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박주신씨 병역의혹 관련 재판 비중있게 다뤄
  • ▲ ⓒ조선닷컴 기사화면 캡쳐
    ▲ ⓒ조선닷컴 기사화면 캡쳐


    2011년 10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자진 사퇴로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박원순 변호사(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아들 주신씨에 대한 병역처분 변경과 관련돼, MRI 촬영자료 바꿔치기 의혹 등을 제기했던 강용석 전 의원이, 3년여가 지난 뒤 처음 입을 열었다.

    조선일보는 18일 인터넷판으로 <'박원순 아들 병역 의혹' 제기했다 사퇴한 강용석, 3년 만에 입 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박주신씨 병역 의혹과 관련된 강용석 전 의원의 심경을 전했다.

    이 기사에서 강용석 전 의원은 “제가 경솔했던 거죠. 그때 당시 분위기에 떠밀려서 사퇴 선언을 했던 건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강용석 전 의원은 2012년 2월22일 주신씨에 대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신체검사 직후,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강용석 전 의원은 “주신씨와 관련된 병역 의혹은 아직 해결된 것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선일보는 강용석 전 의원의 심경을 짧게 전하면서, 주신씨 병역의혹이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에 대한 형사 재판을 계기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현실을 전했다.

    2011년부터 뉴데일리가 사실상 단독 보도하고 있는 주신씨 병역의혹과 관련된 사안을, 주요 일간지가 일부나마 소개한 것은 조선일보가 사실상 처음이다. 그만큼 국내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은 2012년 2월22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이뤄진 주신씨에 대한 신체검사를 끝으로 더 이상 이 사건을 다루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신씨 병역의혹은 2012년 2월22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있었던 신체검사를 계기로 다시 불붙고 있다.

    당시 신문에 보도된 MRI 촬영 사진을 보고 이른바 ‘피사체 바꿔치기’ 혹은 ‘MRI 자료 조작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영상의학 전문가인 양승오 박사였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으로 있는 양승오 박사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 영상의학계를 대표하는 영상의학 권위자다.

    그런 양 박사가 박주신씨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12년 2월 말. 양 박사는 같은 달 22일 주신씨의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체검사 결과를 보도한 기사를 접하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그 동안의 임상경험과 영상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봤을 때, 주신씨의 신체를 촬영했다는 연세대 MRI 사진자료를, 20대 청년의 것으로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 ▲ ▲ 강용석 전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해 박주신씨의 재검을 요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 ▲ 강용석 전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해 박주신씨의 재검을 요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양 박사는 이후 자신과 의견을 같이하는 치과의사 김우현씨 등과 함께 주신씨의 병역의혹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양승오 박사와 김우현씨 등 시민들의 의혹제기는, 2012년 2월 22일 연세대 병원에서의 신체검사로 막을 내리는 듯했던 주신씨 병역의혹의 2막을 여는 기폭제가 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을 언론이 주목하도록 만든 사람이 바로 박원순 시장이라는 점이다.

    서울시장 재선 도선을 선언한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5월, 양승오 박사 등이 자신의 낙선을 목적으로 주신씨 병역의혹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퍼트리고 있다며 이들을 고소했고, 검찰은 양 박사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박원순 시장 측 증인으로 나선 치과의사 문모씨(전 참여연대 운영위 부위원장)의 모순된 진술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말 바꾸기 등, 석연치 않은 정황이 다수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검증 없이 양 박사 등을 서둘러 기소했다.

    양승오 박사 등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확인한 증거들을,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통해 잇따라 공개하면서, 주신씨 병역의혹을 수면위로 끌어 올렸다.

    차기환 변호사와 이헌 변호사 등 이 사건 변호인들이 지금까지 새롭게 공개한 증거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박주신씨의 치아를 치료했다고 진술한 치과의사 문모씨가 심평원에 제출한 요양급여 청구내역 상 나오는 건강보험증 번호가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건강보험증 번호’라는 사실, 박주신씨의 공군훈련소 입소 당시 촬영한 X-Ray와 이후 주신씨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자생병원 X-Ray에 등장하는 뚜렷한 차이점(석회화 현상 및 극상돌기, 자세한 내용은 아래 관련기사 참조) 등은 주신씨 병역의혹이 단순한 설이 아닌, 분명한 의학적 증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의학적 지식과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한 피고인들의 문제 제기와 변호인들의 새로운 증거공개가 이어지면서,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는 박주신씨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였으며, 이달 3일 끝난 2회 공판에서는 주신씨의 증인출석을 전제로, MRI 및 치아 X-Ray 재촬영을 비롯한 신체검증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 ▲ ▲박주신씨 명의의 치아 엑스레이(X-Ray). 구외 X-Ray 상에 나타나는 각종 의혹은, 허리 MRI와 더불어 해당 피사체가 주신씨가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사회지도층병역비리감시단
    ▲ ▲박주신씨 명의의 치아 엑스레이(X-Ray). 구외 X-Ray 상에 나타나는 각종 의혹은, 허리 MRI와 더불어 해당 피사체가 주신씨가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사회지도층병역비리감시단


