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년 전 이즈음에도 그들이 있었다
    다시 한 번 자강(自强)을 생각하며...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올해는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설 대목’이 없어졌다고들 한다.
    그런데 설 경기(景氣)를 지탱한 유일한 버팀목은 요우커(遊客),
    즉 중국인 관광객들이었다는 언론보도가 눈에 띈다.
    이들은 연휴 기간 동안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 면세점과 서울 명동·신사동 등을 누볐다고...
      시내 중심가에 널브러져 있던 이들이 남긴 쓰레기가 채 치워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중국 모래 먼지가 들이닥쳤다. 전국에 황사(黃砂) 특보가 발효됐다.
    2월에 황사 특보가 내려진 것은 2009년 이래 6년만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한반도에 몰아치는 중국의 바람이 거세다.

  •   지금으로부터 64년 전 이즈음에는 인해전술(人海戰術)의 중국 군대를 상대로
    나라의 명운을 건 전투가 한창이었다. 북녘 공산괴뢰집단의 기습 남침으로 나라를 잃을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저 태평양 건너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서울을 수복하고 북진통일의 함성을 드높인 것도 잠시,
    1950년 10월 18만여 명 중공군의 개입으로 서울을 다시 빼앗기게 된다.
    1951년 1·4후퇴다. 그로부터 70일 간 우리 국군과 유엔군은 중공군을 대상으로
    사투(死鬪)를 벌인 끝에 서울을 재탈환하게 된다. 그 해 설 명절은 2월 6일이었다.

      북녘 세습독재정권의 핵 개발로 인해 우리는 머리 위에 핵무기를 얹고 살기 직전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에게 절박한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64년 전과 유사하게
    미국과 중국이 자신들의 국익·안보를 두고 이 땅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   우선 미국의 고고도 요격미사일(THAAD) 배치와 관련하여 양쪽에서 우리 가랑이 잡아다니기가 노골화되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이다.
      “사드 배치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용이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중국이 걱정할 일이 아니다” (미 국무부 부장관)와
    “사드 배치를 우려한다. 한국 배치를 반대하기 바란다”(중국 국방부장) 사이에서
    눈치 보기만 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처지다.
    이와 관련해서 양국과의 경제협력, 즉 장사에까지 영향 파급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우리의 존망(存亡)이 걸린 문제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느냐,
    중국 중심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에 속하느냐의 선택이 바로 대두될 전망이라고 한다. 이 또한 우리 정부는 속앓이만 하고 있단다.

      이렇게 어정쩡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올해도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강행했다고 한다. 올해로 10년째다. 북녘 세습독재정권은 한·미 연합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을 앞두고, 실크웜 지대함(地對艦) 미사일과 SA-3 지대공(地對空) 미사일을 동원하여 서해 5도를 겨냥한 ‘섬 타격·상륙연습’을 실시했다.

       정세가 너무도 엄중하다. 물론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사드’도 그렇고 ‘다자간 무역협정’도 그렇고, 우리에게 너무도 절박한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외교적 지렛대로 삼아 보면 어떨까도 생각해보지만, 아직은 역부족인가 보다. 뭐 힘이 없는 것이다. 언제까지 “낀 나라”의 한스러움과 콤플렉스만을 넋두리하며 근근히 버텨야 하는지...

      “전략·전술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이 땅에는 여러 ‘배울 만큼 배운 학자·지식인’들의 백가쟁명(百家爭鳴)만이 있을 뿐
    용기가 없다. 용기를 내고 싶어도 받쳐줄 뒷심이 부족하다. 아니 없다.


  •   북녘의 ‘최고 돈엄(豚嚴)’과 영혼의 2인3각을 맺은 끈(줄) 달리지 않은 꼭두각시들이
    도처에 활갯짓을 하면서, “적에게 굴종이 곧 평화”라며 궁민(窮民)을 미혹(迷惑)시키고 있다.
    북녘의 개혁·개방을 말하는 국군통수권자가 “마녀·마귀할멈”소리를 듣는데도
    정부 어느 구석에선 이른바 ‘수뇌 상봉’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나 보다.

      경제가, 민생이 어렵다고 아우성이지만 ‘소통’과 ‘경제 민주화’ 운운하며 태클걸기에만 바쁜
    정치인들도 널렸다.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대권후보 ‘여론조사’에 목을 걸고
    김칫국을 홀짝이는 이들도 보인다.

    대한민국 수도의 중심인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서 여러 날 죽치고 있는
    대형교통사고 유족들의 농성 천막 존치 문제를 두고, 대한민국의 경찰과 특별시가 다툰다는 뉴스가 들린다. 참 한가(?)롭고 눈물겹도록 서정적이다.

      서울 중심가를 누비고 있는 요우커와 황사에 답답해하며,
    64년 전 이즈음과 오늘을 함께 떠올려 봤다.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