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영문판 등 리사 프란체티 주한 美해군사령관 이임식 인터뷰 인용보도
  • ▲ 2014년 설 인사를 위해 한복을 입은 리사 프란체티 前주한 美해군사령관. 지난 5일 이임식을 마친 뒤 본국으로 돌아갔다. ⓒ유튜브 설 인사 영상 캡쳐
    ▲ 2014년 설 인사를 위해 한복을 입은 리사 프란체티 前주한 美해군사령관. 지난 5일 이임식을 마친 뒤 본국으로 돌아갔다. ⓒ유튜브 설 인사 영상 캡쳐


    지난 5일 경남 진해에서 열린 리사 프란체티 주한 美해군사령관의 인터뷰에 좌익 성향 매체들이 들끓고 있다. “美해군도 제주해군기지를 사용했으면 한다”는 말 때문이다.

    연합뉴스 영문판은 지난 5일 리사 프란체티 제독(美해군 소장)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리사 프란체티 제독은 이때 “제주 해군기지가 완공되면, 美해군도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리사 프란체티 제독은 이임식 뒤 언론들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美해군 7함대는 진심으로 한국의 항구에 함선들을 보내기를 좋아한다”며 “美해군은 한국의 남쪽 휴양지인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즉시 항해와 훈련을 목적으로 함선을 보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리사 프란체티 제독은 “우리(美해군)가 배를 끌고 올 수 있는 어느 항구라도 우리는 더 큰 자유와 훈련을 위해 훌륭하게 이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사 프란체티 제독의 발언은 미군이 동맹국과의 관계를 설명할 때 통상적으로 말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민중의 소리’와 제주의 일부 매체들은 “미국이 중국 봉쇄정책을 위해 제주해군기지를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민중의 소리’는 리사 프란체티 제독의 발언 가운데 ‘제7함대’라는 부분을 부각시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면서 했던 이야기를 ‘근거’로 내세웠다.

    2012년 9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장하나 새민련(당시 민통당) 의원이 “제주해군기지의 규모로 볼 때 美해군이 보유한 핵추진 항공모함이 입항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이 설계는 주한 美해군 사령관의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여기다 美해군 제7함대에는 일본 요코스카 기지를 모항으로 하는 핵추진 항공모함이 있으니 美해군 제7함대 함선이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한다면 당연히 핵추진 항공모함도 들어올 것 아니겠느냐 게 ‘민중의 소리’ 측 ‘논리’다.

  • ▲ 2015년 12월 완공 예정인 제주해군기지 조감도. 구축함 뒤에 보이는 것은 항공모함이 아니라 독도함이다. ⓒ해군 제공
    ▲ 2015년 12월 완공 예정인 제주해군기지 조감도. 구축함 뒤에 보이는 것은 항공모함이 아니라 독도함이다. ⓒ해군 제공


    ‘민중의 소리’는 “프란체티 사령관의 발언들은 美해군이 ‘항해’와 ‘훈련’을 목적으로 한 ‘제주 해군기지 이용’ 의사를 공개적으로 내비친 첫 사례”라면서 “그동안 시민사회에서는 제주 해군기지의 ‘미군기지화’ 가능성을 제기해 왔으나, 정부 당국은 이를 부인해 왔다”고 주장했다.

    ‘민중의 소리’는 여기에 더해 “美함선들이 이용하는 제주해군기지는 향후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군사동맹’ 차원에서 중요한 거점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아직 완공되지도 않은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측이 자주 내세우는 주장이다.

    제주해군기지에는 15만 톤급 대형 크루즈 여객선이 정박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초기에 해군기지로만 사용하려 했던 군 당국의 설계에 대해 제주 주민들과 환경 단체들이 반발, 민관 복합항으로 설계가 변경된 것이다. 여기에 주한 美해군 측에서 요청한 것은 초대형 핵추진 항공모함의 입항 보다는 강습 상륙함의 원활한 입항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민중의 소리’가 주장한 “한미일 군사동맹의 제주해군기지 거점화”가 사실 어려운 이유는 이렇다.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 동해함대 사령부(닝보)와 불과 600km, 북해함대 사령부(칭다오)와 640km 떨어진 제주에 미군의 핵심전력인 핵추진 항공모함과 그 호위전력을 배치 또는 입항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中인민해방군이 자랑하는 DF-21D 대함 탄도미사일과 창젠 10호 장거리 순항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한 핵추진 항공모함이 단독으로 운항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런 주장의 현실성을 떨어뜨린다. 제주해군기지에는 최대 구축함 20여 척과 15만 톤급 크루즈 여객선이 정박할 수 있다고 하지만, 美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전투단 전력은 이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여기다 美항모전단 승무원들이 배에서 내려 움직일 만한 배후 도시도 없다.

  • ▲ 제주해군기지 반대세력들이 공사장 주변에 내건 플래카드. 이와 똑같은 주장을 하는 곳이 북한과 中공산당이다. ⓒ뉴데일리 DB
    ▲ 제주해군기지 반대세력들이 공사장 주변에 내건 플래카드. 이와 똑같은 주장을 하는 곳이 북한과 中공산당이다. ⓒ뉴데일리 DB


    이들의 주장보다는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는 ‘항공모함’이라고 부르는, 美해병대의 ‘강습상륙함’이 입항할 가능성이 훨씬 현실적이다.

    현재 美해군 제7함대에 배속돼 일본 사세보 기지에 주둔하는 CTF 76(제76임무부대)의 강습상륙함 ‘본햄리처드’의 경우 배수량 4만 1,000톤 급으로 2,000여 명의 해병대 병력, AV-8B 해리어 공격기와 이들의 상륙을 돕는 CH-46 시나이트 수송헬기, 대형 공기부양정 LCAC 2대를 싣고 다닌다.

    美해병대 강습상륙함이 제주해군기지를 이용하게 되면, 제주방어사령부의 핵심 축인 해병대와 수시로 연합훈련도 가능하고, 해군 제7기동전단과의 연합훈련도 쉬워진다. 다만 美해병대 강습상륙함은 핵추진 항공모함과 달리 호위 전력은 많지 않다. 따라서 中공산당이 주장하는 ‘중국 침략전력’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된다.

    즉 주한 美해군 사령관이 이임식에서 언론에 한 말만 갖고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제주해군기지를 드나들 것”이라는 좌익 성향 매체들의 보도는 안보적 측면에서의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한미일 군사동맹에 반대하는 진영의 주장을 비판 없이 받아들여 호들갑을 떠는 데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