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이 인천광역시장 후보를 선정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선정한 인물이 뜻밖의 인물이었다. 바로 최기선 전 인천시장이었던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은 최기선 전 인천시장(이하 최씨)을 열린우리당 인천시장 후보로 사실상 확정했고 최씨는 30일 출마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최씨는 어떤 인물일까? 최씨는 서울법대 출신으로 민자당 국회의원, 제 7대 인천시장을 거쳐 민선 초대 인천시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최씨는 98년 안상수 후보를 이기고 자민련 소속으로 인천시장에 재선되었던 바 있다.

    열린우리당과 최기선의 잘못된 만남(?)

    나는 최기선 전 인천시장의 열린우리당 인천시장 내정을 보고 갑자기 ‘잘못된 만남’이란 가수 김건모의 히트곡이 생각났다. 열린우리당이 그동안 내세우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 열린우리당 인천시장 후보로 결정된 것이다. 사실 열린우리당의 이미지 변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보궐선거 때도 열린우리당은 열린우리당의 기존 이미지와는 무관한 인물을 후보로 내세운 바 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서울-경기-인천에서 내세운 후보는 하나같이 열린우리당의 기존 이미지와 거리가 있는 후보들이다.

    서울시장 예비후보 강금실 후보 역시 열린우리당의 기존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으며 이는 이계안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진대제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최기선 후보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최기선 후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민주노동당 측의 입장을 들어보자.

    최기선 열린우리당 후보? 민주노동당이 기가 막혀!

    아래 내용은 26일자 민주노동당 브리핑의 일부 내용이다.

    [열린우리당이 인천시장 후보를 최기선 씨로 확정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이 선거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기선 후보가 누구인가. 민자당과 신한국당을 거쳐 자민련까지 두루 섭렵했고, 뇌물수수 혐의로 실형까지 받았던 낡은 정치인이다. 열린우리당이 개혁정치를 이야기 하면서 이런 분을 공천한다는 사실이 기가막히다.]

    [포장지는 개혁정치 명품정치이지만 내용물은 보수정치 짝퉁정치로 가득한 열린우리당의 나약한 정체성이 확인되는 공천이다. 차라리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후보를 내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기가 막히단다. 아마 최씨 공천을 지켜 본 열린우리당 열성 지지자들도 기가 막힐 것이다. 도대체 열린우리당은 무슨 생각으로 최씨를 공천한 것일까? 국민 대화합을 위해 보수진영과의 타협을 결정하고 결정을 한 것일까? 우리 보수진영이 선점해야 할 국민 대 화합이란 과제를 열린우리당이 낚아 채가려는 것일까?

    그런데 아무리 봐도 최씨 같은 인사를 열린우리당이 후보로 내세워가지고는 국민 대화합이 아니라 ‘국민 대분열’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마 열린우리당을 선택했던 국민들은 ‘국민 사기극’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열린우리당-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들은 왜 희망돼지를 바쳤나

    노무현 대통령의 등장과 열린우리당이 이만큼 번창하는데에는 많은 국민들의 눈물 겨운 성원이 있었다. 많은 국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희망돼지’를 내놓았고 어느 인터넷 매체에서는 생활보호대상자로 어렵게 사는 노인이 노무현 후보를 위해 성금을 내놓은 것을 부각시키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그리고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참으로 눈물겹게 뛰었다. 적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의 자발적 열성은 참으로 대단했다. 그런 점은 우리 보수진영이 본받아야 할 점이다.

    그러나 지난 2002 대선과 2004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세력이 내세웠던 논리와 지금 열린우리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매우 다르다.

    ‘한나라당 찍으면 전쟁난다.’

    ‘한나라당 대통령 나오면 강남만 잘 살게 된다.’

    ‘친일에 뿌리를 둔 한나라당은 민정당의 후신인 악의 세력이다.’

    ‘보수들이 기업 뿐만 아니라 지자체 권력까지 이 나라의 모든 것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대권이라도 찾아와야 한다.’

    ‘개혁을 위해 탄핵 기득권 세력을 무찔러야 한다.’

    ‘보수신문, 한나라당, 강남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

    2006년이 된 지금, 지난 대선과 지난 총선의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의 논리를 다시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앞선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책 가운데 하나가 강준만 교수가 쓴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이란 책이다. 아마 이 책을 읽고 많은 이들이 감명을 받아 그리도 열심히 노무현 후보와 열린우리당을 위해 열심히 뛰고 어렵게 모은 돈을 희망돼지에 담아 내놓았으리라.

    그야말로 지금 형국은 ‘열린우리당과 국민사기극’이 아닐 수 없다. 전반적으로 한국 정치판을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어이가 없다. 노무현 후보와 열린우리당을 위해 희망돼지를 내놓았던 이들이 딱하고 그들의 이웃인 내 자신이 딱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