    특히 이날 재판에서는 2012년 2월 주신씨의 세브란스병원 신체검사 직전, 감사원 홈페이지에 주신씨의 병역의혹을 감사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던 ‘나영이 주치의’ 한석주 교수(연세대 의대 소아외과)가 깜짝 등장해, 이날 증인으러 나온 이 병원 홍보팀장 최모씨의 진술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강용석 전 의원의 심경을 전한 위 조선닷컴 기사는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위 기사는 피고인들이 검찰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으나, 피고인들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검찰 수사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오히려 피고인들의 항변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은 것은 검찰이었다. 위 기사는 재판과정과 관련된 설명에서도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위 기사는 “다만 변호인단은 2012년 2월22일 박주신씨가 세브란스서 찍은 MRI가 실제론 그가 아니거나, 바꿔치기 당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이에 대한 결정적인 자료는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양승오 박사의 변론을 맡은 차기환 변호사는, 연세대 홍보팀장 최모씨 및 홍보팀원 이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 2012년2월2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MRI를 촬영한 인물이 박주신씨가 아닐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입증했다(구체적인 내용은 아래 관련기사 참조).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누리꾼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누리꾼들은, 박주신씨의 병역의혹을 뒷받침하는 명백한 증거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하는 언론의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거짓으로 들어난 이회창 아들 사건은 지상파 3 방송을 위시한 모든 언롣들이 대서 특필할때는 언제이고 박원순 아들은 진실이 거의 밝혀져 가는데도 어느 언론하나 기사화 하지 않는것을 보고, 언론의 현주소를 알수있을것 같다. 이제야 조선에서 취급을 하는것을 보고 만시지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원순의 아들 병역 문제 비리를 왜 아직도 언론에서는 입을 꼭 다물고 있는거냐? 과거에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아들 병역 문제는 시민 단체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 났었는데 박원순이 아들의 경우는 왜 조용하냐? 시민 단체들이 모두 다 OO이라는 걸 입증하는거로구나.

    사진상은 다른 인물인데 병원은 맞다고 하고 희안하네. 그리고 통증있으면 집에 가서 엑스레이 찍고 군생활 끝내는게 맞는건가? 군병원 가는게 아니구?

    국민여러분 이 MRI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분기점이될것입니다 서울지법 심판사님이 이미 증인소환하라고 검찰에 명령했습니다 판사가 보기에도 이건 문제가 심각한겁니다. OOO 아들은 해외있다고 합니다. 이제 국민들이 법원의 명령에 근거해서 양승오 박사 입회아래 공개 재검 받도록 여론을 불러 일으켜야 합니다.

    난 양승오박사님의 학문적 양심을 믿는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된 뉴데일리의 보도를 소개하면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주요일간지가 이 내용을 왜 보도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나타낸 누리꾼도 많았다.

    이들 누리꾼들은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관련 재판을 뉴데일리가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면서, 조선일보에 재판기록을 근거로 한 기사 생산을 당부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기사는 강용석의 말을 빌려 기사화 했으나 박주신 재판 진행사항이 뉴데일리에 상세히 나와있음. 사실적인 재판기록을 근거하여 여러 의문점을 기사화 해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임. 조중동은 무엇 때문에 재판진행사항을 기사화 못하는지? 지금이라도 독자의 편에서 적극보도 부탁 합니다.

    요즘 문재인 안철수 조용합니다.. 박원순과 고리를 끊기 위해서 잔머리 굴리고 있을 겁니다. 박주신 병역비리 진실이 박원순을 옥죄어 오는 분위기 감지한거지요. 뉴데일리 많이 보시고 조중동에 자꾸 퍼나르다 보면 울며겨자 먹기식이라도 보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뉴데일리에 많습니다. 근데 왜 3대 일간지는 보도를 안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세브란스 병원 X-Ray에 대한 조작 의혹에 대한 기사도 뉴데일리에는 있습니다. 이제 그만 감추고 모두 보도하세요.. 정말 떳떳하면 박주신 당장 귀국해서 판사 앞에서 공개 신검하면 됩니다.

    뉴데일리에 기사제목 '박원순 아들 병역 의혹에 모든 언론이 침묵하는 이유'에 대한 기사평의 찬성 반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성향이 조설일보의 경우와 반대였다. 많은 세력이 뉴데일리를 잠재우기 위해 몰려왔다는 느낌이었다. 우파와 달리 좌파의 집요함을 본다. 이것이 모든 언론을 침묵시키는 동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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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아래는 이 사건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관련기사입니다. 사건의 흐름이 상당히 복잡해, 기사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조금 길더라도 관련기사를 붙이는 점 양해 바랍니다.

     

    '나영이 주치의' 한석주 연대 교수, 증인으로 깜작 등장

    박원순 아들, 판사 주관 MRI재촬영-치아검사 한다!

