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등 새누리 일부 의원들, 복지관 등 불우이웃에 선물 전달 앞장
  • ▲ 2015년 추석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국회 의원회관으로 배달된 추석선물.ⓒ연합뉴스
    ▲ 2015년 추석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국회 의원회관으로 배달된 추석선물.ⓒ연합뉴스

    국회 의원회관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 택배 풍년'이 찾아왔다.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23일 의원회관 1층 안내실은 전국 각지에서 의원실로 보낸 추석 택배 선물로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국정감사 기간 중에도 추석선물은 쉴새없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의원실 사무실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의원 사무실 한켠에는 사과와 배 등의 택배 상자가 수북이 쌓여있었고, 다른 의원실에도 각종 선물 상자들이 보였다.

    회관 로비 안내실에는 택배업체 직원들이 손수레를 이용해 회관 밖에서 안으로 부지런히 선물상자를 옮겼고, 의원실 직원들은 로비에 수시로 드나들며 손수레에 택배를 가득 담아 끌고 가는 모습도 보였다.

    물품은 사과나 배 같은 과일을 비롯해 홍삼, 표고버섯, 건어물 등 지역 특산물이 상당했고, 군 부대 전우회에서 보낸 것으로 보이는 캠핑용 물품도 눈에 띄었다. 언뜻 보기에도 최소 5만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상당수였다.

    경기불황으로 소박한 추석 명정을 준비하는 서민들의 입장에선 이런 모습이 달갑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치권이 국정감사 기간 중임에도 계파싸움을 벌이면서도 추석 선물은 꼬박꼬박 챙기는 모습에 국민적 시선이 고울 리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추석을 맞아 국민을 웃게 할 선물은 과연 무엇이냐는 지적이다. 
  • ▲ 2015년 추석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국회 의원회관으로 배달된 추석선물.ⓒ연합뉴스
     
  •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22일 대전의 한 복지센터를 방문해 추석선물을 기부한 모습.ⓒ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22일 대전의 한 복지센터를 방문해 추석선물을 기부한 모습.ⓒ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이런 가운데 정치권 한켠에서 추석선물을 불우이웃에게 기부하는 나눔 실천의 신(新)바람이 불고 있어 주목된다. 비교적 양심 있는 의원들의 바람직한 행동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추석맞이 나눔 배려 문화 확산에는 부산 초선 출신의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앞장섰다. 이달 초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에서 김종훈 의원이 의원회관으로 배달되는 추석선물들을 거론하면서 "마음만 받겠다는 선언을 하자"고 제안하자, 하 의원이 "그럼에도 보내오는 것들은 받은 그대로 고아원, 양로원에 보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하 의원의 예상되로 추석 선물 거부에도 상당한 택배가 의원실로 배달됐고, 하 의원은 선물을 장애 복지시설 등에 기부하며 약속 실천에 나섰다.

    하 의원은 통화에서 "되도록 추석선물을 안 받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배송된 물건은 되돌려보낼 수가 없어서 불우이웃 돕는 차원에서 기부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며 "추석선물들을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모인 복지센터에 기부했다.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가급적 지역구인 부산에는 안 하려고 했고, 대전까지 가서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서도 "보내주신 추석 선물! 따뜻한 마음만 간직하고, 선물은 복지시설에 잘 전해드렸습니다"면서 "더 많이 관심 가져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만 안고 돌아섰습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에서는 하태경 의원을 주축으로 추석선물 나눔 실천 확산 움직임이 포착된다. 하 의원 뿐만 아니라 몇몇 의원들이 추석선물을 기부할 사회복지시설을 물색하는 등 후속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 의원은 나눔배려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추석선물 기부에 동참한 의원들의 실명과 선물을 전달한 장소 및 개수 등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더미 국회 추석선물 속에서 의원들의 기부 동참 릴레이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이른바 '김영란법' 통과에도 불구, 의원에게 전달되는 선물이 끊이지 않아 관련법을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하태경 의원이 추석선물 기부에 앞장선 모습은 국회에서 참 보기 드문 의미있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옥남 실장은 이어 "특히 국회가 추석을 앞두고 국정감사 기간임에도 정쟁과 외유 논란을 빚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많은 의원들이 이런 선도적 기부에 동참해야 한다"며 "추석선물을 불우이웃 등 어려운 분들과 함께 나누는 현상이 확대된다면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