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채업자들이) 해코지 안 하게 해주세요. 그게 무섭습니다" (고리사채로 피해를 받다 금융민원센터를 찾은 최모씨)
    "애를 키우는 사람들이 얼마나 불안하겠나. 그것도 신경 써야 한다. 나중에 내가 전화해서 해결이 됐는지 꼭 확인해보겠다"(이명박 대통령)

    고리사채업자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서민을 만난 이명박 대통령은 분개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에서 "사채업자와의 채권채무관계를 찾아서 정리해 부당한 부분을 제거해야한다. 법적 절차를 밟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빌딩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가진 뒤 금융민원센터를 방문, 상담원을 대신해 사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모씨를 만났다. 대구에서 김밥집을 하는 최씨는 3년 전 사채로 100만원을 빌린 것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재 1500만원의 채무를 지고 있다고 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가진 뒤 금융민원센터를 찾아 사채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과 직접 상담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가진 뒤 금융민원센터를 찾아 사채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과 직접 상담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최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이 대통령은 "이자율이 48%로 제한돼있지 않느냐"며 원인을 물었고, 최씨는 "사채는 그런 게 없다. 그 사람들이 부르는 게 곧 법이다"고 부당한 현실을 토로했다. 최씨는 "처음에는 이자율이 60%였는데 돈을 잠깐 못 갚으면 전화오고 난리다. 자꾸 원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거기서 헤어나는 건 정말 힘들다"면서 "벗어나려고 여러 가지 많은 것을 해보다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상담원에 따르면 최씨는 300%가 넘는 연 이자를 물고 있다고 한다.

    '연리 300% 사채' 사연에 "채무액 조정위한 법적 절차 밟도록 하라" 지시

    이 대통령은 상담원을 향해 "우선 (채무를) 재조정해야 한다. 부당한 이자에 대해 채무액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법적 절차를 밟도록 해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최씨가) 자체 신용만으로 안 될 수 있으니 지역신보 등 여러 방면을 알아보도록 해라"고 당부했다. 최씨에게도 "현재 사채업자와의 부당한 채무액을 정리해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사채업자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최씨에게 "어쩔 수 없이 사채쓰는 사람들, 오죽하면 사채를 쓰겠느냐"면서 "나중에 내가 전화해서 해결이 됐는지 꼭 확인해 보겠다. 전화해서 어떻게 됐나 알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최씨로부터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을 직접 메모한 뒤 참모에게 "반드시 챙겨봐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 분은 자영업을 하는 소상공인이다. 돈이 필요해도 사실 몇 천만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몇 백만원 정도인데 몰라서 못받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김밥집 한다고 했는데 맛있게 만드느냐"며 최씨의 안정을 유도하면서 "이제 해결 길이 열렸으니까 용기를 갖고 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누구보다도 장사하면서 사는 분들의 어려움을 잘 아는 사람"이라며 "꼭 용기를 가져라"고 격려했다. 최씨는 "대통령을 뵈니 로또가 된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민원인 연락처 직접 메모, "나중에 꼭 확인해보겠다" 

    금융피해 상담창구로 이동해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이 대통령은 "창구에 있는 사람들이 잘 해줘야한다. 창구에 있는 사람이 열심히 해줘야 국민들이 안다"며 거듭 당부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최씨와 한참 대화를 하면서 '아직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하는 것을 절감했다"면서 "최씨가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니 참모들도 찡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극한 상황에 처한 분이 많이 있다는 생각에 이 대통령도 찹찹한 표정었지만 '꼭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옥석을 가려 구조조정을 할 기업들이 빨리 구조조정이 돼야 건실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직 글로벌 경제위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 경제지표가 다소 개선되고 외국 금융기관들이 긍정평가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조금 버티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정부가 금융기관이 저지른 일 뒷바라지하고 있다"…금융기관 책임 강조

    이 대통령은 "소극적이고 단기적 판단을 하지 말고 정부 구조조정 책임자들이 몸을 던지는 희생정신과 역사적 인식을 갖고 오로지 결과로 평가받겠다는 자세로 일해 달라"면서 "판단이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애정을 갖되 냉철한 판단으로 결단할 수밖에 없다"며 한계기업 정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경제에 대한 일부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경기회복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다소 경계를 늦추는 조짐도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은 위기상황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된다. 이럴 때 일수록 기업들이 기술개발 및 부품소재 개발에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경우에든 정치색을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면서 "지역연고와 같은 정치적 요인이 개입돼서는 안되며,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강한 경고성 당부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은 그동안 금융기관이 저지른 일을 뒷바라지하는 것"이라며 "최고 대우를 받으면서 소극적이거나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여서는 안된다"며 질타했다. 이 대변인은 "과감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가운데 금융기관 책임을 설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