    차기환 변호사, 박주신 MRI 영상 6개월전 연세대 저장 흔적 발견...증거 제출

    유경표 기자

  • ▲ ▲ 박원순 시장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과 이들을 변호하고 있는 차기환, 이헌 변호사가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뉴데일리DB
    ▲ ▲ 박원순 시장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과 이들을 변호하고 있는 차기환, 이헌 변호사가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뉴데일리DB


    2015년 6월 3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 지난 2012년 2월부터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주장해 온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심리가 열린 이곳에서는 한편의 헐리우드 법정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극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이날 양승오 박사의 변론을 맡은 차기환 변호사는,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자료를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것은 2012년 2월 2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MRI 팩스서버(PACS, 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에 입력된 자료 내역이었다.

    차기환 변호사는 지금까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체검사 당일이나 그 직전, 이 병원 MRI 서버에 입력된 것으로 알려진 자생병원 MRI와 X-Ray 자료가, 이보다 약 6개월 전인 2011년 8월 25일께 이미 입력돼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박주신씨가 자생병원에서 MRI와 X-Ray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시점은 2011년 12월 9일이며, 이는 2012년 2월 당시 대부분의 언론이 보도한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차기환 변호사가 입증한 새로운 기록에 따르면, 주신씨가 2011년 12월 9일 자생병원에서 MRI와 X-Ray를 촬영했다는 주장은 거짓이 된다.

    피고인 측은, 12월 9일 자생병원을 찾아가 MRI와 X-Ray를 찍은 인물이 박주신씨가 아닐 수 있다며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피고인 측 설명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을 대리한 법무법인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제출한 자생병원 진료비 영수증에는, 2011년 12월 9일 MRI 및 X-Ray 영상을 CD에 복사한 비용과 관련된 내역이 없다.

    이런 사실은, 검찰과 박주신씨 측의 주장이 그 기초부터 잘못됐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후폭풍을 예고한다.

    동시에 이런 사실은, 박주신씨가 2011년 8월 29일 공군에 입영하기 전에, 미리 대리신검자의 MRI영상을 세브란스 PACS서버에 입력하고, 병역처분 변경 가능 여부를 검토했을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보여준다.

    이날 재판에서는, 아동성폭행 피해자 '나영이' 주치의로 유명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한석주 교수가 법정에 나와, 증인으로 나온 이 병원 홍보팀장 최모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돌발상황도 벌어졌다.

    재판장이, 사건 핵심인물인 박주신씨에 대한 '신체검증'을 직접 언급하면서, 박주신씨의 증인소환을 강하게 시사했다는 점도 앞으로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이날 재판장은 "일단 박주신씨가 출석을 하는것을 전제로, 증인신문과 신체검증, 신체검사하면서 MRI 찍고 치아부분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박주신씨 증인신문 및 신체검증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나타냈다.

    재판장은 박주신씨에 대해 증인소환을 통보하겠다는 뜻도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면서 (박주신씨로부터)답변이 없다면 법원에서 기일을 정해 소환을 하고, 불응하면 그에 따른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도 나타냈다.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소환절차를 밟겠다.
    (서울시에 대해서는) 절차 내에서 협조요청을 한 거고, 소환 가능한 일자를 보내주면 재판을 통해 신문을 하고 신체검사를 하겠다는 취지다.

    그쪽에서 답변이 없다면 법원에서 기일을 정해 소환을 하고 불응하면 그에 따른 절차를 밟을 것이다.

          - 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

    이에 앞서 서울시는, 재판부에 박주신씨의 소재파악과 관련돼 “시정업무와는 관련이 없지만 협조토록 하겠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는 3일, 양승오 박사 등 7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2회 공판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연수 중인 양승오 박사를 제외한 6명의 피고인이 모두 참석했다.

    양승오 박사 등에 대한 이 사건 3회 공판은, 다음달 6일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다.

     

    #1. 공개신검이 있기 수개월 전, 이미 세브란스 병원 서버 안에 들어가 있던 박주신 MRI


    차기환 변호사는 이날 공판에서 박주신씨가 자생병원에서 촬영한 뒤, 세브란스병원 팩스서버에 저장된 MRI 파일의 다이콤 헤더(DICOM, Digital imaging and communication in medicine) 정보를 공개했다. 다이콤 헤더에는 촬영날짜와 시각 등이 기록돼 있다.

    세브란스 병원의 4층 MRI실은 필립스 기기 3대와 지멘스 기기 1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기기들은 각각 71, 72, 73, 74번 방에 설치돼 있다. 이 중 박주신씨 촬영에 사용됐다고 알려진 MRI는 74번방 기기다.

    이중 확인안된 73번을 제외한 71, 72, 74번 기기들은 각각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고, 팩스서버 (PACS, 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를 통해 서로의 MRI 자료를 모니터로 열람할 수 있다.

    차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GE社 서버에 저장되는 내·외부 MRI 자료에는, EXAM UID라는 GE社 서버만의 고유 정보가 붙는다. 이 정보에는 서버에 내·외부 MRI 자료가 저장되는 날짜와 시각이 기록되는데, 이번 공판에서 공개된 EXAM UID의 서버 업로드 날짜는 2011년 8월 25일로 표시돼 있었다.

