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서 北 잠입 취재 인권 프로그램 방영

    제작자 질 로트 "1990년대 중반 수많은 북한 주민의 목숨을 앗아간
    대기근이 끝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모습이었다"

    RFA(자유아시아방송)  

  • ▲ 홍콩텔레비전네트워크(HKTN)가 촬영한 소달구지 이외에 교통 수단이 거의 없는 농촌 마을.
    ▲ 홍콩텔레비전네트워크(HKTN)가 촬영한 소달구지 이외에 교통 수단이 거의 없는 농촌 마을.


     앵커: 홍콩의 한 인터넷 방송이 북한에 들어가 몰래 촬영한 영상을 담은 북한 인권 프로그램이
    방영됐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홍콩텔레비전네트워크(Hong Kong Television Network)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즉 영상기록물 ‘탈북자(North Korean Defector)’가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데 한 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작가인 질 로크(Jill Lok) 씨는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에 직접 들어가 촬영한 3부작 기록물로 탈북자들이 북한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로크 씨: 평양에는 매우 부유한 사람이 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방 주민들은 너무나 가난하고 억압받는 삶을 사는 겁니다. 그러니까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북한을 탈출할 수밖에 없는 거죠.

    로크 씨 등 다섯 명의 홍콩텔레비전네트워크 취재팀은 중국 단둥에서 평양까지 하루에 한 번씩 운영하는 기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로크 씨는 기차에서 내려다 본 북한 주민들은1960년대와 1970년대 중국을 연상시키는 남루한 행색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층 건물이 들어선 발전된 평양과는 달리, 지방에 사는 평범한 북한 주민에게서 그들의 힘겨운 삶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로크 씨는 말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수많은 북한 주민의 목숨을 앗아간 대기근이 끝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모습이었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아프가니스탄 언론인 등 조국을 등지고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국민들의 삶을 그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라는 연속 기획물 중 하나입니다.

    이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북한에 잠입 취재했던 2013년 10월에는 홍콩인이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았다고 로크 씨는 회상했습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에 의한 김 씨 일가의 신격화, 성분으로 인한 차별, 대규모 집단 체조 아리랑, 정치범수용소 등 일반 주민이 겪는 인권 침해를 조명하기 위해 노동당 창건 68주년인 10월 10일을 전후로 북한에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취재팀은 이듬해 3월에는 북한에서의 취재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간수출신 탈북자 안명철 씨와 장마당 세대 탈북 대학생 박연미 씨 등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10여 명과 심층 인터뷰도 가졌습니다.

    취재팀의 탈북자 인터뷰 섭외를 도운 홍콩 최초의 북한인권 단체 ‘탈북자관심’의 오웬 라우 대표의 말입니다.

    라우 대표: 평양 출신과 지방 출신 탈북자, 수용소 수감자와 간수 등 다양한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했습니다. 평양과 지방에서 주민의 다른 삶을 보여주려는 것이죠. 홍콩의 텔레비전이 탈북자와 북한의 인권 실태를 상세히 알리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것은 처음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8일부터 3주간 매주 일요일마다 한 편씩 인터넷으로 생방송된 후, 방송사 웹사이트 ‘다시보기(on-demand)’를 통해 시청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