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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의 재난'으로 일컬어지는 최악의 가뭄을 해갈하기 위한 마지막 비장의 카드로 4대강에 저장된 물이 떠오르고 있어, 이명박정부에서 진행된 '4대강 사업'의 재평가로 연결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명박정부는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의 바닥을 준설하고 보를 건설하는 4대강 사업을 진행했다. 16개의 보를 건설했지만, 4대강 사업의 최종 단계인 지류·지천 정비 사업은 야당의 반대로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마무리짓지 못했다.
이처럼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던 4대강 사업이, 올해 들어 보령댐이 바닥을 드러내고 섬진강댐의 저수 용량도 위험 수위에 이르는 등 최악의 가뭄 피해를 맞이해 재평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극심한 가뭄은 올해 대정부질문의 화두가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서천)은 13일 대정부질문에서 "충청 서부권이 유례 없는 가뭄으로 보령댐의 저수 용량이 바닥을 드러내고 제한급수가 실시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이정현 최고위원(전남 순천·곡성)도 "지금 가뭄이 아주 극심하다"며 "섬진강 댐은 담수량의 7%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물이 굉장히 적고, 주암댐도 38%로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러한 가뭄이 농업 뿐만 아니라 공업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여수여천 화학공업단지, 광양공단을 포함한 공단의 물 부족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가 굉장히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진행된 지역은 가득 채워진 물이 출렁거리고 있어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의 보가 담을 수 있는 저수량은 6억2600만t이라는 막대한 양인데, 현재 이미 만수량이다. 이에 따라 4대강 본류 주변 지역에는 생활·농업·공업용수가 하루 460만t씩 공급되고 있다. 사업 결과, 전체 77만2000㏊ 수리답의 28%에 해당하는 21만4000㏊의 농경지에 농업용수 공급이 가능해지기도 했다.
보가 설치되면서 131곳의 취수·양수장의 취수장애도 해결됐다. 2012년 이후 본류 용수 부족에 따른 댐의 추가 방류가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창녕)은 13일 대정부질문에서 "지금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인데도 4대강 유역은 관리수위를 넘어 물이 넘쳐흐르고 있다"며 "물이 넘쳐흐르는 4대강과 바닥이 드러나고 땅이 타들어가는 가뭄 지역의 풍경이 너무 대조적"이라고 개탄했다.
4대강 사업을 통해 수자원 저장고를 만든 선견지명이 새삼 돋보인다. 마치 7년 간의 기근에 대비해 7년 간의 풍년 동안 온 이집트 땅에 저장고를 만들어 식량을 거두었다는 구약 창세기의 요셉의 일화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문제는 거대한 수자원 저장고를 기껏 만들어놨는데도, 4대강 본류 주변의 협소한 지역 외에 여타 지역은 혜택을 입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류·지천의 정비가 이뤄지지 못했고, 수자원 공급시설(관로) 설치 현황도 미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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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은 4대강 본류에 풍부하게 저장돼 있는 물을 급수 차량으로 직접 가뭄 지역에 실어나르는 정도인데, 극심한 가뭄 피해에 비하면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대응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다. 반면 4대강 본류는 저수량이 만수위에 이르러, 관리 수위를 넘는 물을 방류해버리는 등 아까운 수자원 낭비가 연일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따라 조해진 의원은 "4대강 사업을 할 때 왜 섬진강은 함께 하지 않았느냐, 지류·지천 정비도 왜 함께 하지 않았느냐는 아쉬운 소리가 나온다"며 "앞으로 기후 변화가 더욱 심해질텐데 정치적 논란 때문에 미뤄졌던 지류·지천 정비 사업에 시급히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는 황교안 국무총리도 "4대강 사업을 통해 많은 수자원이 확보돼 있는데 사회적 논란 때문에 활용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수자원 관리 대책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지류·지천 정비 사업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야당의 반대도 예상되는 만큼 당장 4대강 사업을 통해 마련된 풍부한 수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관로 매설이 제시되고 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14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오늘 아침에 가뭄대책 관련 당정협의가 있었다"며 "충남 서부권 가뭄 해소를 위한 보령댐 관로 사업을 이달 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것을 시작해 4대강 댐과 보를 가뭄대책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령댐 관로 사업이란 구체적으로,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금강 백제보로부터 보령댐 상류까지 21㎞ 구간에 관로를 설치하는 사업을 가리킨다. 이 관로가 완공되면 충남 서부 지역의 광역 상수원인 보령댐으로 금강 백제보에 저장돼 있는 풍부한 수자원을 바로 보낼 수 있어, 이 지역의 가뭄 해갈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4대강 보의 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 용역도 진행 중이다. 정부·여당은 연구 용역 결과를 검토해 4대강의 물을 활용하기 위한 추가 예산을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타이밍이 한 박자씩 늦는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가 잦아질 것으로 보고, 선견지명을 발휘해 4대강 사업에 착수했던 것과는 영 대조적이다.
관로 건설은 많은 사업비가 들어가고 몇 년씩 걸리는 작업이다. 보령댐과 백제보를 연결하는 관로 설치만 해도 625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진작 앞날을 내다보고 착수했더라면 지금 논바닥이 갈라지고, 제한급수로 인한 국민의 원성은 없었을 것이다.
진행 중인 연구 용역에도 문제가 있다. 연구 용역 결과가 2016년 10월에나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17년 예산에 반영할 수가 없다. 2018년 예산은 정권이 교체된 다음에 편성되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조해진 의원도 이 점을 가리켜 "4대강에 넘치는 물을 관로를 매설해 가뭄 지역에 사용케 하는 사업의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인데 결과가 내년 10월에나 나온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결과가 나오게 해서 2017년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총리가 독려해달라"고 당부했다.
황교안 총리는 "치수 문제는 여러 부처가 관련된 업무이기 때문에 총리실에서 관리하면서 우선 급하게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며 "관로를 연결하는 것도 당초 계획보다 당겨서 가급적 조속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