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가 26일 국회에서 OHCHR(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에 대한 기대와 전망을 주제로 북한인권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새누리당 의원인 홍일표 국회인권포럼 책임연구의원, 통일미래포럼 공동대표인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최고위원, 정대철 상임고문 등이 자리했다. -
◆ 북한인권사무소에 국회도 기대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개회사에서 "서울에 인권사무소가 개소된 건 기념비적인 일"이라며 "온 국민들은 함께 축하하고 이걸 어떻게 활용해서 북한 인권을 개선할지를 고민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가 지난 10여 년간 북한인권법도 통과 못시켰다는 질타를 많이 받는다"며 "야당의 두 지도자분들(추미애,정대철)이 오셨으니 올해 안에 통과될 것으로 희망된다"고 야당이 북한인권법 제정을 반대하는 상황을 에둘러 언급하기도 했다.
탈북민 출신인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내가 평양에서 처음 서울로 왔을 때는 북한의 실상을 말해도 한국사회와 국제사회가 잘 안 믿었다"면서도 "인권운동가 한 분 한 분의 땀과 용기와 실천이 깃들어 북한의 실상이 국제사회에 알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어떤 이들은)남북교류협력을 얘기하는데, 그 모든 게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 시키지 않는거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인간다운 권리를 찾고 행위를 할 수없는 오늘의 처지가 연장되는 방치속에서 행해지면 무슨 의미인가"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발을 동동구르면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수십만의 북한 주민이 있다는 걸 우리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은 "북한이 수령단독 독재체제하에서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은 최악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이런 것을 감시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 현장 사무소를 만든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밝혔다.
◆ 인권사무소를 서울에 두게 한 북한인권 보고서UN북한인권서울사무소는 북한 김정은 정권과 일부 야당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23일 서울시 종로구에 개설됐다.
북한인권서울사무소는 앞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인권보고서를 총회에 제출하면서 개소에 박차를 가했다.COI는 유엔 인권이사회로부터 9개 분야(식량권 침해, 수용소관련 인권침해, 고문, 자의적 체포와 구금, 자유의 박탈과 차별, 표현의 자유 침해, 생명권 침해, 이동의 자유 침해, 강제이주)의 조사 권한을 부여받아 인권실태를 취합했다.
조사위원회는 북한에 대해 조사위원들이 방문 조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지만, 북한은 조사 자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서신을 보냈다. 조사위원회는 중국 정부에게도 북·중 접경지역의 방문조사를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중국도 거절했다.
이에 조사위원회는 서울, 도쿄, 런던, 워싱턴 등에서 청문회를 열어 탈북자, 인권운동가, 관계 공무원 등 80여 명의 증인들로부터 증언을 청취했다. 조사위원회는 북한 측에도 증인들의 증언을 반박할 기회를 줬지만 북한은 출석하지 않았다.
조사위원회는 이후 240여 명의 탈북자와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으며, 한국, 일본, 태국, 미국, 북아일랜드, 영국 등을 방문해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위원회는 유엔 회원국들에게 관련 정보제공을 요청해 80개국으로부터 자료를 받기도 했다.
조사위원회는 2014년 2월 7일 북한인권보고서를 작성해 유엔총회에 제출했다. 북한인권보고서의 골자는 북한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으며 현재도 지속된다는 것이었다. 정치적,인종적,종교적 동기에 의해 살인, 노예화, 고문, 강간, 강제낙태, 강제이주, 아사 등을 행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유엔은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취해야 할 조치들을 적시하고 이행을 권고했다.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것과 반인륜적 범죄행위의 책임자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 △유엔총회와 인권이사회가 기존의 북한인권 감시기구의 활동을 장래에도 지속하도록 하는 것 △북한인권사무소를 설치함으로써 북한정권의 범죄행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자료를 수집하는 것 △위의 권고사항이 이행되고 있는가를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것 등이다.
인권보고서가 채택 이후 유엔은 보고서의 권고사항 중 하나인 북한인권사무소를 현장에 설치했다. 북한인권서울사무소의 개설 배경이다.
-
◆북한인권사무소,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나
북한인권사무소는 북한정권의 주민에 대한 인권 개선을 촉구할 수 있다. 통일 이후 반인륜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을 전제한 인권사무소 전반의 업무는 북한의 자유화와 민주화를 이룩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이날 토론에 나선 윤남근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특별위원장은 북한인권사무소의 역할에 대해 "북한정권의 인권침해 행위는 현재진행형"이라며 "사실과 증거의 기초위에서 새로운 인권침해 사실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인권법 제정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북한인권문제가 뚜렷한 진전 없이 교착 상태에 있는데, 여기에는 정부, 여야, 학계, 언론계, NGO 모두 책임이 있다"며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기초적 책임이 있다는 선언을 법제화 하는 것이 북한인권법 제정"이라고 주장했다.
조정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장사무소의 임무별 고려사항에 대해 제안했다. 그는 △감시 및 기록 강화 △책임규명 보장 △특별보고관 지원 △국가 등 모든 이해당사자의 관여 및 역량강화 증진 △북한인권 상황의 가시성 유지 등을 고려해야한다고 했다.그러면서 "COI의 활동 성과를 바탕으로 (북한인권사무소를) 확대,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선 정부와 NGO들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인권 현장조직과 별도로 우리도 통합 이후 북한 내 인권유린 행위를 처리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통합된 자료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통일 이후 전환기 정의(과도기·Transitional Justice)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자료의 축적과 세부방안의 수립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범석 경희대 교수는 "서울사무소는 유엔의 기구로써 독립적인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며 "정부나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사무소와 협력하는 것이 유엔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