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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촉을 못 이기고 관악을로 뛰어왔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의 집중유세 현장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거론했다.
그는 "내가 지난 열흘간 심한 독감으로 병원에 있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며 '박 실장, 지금 감기들 여유가 있느냐, 관악을에 내가 평민당 때 데리고 있던 정태호가 후보로 출마했는데 왜 이렇게 누워있느냐'고 김 전 대통령의 질책을 들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나아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였다. 그는 "저 하늘나라에 있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분에게 부탁한다"며 "2번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가 고인들을 활용(?)한 연설을 마치자, 사회를 맡은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자못 진지한 말투로 "박지원 대표가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전달했다"며 '정태호' 삼창을 유도했다.
이같이 영계(靈界)를 오가는 선거유세를 지켜보던 청중 사이에선, 실제로 '피식'거리며 조소를 흘리는 주민도 있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독감으로 앓아누운 사람을 불러 망자를 끌어내게끔 할 정도로 정태호 후보를 절박하게 한 이는 오신환 후보가 아닌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서영교 대변인은 박지원 전 대표를 소개하면서 "새누리당도 벌벌 떨, 정동영 후보도 벌벌 떨 분(박지원)이 오셨다"고 추어올렸다. 하지만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소개와는 반대로 (현재 관악을의 판세는) 정동영에게 정태호와 새정치연합이 벌벌 떠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태호야~ 태호야~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박지원이 감기 걸려서 열흘간 입원했다가 이제 막 너를 위해서 왔다 태호야~"라고 소리친 박지원 전 대표. 그는 이날 연설 마이크를 놓자마자 집중 유세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