    차 변호사는 공판에서 GE헬스케어코리아에서 온 회신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 ▲ ▲자생병원의 MRI와 엑스레이는 세브란스 팩스 서버에 입력돼 있다. 사진은 두 영상의 Exam Info 화면. ⓒ 뉴데일리
    ▲ ▲자생병원의 MRI와 엑스레이는 세브란스 팩스 서버에 입력돼 있다. 사진은 두 영상의 Exam Info 화면. ⓒ 뉴데일리

    위 화면의 숫자 중 ‘20110825’’ 및 그 이하의 숫자는 처방(Order))이 팩스서버에 들어간 시각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위 영상이 팩스서버에 들어간 시각은 2011년 8월 25일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차기환 변호사의 변론내용이 사실이라면, 박주신씨가 기존에 알려진 대로 2011년 12월 9일 자생병원에서 MRI를 찍었다는 것은 거짓이 된다.

     

    #2.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한석주 교수, 돌연 법정에 증인으로 등장


    이날 증인으로 나온 연세대 홍보팀장 최모씨는 공개검진 당시 74번 MRI실이 예약된 경위와 ‘나영의 주치의’ 한석주 교수의 공개사과와 관련,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변호인: MRI실 예약을 하기 위해선 손명세 교수가 세브란스병원 기획조정실장인 김모 교수에게 직접 얘기하는게 맞을 것 같은데 증인에게 지시한 이유가 있나?

    최: 제가 기자담당이고…

    변호인: 기자담당은 사회적 이슈에 관해 기자들에게 보도하도록 하는 단계의 문제이고, MRI실 촬영예약이 밀려있는데 누구를 참관시킬 것인지 등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려면, 손 교수가 김모 교수에게 직접 전달하면 될 것을 왜 증인에게 얘기하나?

    최: 제게 지시하는 것이 김OO 교수에게 지시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제 권한으로 가능하다.

    변호인: 공개검진이 끝나고 사과문을 한석주 교수에게 직접 전달했나?

    최: 아니다. 이메일로 전달하고 본인이 보시고 수정했다. 사과문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제가 초안을 작성했다. 한석주 교수는 기자회견 이전에 만난 적이 없다.

    변호인: 한석주 교수가 사과한다는 것을 어떻게 미리 알고 사과문을 써서 갖고 있었나?

    최: 이OO 교수로부터 기자회견 사실을 전달받았다.


    이 같은 최씨의 증언을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한석주 교수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를 목격한 피고측 차기환 변호사는, 즉석에서 재판부에 한석주 교수를 증인으로 요청하고, 대질심문을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 ▲ ▲한석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교수 ⓒ 연합뉴스
    ▲ ▲한석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교수 ⓒ 연합뉴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한석주 교수가 예정에 없이, 증인석에 앉게 됐다. 한석주 교수는 이미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이긴 했지만, 이날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한석주 교수는 증인 최모씨의 증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석주 교수는 최씨가 직접 사과문을 자신에게 전달했으며, MRI실의 예약을 의사의 처방 없이 홍보팀장이 임의로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석주 교수: 제가 수술을 하고 있는데 2시가 가 될 때 쯤, 손명세 교수가 복도에 기다리고 있었다. 수술 중이었기 때문에 20분 후에 나가서 손교수와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자신이 박원순 시장의 경기고 서클 선배인데, '박시장 아들의 공개검진 MRI가 맞다고 한다면 당신이 공식 사과하라’고 부탁했다.

    그 당시 저는 박 시장 본인이 아니라 그 아들을 의심했지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돼 있었고 저도 그 이슈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다음 수술을 마치고 두 개의 MRI를 들여다 봤다.

    그랬더니 동일인이어서 ‘아 사과를 해야겠구나’ 생각을 했다. 당시 연세대 병원장이 전화가 와서 ‘사과할 필요 없다’고 말렸지만, 사과하는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 기자회견장 뒤 준비실에 갔다.

    거기에는 세브란스 병원 홍보팀 직원 최모씨와 엄상익 변호사, 김재춘 서울시 비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씨가 저에게 기자회견문을 줬고 거기서 적절치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제가 수정해 발표했다.

    차기환 변호사: 최씨는 홍보팀장이 MRI 촬영일정을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병원 시스템이 정말 그런가?

    한석주 교수: (고개를 가로저으며) 저희 어머니가 갑자기 아프셔서 MRI를 찍어야 했다. 어머니가 오전에 쓰러졌는데 의사인 제가 처방을 했지만 오후 2시에 촬영할 수 없었다. 홍보팀장은 행정직이고, 홍보실 자체가 MRI처방을 놓고 어레인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근본적인 시스템 자체가 그럴 수 없다. 마치 소장 없이 재판하는 것과 같다.


    한석주 교수가,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사건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12년 2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의 신체검사가 이뤄지기 직전이었다.

