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를 주름잡는 남자 골프 스타들이 인천 송도에 모였다.
미국팀과 세계연합팀(유럽 제외) 선수들이 자웅을 겨루는 '2015 프레지던츠컵'이 7일 공식 개막식을 시작으로 8일부터 나흘간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GC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1994년 출범해 올해 11번째(2년 주기로 개최)를 맞는 '골프계의 월드컵' 프레지던츠컵이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골프 대중화가 이뤄진 영어권 국가에서만 열렸다. 전 세계 225개국에 30개 언어로 중계된다.
프레지던츠컵(The Presidents Cup) 명칭은 개최국의 대통령이나 총리가 명예의장을 맡는 데서 비롯됐다. 2013년 미국 대회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명예의장을 맡았다. 올해는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명예의장 타이틀을 쥐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골프 실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주변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골프와 거리가 멀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신 탁구, 테니스, 배구를 즐겼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인은 "박 대통령은 아예 골프를 못한다"고 말했다.
7일 밤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박근혜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팀 핀첨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커미셔너, 유정복 인천시장 등 2,700여명이 참석했다. 대회에 출전하는 각 팀 12명의 선수들은 전통 취타대의 힘찬 연주와 함께 식장에 입장했다.
참가국 국가 제창에 이어 환영사를 한 부시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명예의장을 맡아 줘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또한 "이 대회는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다는 데 의의가 크며 각국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대회를 축하했다.
인천 대회의 명예의장인 박근혜 대통령은 축사에서 "우정과 희망,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프레지던츠컵 대회를 통해 골프가 우리 국민에게 더욱 친숙한 스포츠로 자리잡고 세계 골프 발전에도 기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곳 인천은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으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던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곳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대부분이 한국전쟁 때 우리에게 도움을 줬던 참전국 출신이라고 들어 더욱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골프가 부가가치도 많이 창출하면서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16년 리우올림픽부터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이 돼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 축사를 마친 후 선수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촬영 전에는 미국 측 선수들에게 골프 스윙하는 동작을 취하면서 영어로 "Instead of saying cheese let’s say hit’em straight hit'em long!(치즈 대신에 똑바로 멀리 치자라고 하자)"이라며 친근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건넨 발언은 골퍼들에게 행운을 비는 일종의 파이팅 구호이자 덕담이다.
박 대통령은 이후 단상을 내려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배석해 있는 10번 테이블 쪽으로 다가 가 인사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오랜만입니다. 한국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어 감사합니다"라고 안부를 전했다. 아버지 부시에 대한 건강과 안부도 물었다.
이에 부시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오른편에서 행사장 입구까지 배웅하면서 "잘하고 계십니다.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계십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감사합니다"라고 답하면서 악수를 하고 행사장을 빠져 나왔다.
한편, 프레지던츠컵의 경우 대회 명칭에 후원 기업 타이틀을 붙이지 않는 등 상업성을 배제하며 대회 수익금은 선수단이 지정하는 곳에 기부한다. 출전 선수들도 경기 결과에 따른 상금을 받지 않는다.
1994년 첫 대회 수익금은 75만달러. 이후 1996년 80만달러, 1998년 290만달러 등 대회 때마다 꾸준히 증가했다. 2013년 대회는 5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10회 대회를 통한 수익금의 총 기부액은 3,145만달러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