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토론회
  • ▲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6일 오후 광화문 한글회관에서 ‘대한민국 안보 형사법제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 사진 바른사회시민회의 제공
    ▲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6일 오후 광화문 한글회관에서 ‘대한민국 안보 형사법제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 사진 바른사회시민회의 제공

    지하당 공작, 연평도 포격사건, 천안함 폭침 사건 등 북한의 대남도발을 겪으면서 지적된, 안보 형사법제 전반에 대한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토론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행변)과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한글회관에서 ‘대한민국 안보 형사법제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헌정질서 파괴 범죄 및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관련 법제 정비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구 통진당에 대한 헌재의 해산결정과 이석기 전 의원 내란 혐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현행 안보 형사법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나아가 참석자들은 IS 등 국제 테러조직의 지능화, 은밀화, 국제화된 범죄수법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안보 관련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 이인철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이인철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행변 이인철 대표(변호사)는 개회사를 통해, “국가가 변화하는 안보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변호사들이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 이라며, 이날 토론회의 의미를 강조했다.

    “아직도 과거의 기준과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보면서, 국가가 나아갈 길을 막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변화하는 현실에 대응해 법이 법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토론회가 변화하는 안보상황에 맞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바람직한 입법을 위한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 행변 이인철 대표(변호사)

     

  • ▲ 박광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박광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박광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법률과 제도가 시대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안보 형사법제 개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광민 교수는 “우리나라 안보시스템은 6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법은 변하는 세상에 적절히 변해야하는데 우리나라는 큰 변화가 없다”며, “오늘 토론회가 안보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 성빈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성빈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성빈 행변 사무총장(변호사)은, ‘안보사건 판례분석에 기초한 형사소송법 개선방안’을 주제로, 안보사건의 경우, 신체구속을 당한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위해 수사기관이 접견일정과 장소 등을 지정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을 주장한 이유는 안보사건의 경우, 매 조사기일마다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변호인 접견 일시와 장소를 지정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는 대표적인 안보사건인 일심회, 왕재산, 이석기 전 의원과 관련된 소위 RO 사건에서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안보사건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 제한 문제, 디지털 증거에 대한 전문(傳聞)법칙 문제 등 현행 안보 형사법제의 문제점이 적잖이 드러났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천명한 ‘자유로운 접견’에도 위배된다. 변호인 접견권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면, 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된다.

    자유로운 접견의 보장, 변호인 접견의 합리적 제한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이, 안보사건에서 수사권 행사를 현실화하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증거와 같은 특수한 증거자료에, 일반 종이문서와 같이 전문법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컴퓨터 등 저장매체의 압수, 수색을 통한 안보사건 수사활동을 무력화 시킬 가능성이 있다.

    디지털 증거를 전문법칙의 굴레로부터 해방시키는 형사소송법 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 성빈 행변 사무총장(변호사)

  • ▲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바른사회시민회의 제공
    ▲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바른사회시민회의 제공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보 형사 법제도 고찰’을 주제로, “안보범죄는 사후대응적 시스템 구축보다 사전 예방적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과 영국, 독일, 필리핀 등 다른 나라의 구금, 체포, 구속과 증거수집, 시효, 예비-음모 등 주요 안보특례 규정을 고찰, 대한민국 형사 법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의 권한 강화를 위해 FBI의 감청권한을 확장했고, 연방법전도 개정해 감청 대상 범죄를 추가했다. 테러정보 수집을 위해 기존 유선과 구두 뿐만 아니라 전자통신 감청도 예외로 인정했다.

    독일은 정보기관의 권한강화나 테러리스트에 대한 국외퇴거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개인정보를 포함한 정보를 비밀리에 입수하기 위해 협력자의 이송, 감시, 녹화, 녹음, 위장서류, 위장카드 의 사용 등이 인정되고 있다.

    영국은 2000년 알카에다 등의 국제 테러에 대응키 위해 ‘테러 대응법’을 제정했고, 통신감청이나 비밀조사관에 의한 조사에 대해 기존 법제를 정리해 통합한 ‘수사고나의 권한에 대한 규제법’도 제정했다. 특히 테러범이라고 의심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사람이나 자동차에 대해서는 영장 없이 압수수색할 수 있다.  

    안보범죄 수사의 성패는 혐의자의 체포와 구속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안보범죄혐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실제로 관련 범죄를 기도했는지 판단이 쉽지 않다. 또 안보범죄가 실행된 이후 혐의자를 체포하는 것은 범죄 예방 측면에서 큰 의미가 없다.

    이에 따라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국들이 적정절차에 대한 인권침해 시비에도 불구하고 안보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체포와 구속을 위해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안보범죄에 대한 효율적 억제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혐의자에 대한 대인적 강제처분에 대한 특칙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법학과 경찰안보학 등에 정통한 교수들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과 국제 테러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필요법률의 제정을 통한 ‘안전보장능력’, ‘국가 법집행 능력’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 한희원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한희원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한희원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천 길 둑은 개미구멍에 의해 무너지고 백 척의 높은 집은 조그만 연기구멍에 불타버린다는 역사의 가르침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국가안보를 지켜줄 실체법을 재정비하고 형사절차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희원 교수는 “법의 부존재는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도 불법으로 만든다”며, “현재 대한민국 법은 테러와 경제간첩, 사이버 내란과 외환, 전자 감시, 국기 문란 선동죄 등에 대해 속수무책이다. 진정한 법치주의를 위해 필요한 법률을 지속적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 사진 바른사회시민회의 제공
    ▲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 사진 바른사회시민회의 제공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는 “국가의 테러 대응능력은 군을 포함한 정보활동과 법집행 능력의 확보와 사후대응 능력의 구축이라는 국가전력급 수준의 상위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는 정보기관을 활용한 정보활동이나 비밀작전, 검찰과 경찰 등 형사사법기관을 통한 형사사법적 대응, 소방방재와 재난 대응 등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윤민우 교수는 “대한민국은 이 같은 (보안범죄)와 테러에 대한 통제와 위기관리를 위해서 청와대 직속의 ‘국가안보관리 컨트롤 타워’가 운용돼야 한다”며, “국가전략급 수준에서 컨트롤 타워 기능이 작동하면 군, 정보기관, 수사기관 등의 영역별 테러 위협 대응 역량 강화가 총체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 강래형 행변 집행위원(변호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강래형 행변 집행위원(변호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강래형 행변 집행위원(변호사)은 성빈 변호사의 발제에 대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법의 대명제에 비춰 보면 ‘변호인 접견 교통권’ 제한의 필요성은 당연하다”며, “수사기관의 권한 강화와 이로 인한 기본권 침해 소지 여부는 일반 국민들과 안보사건 피의자들의 기본권을 동일선상에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의 논거일 뿐”이라고 밝혔다.

    강래형 변호사는 윤해성 연구위원의 발제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 몇 개를 개정하기보다는 발제자가 지적한 법률 개정안을 한 곳으로 모아, 테러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수사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 임유석 동국대 사회과학연구원 박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임유석 동국대 사회과학연구원 박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끝으로 임유석 동국대 사회과학연구원 박사는, “북한과 연계된 헌정질서 파괴범과 테러와 같은 안보사범은 국내외의 네트워크와 연계해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현실은 대한민국 정보 및 수사당국의 효과적인 법집행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안보사범에 대한 효율적 수사를 위해 일반 형사범과는 다른 특례조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