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경우
      
     통일부라는 관청이 과연 꼭 필요한가?
    필자는 이런 견해에 공감한다.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통일 연구' 부서로 만들어 청(廳) 정도로 격하시키고,
    남북회담 기능은 대통령 직속으로 옮기는 게 좋다.”
    대북(對北) 회담기능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는 하는 문제는 물론 더 연구할 과제다.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가?
    통일부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회담 기능을 거기다 전담시키다 보니,
     통일부 관료들이 자꾸만 '괴이한 증세'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평창 올림픽의 남북 분산 개최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남북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열려 있다”고 답했다.
    그래 놓고선 논란이 커지자 ‘분산 개최가 가능하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주워 담았다.
    이게 '괴이한 증세' 아니면 뭐란 말인가?
     
     어떤 '괴이한 증세'인가?
    남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무슨 짓, 무슨 소리라도 하고픈 유혹에 빠지는 증세다.
    왜 이런 유혹에 빠지는가?
    점포의 점장(店長)이 되면 누구나 자기 점포의 실적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에 회담기능을 전담시키니까 관료들로서는 당연히
     “회담이 성사돼야만 내가 끗발을 날릴 수 있고, 출세를 할 수 있고, 재미를 볼 수 있고,
    예산도 호기롭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문제는 이게 나라에 폐를 끼치기 때문에 그냥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일건 유치해 놓은 평창 올림픽을 왜 분산개최한단 말인가?
    그러려면 애당초 왜 그토록 “우리에게 맡겨달라”며 수년씩이나
    엄청난 자금을 써가면서 로비하느라, 그 난리법석들을 떨었느냔 말이다.
    분산개최 할양이면 처음부터 “북한, 또는 일본이여 함께 로비하자”며,
    대놓고 제의하고 천명하고 공조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꼭 ‘단독개최’를 따놓고선 ‘분산개최’ 운운, 웃기는 헛소리들을 지껄이는가 이 말이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그런 헛소리를 했다는 건 더더욱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남북관계에서 ‘류길재 식’으로 북의 비위나 맞추려다 보면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이라는 게 허물어지기 일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  “원칙이 밥 먹여주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
    이야말로 지극히 ‘이명박스럽기’ 짝이 없는 '사는 법'이었다.
    그러나 옛 그리스의 소피스트(sophist)들처럼,

  • 원칙을 우습게 여기는 게 마치 장땡인 양 살았지만,
    그래 보았자 그 역시 끽해야 ‘5년 살이’였다.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래서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의 마지노선’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다.
북은 오히려 그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일관성 없는 자세로 경박하게,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속 보이며, 품위 없이, 당당하지 못하게,
저자세로, 북을 자극할까봐 노심초사(勞心焦思)하며,
 돈 줄게 선물 줄게... ‘김영란법’을 어겨가며,
그래서 북의 버릇만 잘못 드리는 무원칙한 방식으로 임해왔다.

아,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통일부 장관도 그런 식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평창도)이 열려있다”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곧 개각이 있을 것이라 했다.
차제에 횡설수설 한 통일부 장관도 당연히 갈아야 하는 것 아닌가?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