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특사 회견은 전해철, 4·30 담화는 노영민 작품… 고비마다 자살골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국회 국방위에서 친노 초·재선 의원들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같은 당 김광진 의원 방향을 향해 무언가 손짓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국회 국방위에서 친노 초·재선 의원들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같은 당 김광진 의원 방향을 향해 무언가 손짓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4·29 재·보궐선거 전패(全敗)에 따른 당 안팎의 '사퇴론'에도 불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버틸 수 있는 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13일 종합편성채널 MBN의 〈뉴스앤이슈〉에 출연해 "전당대회로부터 3개월밖에 안 됐기 때문에 지도부가 그대로 가야 한다는 말도 일리 있지만,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1개월만에도 바뀌었다"며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도 선거에 패배하니 넉 달만에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내가 물러나면 대안이 없고 혼란이 온다'는데 우리 당에는 여러 인재가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맡아서 잘할 수 있으니 대안을 걱정할 필요 없다"며 "또, 혼란이 온다는데 혼란은 이미 와 있다"고 일축했다.

    박지원 전 대표의 말대로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출범 넉 달만에 치른 7·30 재보선에서 패하자 그 이튿날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졌다"며 바로 사퇴했다. 이 때 친노(親盧, 친노무현) 의원들은 바로 사퇴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날 것처럼 비노 지도부 흔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재보선에 졌는데도 오히려 친노 초·재선 의원들이 나서서 문재인 지도부를 지키기 위한 홍위병(紅衛兵) 노릇을 하고 있다.

    야권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친노 초·재선 의원들은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는 삼중 방어막 중 가장 외곽에 위치한 세력들이다. 이 관계자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오는 양(羊)과 같은 존재들"이라고 비유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들에 대해 "(일부 친노 의원들은) 문재인 대표가 수습하려고 노력을 할 때 불난 집에 기름을 갖다 부어버린다"며 "그래서 막 타오르고,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무슨 자해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친노 의원들이) 이렇게 하니까 국민들로부터 문재인 대표의 정치력·리더십·능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 김광진·김기식·배재정·은수미·임수경·진선미·최민희 의원 등이 이들 '양떼'로 분류된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하나같이 지난 19대 총선에서 친노 한명숙 지도부에 의해 공천된 비례대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20대 총선에서 친노 문재인 지도부에 의해 지역구를 배려받기 위해 결사적인 체제 옹위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안쪽 동심원에는 이른바 '9인방' 혹은 '문지기'가 있다. 여기서부터는 이른바 문재인 대표의 비선(秘線)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이 의원총회장에 들어서는 문재인 대표를 영접하며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노영민 의원은 원내 친노 사조직인 문지기를 조직한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이 의원총회장에 들어서는 문재인 대표를 영접하며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노영민 의원은 원내 친노 사조직인 문지기를 조직한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물론 문재인 대표 측은 비선 논란에 대해 펄쩍 뛰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도 비선 논란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지원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는) 친노 비선 조직과 논의를 하지 않고 공조직으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4·29 재보선 패배 이튿날의 성명은 누구와 상의된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엊그제 소위 측근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서 주승용 최고위원이 당무를 거부하는 것은 권리와 의무를 저버린 자해행위라고 했는데, 그 30분 후에 문재인 대표도 똑같은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대표가 가리킨 '소위 측근 의원'은 노영민 의원을 말한다. 노영민 의원은 11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고위원직을 수행하는 것은 권리가 아닌 의무"라며 "자기가 해야 될 의무를 수행하는 것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자해행위"라고 강변했다.

    놀랍게도 문재인 대표는 직후 같은 날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역할을 다하는 것은 권리가 아닌 의무"라며 "(주승용 최고위원은)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당을 먼저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마치 모종의 '비선'에 의해 짜맞춰진듯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박지원 전 대표 역시 이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영민 의원은 김경협·김용익·김태년·김현·박남춘·홍영표 의원 등 대선 캠프 출신 '친노 잔당'들을 긁어모아 '문지기'라는 사조직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문재인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재인 대표의 지난달 30일 재보선 패배 관련 기자회견문에 대해 "누구와 상의된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지만, 누구보다 정보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해당 기자회견문이 문재인 대표와 노영민 의원이 긴밀히 상의한 결과물이라는 설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원내에 '문지기'가 있다면 원외에는 이른바 '9인방'이 있다. 윤건영·소문상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과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이 구성원으로, 특히 문재인 대표는 이번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정태호 후보를 감싸고 돌다가 파국을 맞이한 바 있다.

    순전히 후보 공천 실패로 새정치연합이 27년 만에 관악을을 새누리당에 내줬는데도, 해당 지역에서는 정태호 후보가 20대 총선에도 공천을 받아 출마한다는 설이 만연해 있다. 문재인 대표의 비선 중의 비선이요, 측근 중의 측근이기 때문에 결코 문 대표가 내칠 수가 없다는 것이 그 근거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사진 오른쪽,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와 전해철 의원(문재인 대표 왼쪽,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청와대 시절에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사진 오른쪽,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와 전해철 의원(문재인 대표 왼쪽,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청와대 시절에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3중의 철벽 중의 가장 안쪽에는 이른바 '3철'이 버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노무현정권 당시 문재인 대표와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전해철 의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묶어 '3철'이라 지칭한다.

    특히 4·29 재보선 도중 새정치연합이 판세를 그르친 대표적인 변곡점으로 꼽히는 문재인 대표의 성완종 전 의원 특별사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은 전해철 의원의 작품이라는 설이 무성하다. 특사 당시 문재인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 전해철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가장 많이 상의하는 상대일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나도 청와대 수석과 비서실장을 했기 때문에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청와대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문재인 대표는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하신 분이 '나는 모른다. 법무부가 했다'고 하니 그 때부터 (스텝이) 꼬이기 시작해서 선거 패배~4·30 담화~광주 방문~정청래 최고위원 폭언 이런 것으로 계속 꼬여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결국 3철~9인방·문지기~친노 초·재선 의원들로 이어지는 3중의 장벽은 문재인 지도부를 결사 옹위하는 철벽의 방어막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잠재적 대권 주자인 문재인 대표의 정치 인생을 망치는 '자해도구'이기도 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마치 정청래 최고위원이 최근 문재인 대표의 '호위무사'라도 된 것처럼 주승용 최고위원과 박주선 의원 등을 향해 좌충우돌하다, 결국 문재인 대표도 해치고 자기 자신의 정치적 입지도 망치고 만 것과 같은 이치라는 지적이다.

    박지원 전 대표도 "정청래 최고위원이 (세간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문재인 대표와 친하지는 않지만 친노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국민과 당원들은 문재인 대표가 친노와 모든 것을 상의해서 결정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남이, 동교동계가 (문재인 지도부를) 흔든다고 생각하는 것은 언필칭 친노들의 착각"이라며 "이제는 국민적·보편적 민심이 새정치연합은 지금의 지도 체제로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나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놓고 경쟁했던 당사자로서 지금 (대표직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정치 도의에 맞지 않다"면서도 "(문재인 대표가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는) 내 말을 우리 국민들과 새정치연합 당원들은 무슨 뜻인지 다들 이해할 것"이라고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