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부패 한명숙 내쳐라' 親盧 문재인에 돌직구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재신임 놀음'에 골몰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를 향해 '반부패'의 돌직구를 꽂았다.

최근 당의 혁신 방향과 관련해 연일 각을 세우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는 2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친노 지도부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를 감싼 태도를 '부패 척결'이라는 측면에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법원 판결까지 불복하는 우리 당의 태도는 일반 국민의 정서에 비춰볼 때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윤리 의식이 부족하고 온정주의가 넘친다"고 비판했다.

이는 구체적인 실명만 거론하지 않았을 뿐 지난달 20일 대법원으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문재인 대표는 판결 직후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법리의 판결이 아니라 정치적 판결"이라며 "한명숙 전 총리가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임을 확신한다"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여당의 부패와 추문이 끊이지 않는데도 우리 당의 지지율이 높아지지 않는 것은 국민의 눈에 우리 당이 여당에 비해 더 도덕적이고 깨끗하다는 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자성했다.

이어 "부패와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국민은 분노했지만 당 지도부는 거꾸로 감싸는 행동을 보여줬다"며 "이를 제지해야 할 혁신위는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표가 같은 친노(親盧·친노무현)라는 이유로 적극 감싼 탓으로,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달 24일 구치소로 들어갈 때에는 수많은 당 의원들이 나와 환송을 하는 기이한 광경이 연출됐다. 한명숙 전 총리 또한 검은색 옷을 입고 나타나 "사법정의가 죽었기 때문에 상복을 입었다"며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 때 진실은 언제든 밝혀질 것"이라고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였다.

게다가 혁신위원 중 유일하게 이러한 '한명숙 감싸기'를 비판한 이동학 혁신위원은 이후 당내 친노·운동권 세력의 맹비난에 부딪혀 자신의 발언을 공개 사과해야 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행태를 비판한 안철수 전 대표는 이후 한명숙 전 총리를 제명할 것을 촉구하며 문재인 대표를 압박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부패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영구퇴출해야 하며, 그 기준은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라며 "단 한 건이라도 부패 혐의로 법원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당원은 형이 확정된 날에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즉시 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부패 혐의로 최종 유죄 확정된 당원을 즉시 제명하라"며 "부패 연루자와 확실하게 연을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친노 인사들을 대거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내리꽂아 지금의 친노패권주의 계파 정치가 가능하게끔 토양을 마련해 준 한명숙 전 총리를 문재인 대표가 스스로의 손으로 내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혁신 의지'를 시험할 리트머스지로 '한명숙 제명'을 내걸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명숙 전 총리 제명 등 본질적인 혁신을 외면한 채 재신임 놀음 등 정치 파워게임에만 골몰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같은 날 오후에 열릴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 불참을 예고하며 "당대표 재신임은 국민의 눈에는 그들만의 싸움일 뿐 혁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금까지 정당에서 대표 재신임 투표를 한 전례를 찾기 힘들다"며 "재신임을 아무리 여러 형태를 통해 관철한다 할지라도 당의 혼란과 분열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이른바 '근본적인 혁신'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신당행(行)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제안한 한명숙 전 총리 제명 등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 대해 "반드시 제안한 사항을 당 지도부에서 관철해주도록 부탁한다"고 비껴갔다.

이어 이날 신당 창당을 선언한 천정배 의원과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른 외부의 동향에 신경쓸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당이 혁신되는 게 지금은 뭣보다 중요하다"고 '지금'에 한정지어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로 그치지 않고 추석 연휴 이후 △낡은 진보 청산 △새로운 인재 영입 등과 관련해 계속해서 기자간담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혁신안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통과시킨 뒤 재신임에 한 눈이 팔려 있는 문재인 대표를 향해 '근본적인 혁신'이라는 주제로 묵직한 돌직구를 세 번 연달아 꽂겠다는 계획이다.

'낡은 진보'는 운동권적 교조주의에 매몰돼 있는 친노 세력이 대표적으로 보이고 있는 행태이며, 새로운 인재 영입도 폐쇄적인 계파패권주의에 갇혀 있는 친노 세력 때문에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이 모두가 문재인 대표를 직간접적으로 겨냥하는 기자간담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연이은 기자간담회에서도 한명숙 전 총리 제명 등 분명 '근본적인 혁신'에 해당하지만 문재인 대표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카드가 연이어 제시될 경우, 문재인 대표의 혁신 의지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와의 회동에서 세 가지 근본적인 혁신 방안(부패 척결·낡은 진보 청산·새로운 인재 영입)을 제시했기 때문에 오늘의 기자간담회는 그 첫 번째로 부패 척결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며 "당장은 국정감사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추석 연휴 이후에 계속해서 실천 방안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