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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화웨이-ZTE에 대한 감사 결과와 지난달 청문회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한 결과 화웨이와 ZTE는 미국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이들이 미국 기업을 M&A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화웨이 등은 중국 인민해방군(PLA) 사이버 부대에 특별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중국이 이들 회사의 장비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은 통신장비를 제공해 미국 안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지 않으려면 이 회사의 장비를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2010년 10월 8일, 美하원 정보위원회에서 나온 보고서 가운데 일부다.이 보고서의 내용이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미국-캐나다-호주-인도 정부는 잇달아 자국 내 중국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 도입을 차단했다. 캐나다는 화웨이가 자국 통신업체 ‘노텔’을 인수하려는 것을 저지하기도 했다.
中화웨이는 이에 반발해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이처럼 서방 주요국들이 경계하고 있는 中화웨이가 한국에서는 대형 통신업체들의 ‘도움’과 정부 부처의 무관심 덕분에 통신망의 최상위 부분부터 먹어 치우고 있다. 국내시장에선 중소기업들이 경쟁자이다보니 사실상 화웨이의 독주가 이뤄지고 있다.
中거인 ‘화웨이’ 돕는 국내 통신 3사 난쟁이들
최근 국내 IT전문매체들은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화웨이 공포’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연거푸 쏟아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中화웨이가 국내 통신 3사의 기간망 장비 시장을 대부분 잠식한 데 이어 중간 단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
통신 3사의 ‘차세대 기간망 장비 사업자 선정’에서 화웨이가 연이어 사업을 수주했다.
LG유플러스는 2014년 상반기에 최상위 레벨 장비인 ‘OTN’ 공급업체로 화웨이를 선정했고, SK브로드밴드는 2014년 말 화웨이를 선정했다. KT는 2015년 내에 차세대 기간망 사업을 발주할 것으로 보이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이 또한 화웨이가 수주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여기서 말하는 ‘OTN’이란 차세대 광통신망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규정한 표준에 따르면, 데이터 전송 속도에 따라 OTU-1(2.7Gb/s), OTU-2(10.7Gb/s), OTU-3(43Gb/s), OTU-4(112Gb/s)로 나뉜다. -
현재 한국에서 사용하는 통신 기간망은 ‘OTN’의 직전 단계인, ‘RoDAM’ 장비를 활용한 통신망이라고 보면 된다.
‘RoDAM’을 사용하는 현재의 광통신 기간망 속도도 느리지는 않은 수준이다. ‘RoDAM’의 정식 명칭은 ‘재설정식 광 분기·결합 다중화 장비’, 영어로는 ‘Reconfigurable Optical Add-Drop Multiplexing’, 한 번에 8테라바이트를 전송하는, 대규모 광케이블의 데이터 전송용 장비다. 현재 한국 통신업체는 이 정도의 데이터 송수신 능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RoDAM’은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초고속 통신망용으로 사용했던 ‘파장 분할 다중화 장비 WDM(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에서 한 단계 발전한 장비다. 광섬유로 전송되는 데이터를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빼 쓰거나 집어넣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는 RoDAM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과 인터넷, IPTV 보급이 늘면서, 날이 갈수록 전송되는 데이터 용량이 늘어 빠른 시일 내에 차세대 광통신망(OTN)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들어가는 최상위 데이터 통신(기간망) 장비가 모두 중국 ‘화웨이’ 제품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KT는 현재 사용하는 전국 5대 대도시를 연결하는 기간망과 주변 도시를 이을 RoDAM 장비를, SK텔레콤은 차세대 광통신 기간망(OTN) 장비를, LG유플러스는 차세대 광통신 기간망(OTN) 장비와 사용자로 이어지는 분배망의 패킷전송네트워크(PTN) 장비를 화웨이 제품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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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KT에 이어 SK텔레콤까지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기로 한 뒤 국내 통신장비 업체는 물론 보안업계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국내 1, 2위의 통신사가 백본망에서 데이터를 공급하는 장비인 ‘RoDAM’을 ‘화웨이’ 제품으로 사용하면, 조만간 데이터 분배망(네트워크 중간단계) 장비인 SDH((Synchronous Digital Hierarchy)나 SONET(Synchronous Optical NETwork) 장비, 또는 MSPP(Multi Service Provisional Platform) 장비도 ‘화웨이’의 것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중 MSPP 장비는 화웨이 측도 이미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MSPP란 하나의 장비를 통해 인터넷, 이동통신, IPTV의 데이터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중간 단계의 네트워크 장비다.
국내 IT전문 매체들은 “화웨이가 이미 국내 통신사에서 사용하는 RoDAM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기간망에서 사용자에게로 데이터를 분배하는 과정에 필요한, MSPP와 같은 ‘패킷전송 네트워크(PTN)’ 시장의 점유율 또한 50%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거인 ‘화웨이’의 정체는 ‘中인민해방군’?
한국 사회에서는 ‘중국제’라고 하면 우습게 보는 경향이 여전하지만, ‘화웨이’는 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상위권, 중국에서는 가장 큰 네트워크 장비 업체다.2013년 말 기준 화웨이의 매출은 2,390억 위안(한화 약 41조 6,075억 원), 당기순이익은 210억 위안(한화 약 3조 6.558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41조 6,911억 원을 벌어들인 현대자동차와 매출이 비슷하다. 당기순이익으로 따지면 SK에너지나 기아자동차를 월등히 앞선다.
