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가 진 후(일몰)와 해가 뜨기 전(일출)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10조와 관련돼, 하루 빨리 대체입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다시 나왔다.
집시법 10조 중 ‘야간옥외집회 금지’ 조항은 200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2010년 7월 1일 이후 효력을 상실했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2010년 6월30일까지 해당 부분에 대한 개정을 요구했으나 국회가 처리를 지연하면서, 야간옥외집회에 관한 입법 불비(不備) 상태는 5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헌재는 야간옥외시위에 대해서도, ‘해가 진 뒤부터 자정까지의 시위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야간옥외시위에 관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은, 해가 진 뒤부터 자정까지의 시위를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우리 사법부가 헌재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을 인정치 않고 있어, 실제 법적용 부분에서 달라진 건 없다.
야간옥외집회 및 시위에 관한 입법 불비 상태가 지속되면서,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그 동안 지속적으로 집시법 10조의 개정을 국회에 촉구해왔으나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국회가 위법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제10조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시간)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
[헌법 불합치, 2008헌가25, 2009.9.24.,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0조 중 ‘옥외집회’ 부분 및 제23조 제1호 중 ‘제10조 본문의 옥외집회’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10. 6. 30.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한정위헌, 2010헌가2, 2014.3.27.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된 것) 제10조 본문 중 ‘시위’에 관한 부분 및 제23조 제3호 중 ‘제10조 본문’ 가운데 ‘시위’에 관한 부분은 각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에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
이런 상황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과 함께, ‘집시법 제10조 효력상실 5년, 바람직한 개정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
이날 발제를 맡은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은 해외 입법 사례를 중심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현행 법제가 “참가자들의 폭력행위를 금지하는 데 분명한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상겸 교수는, 바람직한 집시법 개정을 위헤서는 ‘평화로운 시위의 보장’과 ‘폭력행위에 대한 원천적인 금지’라는 두 가지 분명한 명제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로운 집회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으로서 적극적으로 보호하되, 폭력성을 띨 위험이 있는 집회나 시위는 원천 봉쇄할 수 있도록 분명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지만 법률로 제한이 가능하다는 점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이들 선진국은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이 평화로운 집회만을 보장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미국은 헌법에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불법·폭력집회나 시위는 불법집회죄, 평화교란죄, 소요죄 등 일반적인 형사법규로 규제하고 있다. 독일도 집회의 자유에 대한 보장은, 헌법이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폭력과 불법이 배제된 집회를 전제로 했을 때 가능하다.
따라서 독일 각 주의 집회법은 집회 주최자의 의무와 집회참가자의 의무를 강화하고 있으며, 원칙적으로 무기소지의 금지, 복면착용의 금지 등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지속적으로 신설해, 헌법이 요구하는 평화로운 집회를 위한 법적장치를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 -
이어 김재광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는, '바람직한 집시법 개정의 방향'을 발제하면서 "헌법재판소가 집시법 제10조 본문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려 불법 집회와 시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검찰은 대거 공소를 취하하는 등 형사사법상 혼란이 벌어졌다"고 일침을 가했다.또,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채증활동에 있어,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위해를 예방하고 제거할 필요성과 경찰권의 발동으로 인해 경찰권의 발동대상이 되는 당사자에게 가해지는 기본권 등 권익에 대한 제한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간옥외집회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시간적 규제가 필요한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각국의 법전통, 현재의 집회 및 시위문화의 성숙도, 법과 질서에 대한 존중의 정도, 시간적 규제에 관한 국민의 법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궁극적으로 의회가 입법재량으로 결정할 문제이다.
제반 고려사항을 종합해 볼 때 옥외 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로 해, 집회 및 시위의 권리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집회방해의 문제에 있어서 선순위 집회가 위장집회라고 명백히 판단될 경우에는 후순위 집회를 금지통고해서는 안된다. 또, 반되는 집회라 하더라도 집회의 규모와 성격에 따른 통제 가능성 등을 예측해 후순위 집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 김재광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
-
-
토론자로 나선 이성용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폭력적 집회가 기본권으로서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중요한 기본권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집회의 자유는 평화적 집회의 자유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헌재의 판단은 입법자들에게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입법자들이 자의적으로 22시, 24시라는 시간을 정하는 것은 입법권의 남용이 될 수도 있으므로 보다 과학적․경험적으로 심야집회를 통해 얼마나 위험성이 증가되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반대로 헌재의 판단 이후 평화로운 심야집회가 얼마나 나타났는지도 고민해야만 한다.
- 이성용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이어 김종천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바람직한 집시법의 개정 방향에 대해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집회시위 문화 특성, 국민적인 기질, 국가철학, 역사적인 과정 등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해외의 집회시위 관련 규정을 보면 독일의 경우 야간 옥외집회규정을 입법화하고 있지 않고, 영국도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법규정은 없지만, 경찰의 집회에 대한 폭넓은 재량권 행사를 통하여 집회 및 시위를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각 주(州)나 지방자치단체별로 필요에 따라 관련 규정을 두고 있으나. 집회가 사전에 신고된 내용을 준수하지 않거나 불법시위로 발전할 경우에 경찰의 법집행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집행된다.
야간옥외집회와 금지 시간대에 있어서는 춘하절기와 추동절기를 기준으로 '춘하절기 4월1일 ~ 9월 30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 추동절기 10월 1일 ~ 3월 31일까지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 야간 옥외집회 규정을 법률(안)으로 제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김종천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왜곡된 집단주의를 바탕으로 고정시위세력, 반미 정서, 강성 노조, 국책사업 발목잡기, 지역이기주의, 괴담에 쉽게 흔들리는 여론, 정치권의 포퓰리즘 등으로 집회시위는 점차 대규모로 장기화, 과격화되고 있다"고 지했다.사법부의 관대한 처벌도 집회시위에 대한 불법과 반칙을 용인, 방조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집시법 위반으로 법원판결을 받은 사람은 약 2,000여 명인데 징역형 또는 금고형 선고는 단 4명에 불과하고, 주로 벌금형 판결이며 그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질서유지선 침범, 훼손행위와 폭력 등의 행위에 대해선 처벌수준을 강화하고, 음주자에 대해 집회시위 참여를 제한해야 불법폭력 집회시위를 막을 수 있다.
집시법 시행령 별표1에 일부 주요 문화재와 국가시설을 추가해 그 부근의 집회시위를 제한해야 하며 집회시위 기간 제한을 둬서 타인의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
-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서정범 경찰대학 법학과 교수는 "나날이 복잡다양해지고 있는 사회현상은 국민행위에 대한 국가개입에 있어서 전통적 분류에 속하지 않는 제3의 국가의 관여방식을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행정실무상 많이 활용되고 있는 '수리를 요하는 신고'는 그 대표적 예가 되고 있고, 이러한 일반 행정법상의 논의를 집회시위 관련 규정에도 적용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야간의 옥외집회나 시위에 대한 그간의 논의가 주로 금지'시간'대에만 한정되어 이뤄진 것이 아쉽다.
학문적 시각에서 본다면, 보다 근본적인 논의, 즉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와 같은 사고의 도입에 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집회에서의 채증활동은 집회참가자의 기본권, 특히 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으며,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고려할 때 집회의 자유 그 자체를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채증활동을 위해서는 법률에 근거를 하루빨리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된다.
- 서정범 경찰대학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