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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살이 내려 쪼이는 지난 5월 마지막 주말, 아내와 막둥이의 손을 잡고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았습니다. 여기서 진행되는 대한민국 최초의 ‘통일박람회 2015’에 참가하기 위해서지요. “이제 하나, 희망찬 미래”가 주제인 이번 박람회는 통일부와 통일준비위원회의 주최로 3일간 진행된 성대한 국민축제입니다.
흥겨운 음악공연, 영상홍보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었죠. 통일준비 1세대인 어린이들이 남북화합과 통일의 필요성을 연상할 수 있는 뽀로로 애니메이션 “하나 된 세상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하나의 흐름으로 체험하였죠.
청년대학생들은 “통일, 모두가 손잡을 때까지” 라는 주제로 일반시민과 함께 강강술래 대형을 형성하는 이벤트를 보였습니다. 북한에 무관심인 요즘 청년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대의 숙제가 아닐까도 합니다.
민족의 아픔, 분단 70년 사진·영상 전시회에서는 통일염원 70년의 이야기를 담아낸 사진과 영상물 등이 전시되었는데, 그 앞에서 눈시울을 적시는 실향민들과 탈북어르신들의 모습이 답답할 뿐입니다. 짧으면 한두 달, 길어야 서너 달이면 갈수 있다고 확신했던 고향길이 어느덧 반백년을 훌쩍 넘겼으니 말이죠.
행사장 곳곳에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관광객들도 제법 보입니다. 그들은 분단이 되어 70년이나 갈라져 사는 우리를 얼마나 멍청한 민족으로 볼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드네요. 솔직히 그들에게 부끄러운 우리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게 경제성장한 국가로 도약하면서도 통일만은 못했으니 말이죠. -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축사에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국민들이 문화를 즐기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통일을 생각하고, 민간과 정부가 협력하는 실질적인 통일준비의 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하였습니다.
분단 70년, 광복 70년을 기념하여 열린 이번 ‘통일박람회 2015’에는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19개), 지방자치단체(12개), 언론 및 학술기관(17개), 통일관련 민간단체(82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및 탈북민 관련단체(34개) 등 총 164개 기관·단체가 188개 부스를 만들어 각자의 통일준비 노력을 알렸습니다. -
시민단체를 대표하여 영예의 시상을 한 신미녀 새조위 상임대표는 “통일은 아이가 어른을 존경하듯, 어른이 아이를 사랑하듯 서로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온다”며 27년의 통일운동 활동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회고하였죠.
제 고향 평양에서 해마다 6월이면 반미투쟁월간이 시작되고 여기서 주민들이 철천의 원수, 미제와 남조선을 성토하고 당과 수령에게 충성하는 결의모임과 웅변대회 등 열립니다. 그것도 굶주린 창자를 그러안고 말입니다.
막둥이가 제 손을 잡아끄네요. 아이와 부모들이 통일열차에 탑승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대표하는 서울, 개성, 평양, 두만강, 블라디보스토크, 모스크바, 베를린, 런던 등 8개역에서 통일의 미래를 체험하는 테마가 눈에 띠웁니다.
제 고향 평양을 거쳐 아내가 살던 함경도를 지나 러시아를 경유하여 우리 가족이 유럽으로 여행가는 그날이 꼭 오기를 기대했죠. 그 간절한 마음을 비둘기풍선에 담아 하늘로 띄우는 퍼포먼스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통일박람회 2015’였습니다.
- 림일 탈북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