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안으로 치킨게임 돌입… '피하면 진다, 부딪히면 둘다 죽는다'
  • ▲ 5월 임시국회에서 지난 12일 본회의가 열렸다. 오는 28일 2차 본회의가 예정돼있다.ⓒ연합뉴스
    ▲ 5월 임시국회에서 지난 12일 본회의가 열렸다. 오는 28일 2차 본회의가 예정돼있다.ⓒ연합뉴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이번 5월 임시국회는 치열한 혈투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국가적 중대사안으로 꼽히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두고 치킨게임(서로를 향해 달려들어 피하는 쪽이 지는 게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본회의와 상임위를 비롯한 국회 일정과 법안처리가 사실상 원내대표간의 협상테이블에서 결정되는 만큼 각 원내대표는 이번 5월 국회의 성과로 자신의 정치력을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당의 입장을 관철시키지 못한 원내대표는 정치적 타격을 크게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난 4·29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이 문재인 대표에게 몰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재보선 패배는 새정치연합내 친노·비노 구도의 계파갈등을 심화시켰으며, 당 지지율 격차가 벌어짐과 동시에 대권 지지도에서 1위였던 문재인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역전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양당 원내대표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새정치연합 우윤근 전 원내대표와의 협상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인상하겠다는 데 합의했다. 이후 새정치연합은 더 나아가 소득대체율 50%와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인한 재정절감분 20%를 국민연금에 투입한다는 구체적인 숫자 명기를 요구했다.

    이에 명기할 수 없다는 입장의 새누리당과 부칙으로라도 명기해야 한다는 새정치연합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그러던 중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우윤근 전 원내대표와 회동해 부칙에 넣을 수는 없지만 부칙의 첨부서류에 포함시키는 방안에는 가능성을 열어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일시적이나마 개혁안 타결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 양당에 혼란을 주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을 지나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유승민 원내대표의 애매한 입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이완구 전 원내대표와 비교했을 때 강하지도, 유하지도 않은 성향에 대해 답답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우윤근 전 원내대표와 자당의 입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비춰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완구 전 원내대표가 보여준 청와대나 당 지도부와의 소통력과 비교하면 유승민 원내대표는 크게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에 대한 정치권 관계자들의 평가도 주목할만 하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유승민 원내대표와는 달리 입장은 뚜렷하지만 이력이나 성과가 전무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4선 재임 국회의원으로 국정 경험은 많지만 선수에 비해 이렇다할 이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가 내세울 만한 경험은 최고위원 한 차례가 전부다.

    이 원내대표가 아직까지 연금개혁 협상에서 새누리당의 양보를 받아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이원내대표는 연금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4수 끝에 원내지도부에 오른만큼 이번 5월 국회에서의 성과가 절실한 형편이다.

    이종걸 원내지도부가 출범한지 1주일 밖에 안됐다곤 하지만 작금의 급박한 국회 상황에서 아무 결실도 없는 부분은 자칫 자당의원들에게 실망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우윤근 전 원내대표보다 한 수 아래로 취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윤근 전 원내대표는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도 지도력을 인정한 바 있다. 우 전 원내대표의 결단력과 협상력은 역대 원내대표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게 사실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로선 우수한 성적으로 임기를 마친 우윤근 전 원내대표의 후임이라는 부분도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 원내대표는 연금개혁안 처리와 총선승리까지 이끌어야 하는 실정이다. 5월 국회의 성적표가 이 원내대표의 당내 영향력확보를 좌지우지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대 원내대표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분위기인 만큼 두 원내대표는 더욱이 양보없는 난타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치킨게임의 승패는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