 등 검찰업무 수행 중, 해당 변호사에게 변호사법 91조에 따른 징계사유가 있음을 발견한 경우로 제한된다.

    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징계개시를 신청하는 경우는 “소속 변호사에게 91조의 징계사유가 있음을 발견한 경우”로 범위가 넓다(변호사법 97조의 2).

    따라서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그가 속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징계개시를 신청해야만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 관계자는 “변호사에 대한 징계신청은 통상적으로 외부의 진정 등이 있는 경우, 이를 토대로 사실 조사를 거쳐 결정된다”며 “통진당 해산 판결 당시 헌재 법정 소란행위에 대해서는 아직 진정이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법이 정한 징계 종류는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 모두 다섯 가지이며, 징계사유는 ▲변호사법을 위반한 경우, ▲소속 지방변호사회나 대한변헙의 회칙을 위반한 경우, ▲직무의 내외를 막론하고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등이다(90조, 91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