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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문화평론가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졌다.
며칠 전 한국일보 여론조사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29.7%로
나타났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30%대의 붕괴에 따라 3년차 레임덕에
대한 우려가 나왔고, 청와대도 허둥대는 기색이 역력하다.
개혁의 추진 동력을 위해 지지율은 의연히 중요한데, 문제는 있다. 현 상황 전체를 놓고 분석하는 이가 드물거나 없다. 모두가 좁은 관견으로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데, 시야가 좁은 건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다. 오늘 필자는 대통령 지지율을 10% 이상 끌어올리는 구조적 처방을 내놓으려 한다. 결국 언론 상황 전체를 언급할 생각이다.
지지율 추락은 신년 기자회견 이후부터다. 국면전환을 기대했던 인적 쇄신을 거부한 대통령에 대해 민심이 싸늘해진 탓이라는 게 이 나라 언론들의 상투적 분석, 즉 '떼쟁이 식의 지적'이다. 여기에 연말정산 파동을 포함한 경제-복지 등 특정정책에 대한 불만도 합쳐졌다는 식이다.
무책임한 선동언론, 줏대 없이 흔들리는 청와대
모두가 헛소리다. 청와대 문서유출 파문이 일었던 지난해 말 이후 조선-동아 같은 메이저언론까지 가세해 불통(不通)타령에, 비선(秘線)논란을 끝없이 반복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여기에 줏대 없는 청와대까지 함께 흔들리는 게 지금의 악성적 구조다.
그 현장이 얼마 전 수석비서관 회의 직전의 티타임이다. 청와대는 회의 시작 전 가벼운 한담과 조크 주고받는 모습을 연출했으며, 언론들은 이를 큼지막하게 보도하며 대통령의 리더십이 좀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을 내보냈다. 이건 코미디다. 본질을 파악 못하는 얼뜨기 정부와, 무책임한 선동 언론 사이의 어이없는 월츠 춤일뿐이다.
문제의 핵심은 선동언론이다. 인터넷 대형포털과 좌파 매체는 물론 메이저 종이 신문까지 선동 언론으로 성큼 바뀐 작금의 언론 상황 전체가 문제인데, 이 구조를 정상화하지 않고는 지지율 반등도, 한국정치의 앞날도 보장할 수 없다.
선동 언론으로의 집단적 변화는 최근 1년 사이에 가장 뚜렷한 징후인데, 굳이 좌파-우파의 이념 편차나, 종이신문-방송-포털과 상관없이 맹렬히 진행중이다. 선동 언론이란 고질적인 좌편향의 구조와 또 다르다. 즉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언론, 반(反)정부적이고 반체제적인 보도를 통해 사회불안과 정치 위기를 증폭시키는, 기형적인 저널리즘을 총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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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나라 망치는, 거의 전 매체의 선동언론화 현상
선동 언론의 등장은 언론 미디어의 평균적 질 저하 현상, 산업으로서의 위기 그리고 언론사 사주의 정치적 편향 등이 개입돼 벌어지는 복합현상이다. 여기에서 자유로운 매체는 한경-매경 등 경제지 일부, MBC에 불과하다.
지난 1년 내외 선동언론이 부추겼던 소모적 사건으로는 청와대 문서 외부 유출 사건 이전에 대통령-총리 등 헌법기관 흔들기, 국정원 무력화, 군(軍)이나 해경 등 국가기관 불신 조성, 대한항공 조현아 회항 논란에서 극대화된 반기업주의, 친중 친북 반일 반미 외교 찬양 등이다.
이런 현상은 2014년 말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보다 극명해졌고, 그 이전 세월호 사건과, 문창극 총리 후보자 검증 사건을 계기로 거의 전 언론에 확산된 채 지금에 이르렀다. 이미 정치사회적 괴물로 자라난 선동언론은 사회여론을 황폐화시키고, 건전한 시민의식을 마비시키는 최대 요소다.
거의 고질(痼疾)로 굳어진 선동 언론의 구조를 어떻게 혁파할 것인가? 답은 있다. 그게 이번 신설된 홍보특보의 전략-전술적 활용이다. 즉 홍보특보에 언론 환경 변화 및 개선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적 플랜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 플랜을 세웠으면 집행하는 것도 홍보특보의 몫이다.
바꿔 말해 홍보수석실이 기존 업무에 주력한다면, 언론특보는 기능을 달리해야 한다. 그래야 옥상옥의 구조, 즉 업무중첩을 피할 수 있다. 이걸 위해 대통령은 ‘소통 강화’ 따위에 대한 헛된 미련을 떨치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변화된 언론환경 전체를 통찰해야 한다.
즉 2002년 노무현 정권 출범 이래, 인터넷신문이 법제화되고, 포털사가 권력화되면서 뉴미디어 중심의 언론환경이 조성되어왔는데, 이에 대한 종합 진단이 필수다. 이런 인식을 전제로 홍보특보의 중장기적 과제를 몇 개만 압축 요약하면 이렇다.
정치불안의 주범 대형 포털을 잡고, 연합뉴스부터 정상화를
첫째 포털뉴스의 개혁이다. 24시간 내내 정권을 공격하는 뉴스만 배치하며, 정치에 개입하고 있는 포털사 뉴스 권력 남용 방지를 위한 개선을 하지 않고 우리의 미래는 없다. 언론도 아닌 것이 '언론 위의 언론'으로 군림하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이걸 바로 잡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는 무대책 무소신으로 임하면서 끌려다니길 반복했다. 매일 같이 반정부의 독화살을 날리는 이 무법자를 순치시키지 않는 여하한의 언론대책은 무의미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고, 상식을 가진 언론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둘째 연합뉴스 개혁이다. 연 600억 원의 국가 보조를 받는 공영통신사이면서도, 정권에 적대적인 포털사에 질 나쁜 뉴스를 공급하며, 정권을 흔드는 주범이 연합뉴스다. 즉 뉴스의 첫 출발부터 삐끗하는 게 지금의 정보 생산 구조인데, 이걸 잡아야 한다. 언론사가 아닌 포털에 뉴스를 공급해 푼돈을 만지는 공영통신사를 청와대가 혼내주지 않으면 누가할 것인가?
세개 종편이 문제다. 값싼 정치평론가(특정 계파에 줄서 있는 인물들)를 출연시켜, 계파의 이익적 관점에서만 정치를 보도하여 시청률을 올리는 종편이 이 사회의 화근이다. 방법은 과도한 시사보도에만 치중하는 것을, 골든타임을 중심으로 예능, 교양 등의 편성비율을 지키도록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마침 올해는 3년 마다 허가를 갱신하는 해이다.
넷째가 공영방송 개혁이다. 올해 KBS, EBS, 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회 임명이 있기 때문에, 미리부터 공영방송 개혁의 비전을 만들어놓고, 이에 걸맞는 이사진을 준비해야 한다. 이 정부는 방송 문제를 놓고 좀 큰 그림을 그리고,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맺음말이다. 언론부문에 대한 개혁은 안정적 정국 운용의 관건이자, 박근혜 정부의 향후 3년을 이끌기 위해 필수다. 언론 장악이 아니라 언론 정상화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철학을 최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할 현안이다. 그리고 지금이 거의 마지막 기회다. 이걸 끝내 외면하는 정부라면, 지지율 추가 하락을 걱정할 자격도 없는 무능 정권임을 이참에 일러둔다.
(이 칼럼은 1월23일 자유경제원 언론포럼에서 발표했던 필자의 발제를 수정 보완했습니다.)
/조우석 미디어펜 논설위원,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