    같은해 2월 18일 한석주 교수는 감사원 토론게시판에, ‘박원순 아들 병역비리를 확실하게 규명하여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리면서, 박주신씨의 병무청 병역처분 변경과정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한석주 교수는 이 글에서, “강용석 의원이 제시한 MRI 사진을 보고 강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신하게 됐다”며 “병무청에 제출된 박주신의 MRI는 등(背部, dorsal site) 피하지방층의 두께를 볼 때, 상당한 비만체의 사진이다. 제가 보기에는 MRI가 바꿔치기 된 것이 거의 확실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한석주 교수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의혹을) 규명해 건강한 국가, 사회로 거듭나길 바라며 감사원이 사실을 전 국민에게 규명해 주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3. 지난 공판의 '석회화' 이슈에 이어 제기된 '극상돌기'의 차이점


  • ▲ ▲흉추 부분 극상돌기의 모습. ⓒ 뉴데일리
    ▲ ▲흉추 부분 극상돌기의 모습. ⓒ 뉴데일리



    차 변호사는 “박주신씨가 공군에서 찍은 엑스레이와 영국 비자발급을 위해 세브란스 병원에서 찍은 엑스레이를, 자생병원의 영상과 비교한 결과, 척추 부위의 ‘극상돌기’에서 의학적 차이점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우리가 흔히 등을 만지면, 정 가운데 뾰족하게 솟아난 부분이 바로 ‘극상돌기’다. 흉추를 비롯해 모든 척추에 존재하며, 흉추에 외상이나 수술, 질병 등이 없었던 근접한 기간 동안 촬영된 엑스레이에서 극상돌기의 형태가 명확하게 다를 경우, 다른 개체라고 판단할 의학적 근거가 될 수 있다.

  • ▲ ▲공군에서 촬영한 박주신의 엑스레이상 제1흉추 극상돌기는 환자의 오른쪽으로 휘어져 있다. ⓒ 뉴데일리
    ▲ ▲공군에서 촬영한 박주신의 엑스레이상 제1흉추 극상돌기는 환자의 오른쪽으로 휘어져 있다. ⓒ 뉴데일리
     
  • ▲ ▲세브란스에서 박주신이 비자발급을 위해 촬영한 엑스레이상에서도 제1흉추의 극상돌기는 오른쪽으로 휘어져 있다. ⓒ 뉴데일리
    ▲ ▲세브란스에서 박주신이 비자발급을 위해 촬영한 엑스레이상에서도 제1흉추의 극상돌기는 오른쪽으로 휘어져 있다. ⓒ 뉴데일리
     
  • ▲ ▲자생병원에서 촬영한 피사체의 제1흉추의 극상돌기는 정방향으로 되어 있다. ⓒ 뉴데일리
    ▲ ▲자생병원에서 촬영한 피사체의 제1흉추의 극상돌기는 정방향으로 되어 있다. ⓒ 뉴데일리


    차기환 변호사는 “공군에서 찍은 엑스레이와 비자발급을 위해 찍은 엑스레이에서는 피사체의 제 1흉추 극상돌기가 오른쪽으로 휘어있지만, 자생병원에서 찍은 영상에서는 정방향으로 돼 있다”며, “박주신이 공군에 입대해 찍은 엑스레이와 세브란스 공개신검에서 나타난 피사체의 의학적 차이가 명확해 동일인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차 변호사는 “촬영 방향이나 자세로 인한 것 아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방향 때문이 아니라 극상돌기의 모양 자체가 오른쪽으로 휘어 있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4. "공개신검 영상 편집 안했다"는 서울시, 그러나 명백히 '잘려나간' 5군데의 장면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2012년 12월 22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이뤄진 박주신씨의 공개검진 당시 채널A기자가 우연히 찍은 영상과, 서울시에서 공개검진 전과정을 촬영한 영상 2개를 근거로, 세브란스 병원의 MRI가 박주신 대리인의 것이라는 피고측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우선 채널A의 동영상에서 4층 MRI실로 입장하기 위해 검색게이트를 통과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과 관련, 세브란스 병원 홍보팀 직원이 직접 에스코트 해 MRI실로 들어온 만큼, 대리인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MRI촬영 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상영한 뒤, 각 MRI 모니터 상에 나타나는 실시간 정보와 진행속도를 나타내는 막대그래프를 언급하면서, “방사선사 등에게 확인한 결과, 피고 측 주장대로 미리 촬영된 영상을 끌어올 경우, 촬영과정에서 진행속도를 표시하는 그래프가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 ▲ ▲ 2012년 2월,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씨의 MRI 촬영과 관련돼 언론사에 제공한 사진.ⓒ 연합뉴스
    ▲ ▲ 2012년 2월,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씨의 MRI 촬영과 관련돼 언론사에 제공한 사진.ⓒ 연합뉴스