이 같은 거대기업 ‘화웨이’가 신규 시장에 진출할 때 사용하는 방법은 ‘덤핑 수준’의 낮은 가격 공세로, 경쟁사에 비해 30~40% 이상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 최근 들어서는 경쟁사에 비해 10~20% 가량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이미 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장악했다는 ‘자신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화웨이’가 이처럼 낮은 가격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낮은 임금’ 보다는 이를 지원해주는 세력 때문이라는 주장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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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의 설립자 ‘렌장페이(任正非)’는 중국 인민해방군 정보장교 출신이다. 이름 ‘화웨이(華爲)’는 “중화민족을 위해 노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매출이 400억 달러나 되지만 기업 형태는 비공개, 즉 ‘개인기업’ 형태를 띠고 있다. 여기다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거의 모든 대기업에 비공식적으로 간여한다는 ‘사실’ 때문에 ‘화웨이’ 또한 중국 인민해방군, 그 가운데서도 사이버 부대의 지원을 받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이런 의혹을 제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2003년 일어난 한 사건 때문이다.
당시 美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CISCO)’는 “화웨이가 시스코의 라우터, 스위치 허브 등을 무단복제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화웨이’는 처음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지만 결국 “시스코의 소스코드를 도용해 개발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이후 ‘화웨이’는 중국의 네트워크 장비 업체 ZTE와 함께 ‘인민해방군의 선봉’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때문에 美정보기관 NSA는 ‘화웨이’를 해킹하기도 했다.
2012년 중국의 해커들이 캐나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 ‘노텔’을 해킹해 ‘화웨이’의 제품 개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문은 풀렸다. 이때 ‘화웨이’는 ‘노텔’ 장비의 설계도면은 물론 프로그램, 매뉴얼까지 그대로 복사하다시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화웨이’와 중국 인민해방군 간의 ‘관계’는 지금까지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英파이낸셜 타임스가 입수해 공개한 중국 인민해방군의 ‘비공개 문서’를 보면, 자국 통신관련 업체를 이용해 해외에서 스파이 활동과 사이버 공격을 벌이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있다.
여기다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군사과학연구원’이 발간한 백서에도 “인민해방군은 중국 민간 통신업체와 함께 작업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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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美하원 정보위원회는 “중국 화웨이-ZTE가 미국 정부의 보안 시설구축에 입찰하지 못하게 하라”는 권고를 내렸고, 호주, 캐나다 정부 또한 ‘화웨이’가 정부 통신망 구축사업에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중국의 강력한 라이벌인 인도는 ‘화웨이’가 국가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해킹 혐의’로 조사까지 벌였다.
이처럼 서방 주요국들이 ‘스파이’로 의심하는 ‘화웨이’를 한국은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시장인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화웨이’의 태도 또한 평범해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 네트워크 장비 업체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위험'
여기서 중요한 부분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2013년 12월 美정부는 한국에 비공식적인 의견을 전달했다. 내용은 “한국이 광대역 LTE통신망 구축 사업에 중국 화웨이의 통신 장비를 사용할 경우 한미동맹 간의 통신에서 심각한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것.美정부의 말은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사업’ 등 한국의 주요 국가사업에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할 경우 ‘비밀’이 새나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두 달 뒤인 2014년 2월,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 간에 사용할 통신망에는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약속이 그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화웨이’는 한국에서도 예외 없이 ‘저가 공세’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였고, 그 결과 3대 통신업체 외에 많은 기관에 네트워크 장비를 납품했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화웨이의 장비는 한국전력, 강원소방 등 공공 분야는 물론 많은 기업들에서도 상당수 채택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의 ‘화웨이 배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사업까지 차지하려고 노리고 있다고 한다.
이를 보는 한국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지금의 추세라면 네트워크의 최상위 장비에서부터 공략한 ‘화웨이’가 ‘다중서비스지원 플랫폼(MSPP)’과 같은 중간 분배망 장비와 최하위 레벨인 ‘가입자망’ 장비까지 접수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네트워크 장비 업체 관계자는 “현재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기로 한 RoDAM의 경우 ‘해킹이 어렵다’는 것이지 ‘해킹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 정부의 명령으로 ‘백도어’를 설치해 놨을 경우 자칫하면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트워크 장비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수입장비를 선호하고, LG유플러스는 최저가 입찰 장비를 고집하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KT는 기능과 기술수준을 따지기는 하지만 이 마저도 경우에 따라서는 달라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기관도 최근 1~2년 전부터 기능과 성능, 안전성 등을 검토했지, 그 전에는 ‘저렴한 중국산 장비’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고 한다. 이렇게 이미 한국 곳곳에서는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친중파가 장악한 박근혜 정부]라 그런 거라는 일각의 의혹 제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나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한국 네트워크 장비 업체를 도와주기 위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화웨이’ 측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할 것이라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는 네트워크 단계의 최하위인 단말기 시장에까지 들어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내버려 두면, 최악의 경우 한국 통신망은 통째로 중국 공산당의 ‘통제 하’에 들어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 IT 보안 관계자들의 평가다.
가장 큰 한국 네트워크 장비 업체의 연간 매출액은 1,000억 원 내외. 상식적으로 봐도 41조 원이 넘는 매출을 가진 중국 ‘화웨이’의 ‘물량 공세’를 당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현실임에도, ‘화웨이의 한국 네트워크 생태계 점령 작전’에 “이익 밖에 모르는” 한국 대기업이 앞장서고, “무책임한” 정부 부처는 이 같은 행태를 ‘방기(放棄)’하면서, 이제는 ‘한미 동맹’까지 위태롭게 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