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의 봄에 피는 ‘사쿠라’
    그 옛날에도 조선은 낚시의 대상이었다.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   영어로 된 아주 어려운 용어인 ‘THAAD’와 ‘AIIB’를 둘러싼 논쟁과 논란이 세간에 한창이다.
    봄날 온갖 꽃들이 망울을 터뜨리며 자기들의 아름다움을 뽐내듯이 봄볕 아래 뜨거운 입씨름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다가 ‘일본군 성노예’ 문제와 연계된 한일관계도 한 축을 이루면서 점입가경(漸入佳境)의 국면으로 진행 중이다. 

      여러 가지 관점이 있겠으나, 요약컨대 애환을 겪고 있는 ‘낀 나라’ 대한민국의 처지에 대한
    평가와 전술·전략에 대한 상호 이견(異見)이지 싶다. 
      현재 ‘낀 나라’의 처지를 ‘애환(哀患?:슬픔과 근심)’으로 보느냐,
    아니면 전적으로 ‘애환(愛歡?:사랑과 기쁨)’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 질 것이다. 

      엊그제 현 외교 수장(首長)께서 후자로 판단했다는 말이 전해지자,
    많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반론을 제기하고 나선 모양새다.
    뭐 단순히 관전하는 비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모두 일리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일단 평가는 뒤로 하고, 과거로 돌아가 보자.
  •   헌데, 역사는 ‘애환(哀患)’을 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올해는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 되는 그런 역사적 사건들이 5년 또는 10년의 배수가 되는 주기로
    돌아 온 해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한반도 침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운양호(雲揚號) 사건이 발발한지 140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고 국권을 침탈당한 을사늑약은 110주년을 맞았고, 그 후 5년 후에는 일제의 병탄(倂呑)으로 나라를 잃게 되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1945년에는 남의 나라 힘으로 식민지 신세를 겨우 면했다.
    3년 동안의 시련 속에 나라를 세웠지만, 1950년에는 6·25남침전쟁으로 수 백 만 동포가 희생되고 국토는 초토화되고 만다. 해방 70주년이며, 6·25전쟁 6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5년 전에는 북녘 세습독재정권의 두 차례 큰 도발이 있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다. 

      우리와 불가분의 연관을 맺고 있는 국제적인 사건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 동서냉전의 와중에서 이념에 의해 동족이 갈린 세 곳이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 그리고 독일과 월남이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독재의 양진영 간 대리전을 치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쟁도 있었고, 긴장이 계속되었다.
      40년 전인 1975년에는 자유월남이 패망한다.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1990년에는 분단되었던 양독(兩獨)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로 하나가 된다.
    분단 45년 만이었다. 그리고 유럽 최강의 나라가 된다.
  •   일제 병탄 105년과 식민지 해방 70년을 맞는 이 봄에는 바람에 날리는 ‘사쿠라’조차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이 다시 우리 주위를 떠돌고 있지 않은가. 
      6·25남침전쟁 65주년과 자유월남 패망 40년, 그리고 천안함·연평도의 굴욕이 계속된 5년을 돌아보며 다시금 ‘힘과 결기의 부족함’에 비애를 느낀다. 

      독일의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닥친 행운이 아니며, 자유월남의 패망은 자멸(自滅)이라는 사실(史實)을 되새기는 순간 숨이 멎는 듯한 답답함이 밀려온다. 
      우리는 언제까지 지정학(地政學)에 기대여 팔자타령만을 계속해야 하는 가....

      엊그제 국내 한 언론에서, 미국 뉴욕타임스가 ‘한국, 가운데 꼭 끼이다’라는 제목의 만평을 게재(3월 22일자)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우리는 운양호 사건이 있고 나서 십 수 년 후, 프랑스의 만화가 비고(G. F. Bigot)가 한반도 정세를 풍자한 ‘낚시질’이라는 만평를 발표(1887년 2월)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두 만평을 비교해 보자. 금석지감(今昔之感)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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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년 전에 태어나시고, 올해로 돌아가신 지 50년이 되는 조국 대한민국의 건국 대통령께서는 남의 힘으로 식민지에서 해방된 이 땅을 다시 밟고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사자후(獅子吼)를 토했다. ‘낀 나라’의 애환(哀患)을 극복하고, 위기의 조국을 구하는 길은 ‘단결’을 통한 ‘자강(自强)’뿐이다.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외길이다.

      요즘 여의도 새(鳥)떼들은 편을 갈라 북녘 세습독재정권의 핵무장 여부를 두고
    연일 말싸움을 하고 있다고 한다. 대책을 세울 맘은 아예 없나 보다.
    미루어 짐작컨대, 한켠에서는 “미국이 있는데...”,
    또 다른 쪽에서는 “최고 돈엄(豚嚴)께서 설마 동족의 머리에 핵폭탄을 떨구겠나...”
    하고 있을 것이라면 억측일까?

      며칠 전에는 붉은 조끼를 걸친 ‘국민의 공복(公僕)’들이 여의도에 모여 자신들의 노후(老後) 밥그릇 문제로 궁민(窮民)들에게 집단으로 삿대질을 해댔다.
      대형 교통사고 유족분들께서도 사고 1주년을 맞아 다시 들썩인다고 한다.
    만만해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북악(北岳) 산장’ 쳐들어가기다. 
      
      오늘 이 ‘애환(哀患)’의 시기에, ‘배울 만큼 배우고, 가질 만큼 가진’ 똑똑한(?) 전문가와 지식인들은 ‘궁민(窮民)을 단결시킬 지도자들’이 없다고 한탄조를 늘어놓고 있다. 그리고 곳곳에서 현재 ‘북악(北岳) 산장’ 여주인님의 리더십만을 식탁의 반찬거리로, 술상의 안주로 올려놓는다. 
      각자가 사소한 이익을 잠시 접고, 조국을 위해 단결의 대오(隊伍)에 적극 동참하려는 궁민(窮民)이 먼저 되어 볼 마음은 정녕 없는 것일까?

      오늘도 여의도 윤중로에는 ‘사쿠라’가 봄바람에 날리고 있다.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