    화면에서 나타나는 CCTV 시각이 표준시각과 약 10분여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선, “MRI촬영실 기기들의 설정시각이 제각각 달라 오차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고, 이 때문에 논란이 일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피고측은 2012년 2월 22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MRI 촬영 직전, 신체를 계측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박주신씨가 맞지만, 채널A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박주신씨와 동일인물 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박주신씨의 MRI 촬영 당시 모니터에 나타난 실시간 그래프에 대해서 차기환 변호사는, “촬영이 완성된 후 한꺼번에 MRI영상이 뜨고 있음이 확인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이헌 변호사도 “지난 5월 있었던 공판에서 A 방사선사가 ‘촬영된 MRI 영상을 끊어 전송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고 밝힌 만큼, 바꿔치기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피고측은 서울시가 재판부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공개검진 영상 가운데, 촉진장면과 박주신씨가 옷을 갈아입는 장면 등 5곳에서 편집된 흔적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피고측 변호인에 의하면 서울시는 해당 영상이 편집된 것이냐는 질의에 대해, “편집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피고 측의 지적대로, 서울시가 재판부에 제공한 영상이 편집된 것이 맞다면, 서울시는 명백한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영상에서는 박주신씨가 MRI촬영을 마치고 윤도흠 교수로부터 문진을 받는 과정이 불과 10~12초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난 공판 증인이었던 A방사선사는 “10분정도 걸렸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번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세브란스 병원 홍보팀 직원 B씨도 “2~3분에서 5분 사이로 기억한다”며 “10초 내외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의학적으로 디스크 환자가 보여야 할 반응들이 보여지지 않았거나, 실제 박주신이 입고 온 옷이 채널A 인물의 옷과 달라 이를 은폐하려고 편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서울시가 영상이 편집되지 않았다고 거짓으로 회신한 것을 반박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영상감정을 의뢰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박원순 시장의 증인채택과 관련해 ‘유보’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그의 아들 박주신씨에 대해선 검찰이 소재를 파악해 증인신문이 가능하도록 협조를 구하도록 했다. 앞서 서울시는 박주신씨의 소재파악과 관련해 “시정업무와는 관련이 없지만 협조토록 하겠다”는 다소 미적지근한 회신을 재판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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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신씨 병역의혹 관련 재판, 이날 법정에서는..

    “병원 직원은 박원순 아들을 어떻게 알아봤을까?”

    연대 세브란스병원 홍보팀장과 ‘나영이 주치의’의 상반된 증언

    유경표 기자

  • ▲ ▲ 2012년 2월,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씨의 MRI 촬영과 관련돼 언론사에 제공한 사진.ⓒ 연합뉴스
    ▲ ▲ 2012년 2월,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씨의 MRI 촬영과 관련돼 언론사에 제공한 사진.ⓒ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재판장 심규홍)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 2012년 2월부터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주장해 온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심리 2차 공판이 열린 이날, 변호인들은 준비해온 서류를 검토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인물은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홍보팀장 최모씨와 이 병원 홍보팀 직원 이모씨였다. 이들은 2012년 2월 22일 박원순 시장 측이 박주신씨의 신체검사 장소로 이 병원을 선택하면서, 의혹 당사자인 주신씨를 신검 당일 처음 만났다고 진술했다.

    먼저 홍보팀 직원 이모씨가 증인석에 섰다. 그는 법정에 들어서면서 잔뜩 긴장된 표정과 목소리로 증언을 이어갔다. 이씨는 공개검진 당일 박주신씨를 연세대 동문회관 앞까지 마중나간 인물이다.

    주신씨의 신검 당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내부를 촬영한 채널A의 영상을 보면, 신검이 이뤄진 MRI실 게이트를 통과하는 사람이 보인다.

    문제는 이 사람이 박주신씨 본인이냐에 대한 확증이 없다는 것이었고, 변호인 측은 이 부분에 대한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검사 당일 주신씨를 의전한 병원 홍보팀 직원들에 대한 증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김기수 변호사가 이씨에게 박주신을 마중 나가게 된 경위와 당시 상황 등을 증언할 것을 요구했다.


    김기수 변호사: 증인이 2012년 2월 22일 공개검진이 있던 날 박주신을 병원 밖에서부터 장소를 안내했나? 박주신을 본 것은 그날이 처음인가? 누구의 지시로 데려왔나?

    이OO: 세브란스 병원 홍보팀장 최OO의 지시로 제가 데려왔다. 박주신은 그날 처음 봤다.

    김기수 변호사: 박주신을 처음 만난 장소는 어디인가?

    이OO: 병원 옆 동문회관 1층 음식점 부근에 운전기사가 탄 소렌토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다. 왜 그런진 모르나 박주신은 5분 후에야 나타났다.

    김기수 변호사: 박주신을 기다리는 동안 운전기사와 말을 나눴나?

    이OO: 아니다. 운전기사와는 별다른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이때, 차기환 변호사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증인 이씨가 한 말의 허점을 찔렀다.

    차기환 변호사: 증인은 박주신을 당일에야 처음 봤다면서 어떻게 한번에 박주신을 알아볼 수 있었나? 더구나 약속된 장소에 박주신이 5분 후에야 나타났다면, 당연히 증인은 당시 차에 있던 운전기사가 박주신일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나?

    이OO: (당황하며)...그냥 알았다. 나중에 오는 청년을 보고 박주신이겠거니 했다.


    이씨는 뒤늦게야 자신의 말에 논리적 모순이 있음을 깨달은듯, 내뱉은 말을 수습하느라 허둥지둥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후 증언에서 상당부분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일관하면서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방청석에서도 이씨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할 때마다 ‘하-!’하는 헛웃음과 함께 야유가 쏟아졌다.

    이씨의 신문이 끝난 뒤, 다음 증인은 세브란스 병원 홍보팀장 최모씨였다. 잔뜩 굳은 얼굴로 법정에 출석한 그는, 증언 중 수시로 자신의 몸 상태가 안 좋다고 호소하며 쉬는 시간을 가졌다.

    증인 최씨는 공개검진 준비과정에서 자신이 MRI실 예약을 잡았고, 공개검진 이후 사과기자회견을 한 한석주 교수에게는 이메일로 자신이 작성한 사과문 초안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차기환 변호사: MRI실 예약을 하기 위해선 손명세 교수(당시 연세대 보건대학원장/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가 세브란스병원 기획조정실장인 김모 교수에게 직접 얘기하는게 맞을 것 같은데 증인에게 지시한 이유가 있나?


    최OO: 제가 기자담당이고…


    차기환 변호사: 기자담당은 사회적 이슈에 관해 기자들에게 보도하도록 하는 단계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고, MRI실 촬영예약이 밀려있는데 누구를 참관시킬 것인지 등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려면, 손 교수가 김모 교수에게 직접 전달하면 될 것을 왜 증인에게 얘기하나?


    최OO: 제게 지시하는 것이 김OO 교수에게 지시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제 권한으로 가능하다.


    차기환 변호사: 공개검진이 끝나고 사과문을 한석주 교수에게 직접 전달했나?


    최OO: 아니다. 이메일로 전달하고 본인이 보시고 수정했다. 사과문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제가 초안을 작성했다. 한석주 교수는 기자회견 이전에 만난 적이 없다.


    차기환 변호사: 한석주 교수가 사과한다는 것을 어떻게 미리 알고 사과문을 써서 갖고 있었나?


    최OO: 이OO 교수로부터 기자회견 사실을 전달받았다.


    최씨는 MRI실의 예약을, 의사가 아닌 행정직 직원이 할 수 있느냐고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흥분하며, ‘그 정도 권한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 ▲한석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교수. ⓒ 사진 연합뉴스
    ▲ ▲한석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교수. ⓒ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방청석에는 예상치 못한 손님이 와 앉아 있었다. ‘나영의 주치의’로 유명한 한석주 교수는 조용히 공판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방청석에서 최씨의 증언을 유심히 듣던 한 교수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교수는 비교적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짙은 눈썹과 굳게 다문 입술.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에서 ‘할 말은 하겠다’는 강단이 느껴졌다.

    차기환 변호사는 한 교수를 한눈에 알아보고 즉석에서 재판부에 증인신문을 요청했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한석주 교수가 예정에 없이, 증인석에 앉게 됐다.

    한석주 교수의 등장에 증인 최씨는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석주 교수는 최씨의 당황한 기색에도 아랑곳없이 그의 증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석주 교수: 제가 수술을 하고 있는데 2시가 가 될 때 쯤, 손명세 교수가 복도에 기다리고 있었다. 수술 중이었기 때문에 20분 후에 나가서 손 교수와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자신이 박원순 시장의 경기고 서클 선배인데, '박시장 아들의 공개검진 MRI가 맞다고 한다면 당신이 공식 사과하라’고 부탁했다.

    그 당시 저는 박 시장 본인이 아니라 그 아들을 의심했지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돼 있었고, 저도 그 이슈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다음 수술을 마치고 두 개의 MRI를 들여다 봤다.

    그랬더니 동일인이어서 ‘아 사과를 해야겠구나’ 생각을 했다. 당시 연세대 병원장이 전화가 와서 ‘사과할 필요 없다’고 말렸지만, 사과하는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 기자회견장 뒤에 있는 준비실로 갔다.

    거기에는 세브란스 병원 홍보팀 직원 최씨와 엄상익 변호사, 김재춘 서울시 비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씨가 저에게 기자회견문을 줬고, 거기서 적절치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제가 수정해 발표했다.


    차기환 변호사: 최씨는 홍보팀장이 MRI 촬영일정을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병원 시스템이 정말 그런가?


    한석주 교수: (고개를 가로저으며) 저희 어머니가 갑자기 아프셔서 MRI를 찍어야 했다. 어머니가 오전에 쓰러졌는데 의사인 제가 처방을 했지만 오후 2시에 촬영할 수 없었다.

    홍보팀장은 행정직이고, 홍보실 자체가 MRI처방을 놓고 어레인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근본적인 시스템 자체가 그럴 수 없다. 마치 소장(訴狀) 없이 재판하는 것과 같다.


    아동 성폭행 피해자 ‘나영이’ 주치의로 잘 알려진 한석주 교수가,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사건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12년 2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의 신체검사가 이뤄지기 직전이었다.

    같은해 2월 18일 한석주 교수는 감사원 토론게시판에, ‘박원순 아들 병역비리를 확실하게 규명하여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리면서, 박주신씨의 병무청 병역처분 변경과정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한석주 교수는 이 글에서, “강용석 의원이 제시한 MRI 사진을 보고 강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신하게 됐다”며 “병무청에 제출된 박주신의 MRI는 등(背部, dorsal site) 피하지방층의 두께를 볼 때, 상당한 비만체의 사진이다. 제가 보기에는 MRI가 바꿔치기 된 것이 거의 확실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한석주 교수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의혹을) 규명해 건강한 국가, 사회로 거듭나길 바라며 감사원이 사실을 전 국민에게 규명해 주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한석주 교수는 2012년 2월22일, 박주신씨가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MRI를 촬영한 당일, 손명세 연세대 보건대학원장의 권유를 받아들여, 자신이 제기한 병역의혹과 관련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석주 교수는 지난해 5월, 박원순 시장이 김기백 민족신문 대표를 상대로 낸 ‘허위사실유포 금지 가처분’ 사건과 관련돼,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진술서를 통해 “지금도 자생병원 MRI의 피사체가 젊은 나이의 청년일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는 원래의 의학적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실체적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한석주 교수는 서면진술을 통해, 2012년 2월22일 있었던 신체검사 당시 병원을 방문한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았고, 신체검사 현장이 서울시 직원에 의해 통제된 상태였음을 지적하면서, 당시 검사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날 한석주 교수의 등장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검찰은 물론 피고인이나 변호인 측도 한석주 교수가 이날 재판 방청을 위해 직접 법정을 찾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의사의 지시가 없어도, 병원 홍보팀장이 직원으로 MRI 촬영 오더를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 증인 최씨가, 한석주 교수의 등장에 크게 당황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한석주 교수의 증언이 이어지는 동안 증인 최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공판은 매 회 새로운 증거와 쟁점이 등장하고 있다. 변호인들의 증거목록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변호인들은 양승오 박사의 의학적 소견을 바탕으로, 박주신씨가 공군 입대 당시 찍은 ‘공군훈련소 X-Ray’와 자생병원의 X-Ray가 적어도 10여군데 이상의 차이점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공판에서 밝혀진 두 엑스레이의 차이점은 ‘석회화’와 ‘극상돌기’의 차이점이다.

  • ▲ ▲박주신의 자생병원 X-Ray(왼쪽)과 공군 X-Ray(오른쪽). 자생병원의 엑스레이에서는 오른쪽 제1늑골부위에 '석회화'현상이 보이지만 공군엑스레이에선 보이지 않는다. ⓒ 뉴데일리DB
    ▲ ▲박주신의 자생병원 X-Ray(왼쪽)과 공군 X-Ray(오른쪽). 자생병원의 엑스레이에서는 오른쪽 제1늑골부위에 '석회화'현상이 보이지만 공군엑스레이에선 보이지 않는다. ⓒ 뉴데일리DB

     
    ‘석회화’란 나이가 들어 뼈에 발생하는 퇴행성 증상의 하나로 질병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한 번 생기면 없어지지 않으며, X-Ray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신의 자생병원 X-Ray를 보면, 오른쪽 제1 늑골부위에 ‘석회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주신씨가 공군 입대 당시 찍은 X-Ray에는 이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변호인들은 이 같은 차이에 대해 "각각의 X-Ray를 찍은 사람이 동일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극상돌기’의 경우에도 차이점은 명확히 드러난다.

    변호인측은 “공군에서 찍은 엑스레이와 비자발급을 위해 찍은 엑스레이에서는 피사체의 제 1흉추 극상돌기가 오른쪽으로 휘어있지만, 자생병원에서 찍은 영상에서는 정방향으로 돼 있다”며, “박주신이 공군에 입대해 찍은 엑스레이와 세브란스 공개신검에서 나타난 피사체의 의학적 차이가 명확해 동일인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연말 시작된 공판 초기만 해도 박주신씨의 증인채택에 대한 재판부의 입장은 부정적이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사실관계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재판부의 기본적 태도였다.

    그러나 재판부의 입장은 공판을 거듭하면서 바뀌었다. 변호인들이 매회 새로운 증거 혹은 기존 증거에 대한 새로운 분석결과를 공개하면서, 재판부도 ‘공개검증이 필요하다’는 피고인 측 변론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박주신씨가 출석을 하는 것을 전제로 증인신문과 신체검증, 신체검사, MRI촬영, 치아부분 확인 등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나아가 박주신씨의 증인소환 통보와 관련해서도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서울시에 협조요청을 하고, 재판을 통해 신문과 신체검사 등을 하겠다는 취지”라며 “답변이 없다면 기일을 정해 소환을 하고 불응하면 그에 따른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혀, 박주신씨의 증인 소환을 기정사실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