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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필요한 예산을 올해 예비비에서 조달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에서 관련 예산 증액에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거세게 반발했다.
앞서 19일 종합편성채널 MBN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필요한 예산 44억 원 전액을 올해 예산의 예비비에서 지출하기로 의결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러한 예산 편성은 국가재정법과 행정절차법에 위배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새정치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교과서 편찬에 필요한 내년 예산 44억 원 전액을 올해 예비비로 지출하기로 한 것은 헌법적 가치를 뒤집는 일방적인 목표를 향한 법과 절차의 생략"이라며 "위헌이 위헌을 낳고, 불법이 불법을 낳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국가재정법은 예비비를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과 초과지출에 충당하기 위해서만 지출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교과서 국정화에 필요한 예산을 예비비에서 지출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제 행정예고 중이기 때문에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지출을 의결할 국법상의 행위가 없었다"며 "쓰더라도 내년에 써야 하는데, 미리 돈을 빼돌려놓고 쓰겠다는 것은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우회하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재정법은 제22조에서 예비비의 사용 목적을 제한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과 '예산 초과지출'에 이를 한정하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이 두 가지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 예산의 예비비 조달은 국가재정법 제22조에 위배된다는 게 새정치연합의 주장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행정절차법도 제46조에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예고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행정예고는 이 기간 중에 국민이 반대하면 (행정행위를) 거둬들일 수도 있다는 국민주권주의의 법률적 표현인데, 행정예고 중에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이미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국회의 존재 의의 자체가 사라졌다며 격렬히 성토했다.
이춘석 원내수석은 "예비비는 홍수가 난다든지 이런 자연재해에 사용하라는 국민의 세금"이라며 "교육부총리와 예비비를 엄격히 통제해야 할 경제부총리, 국무총리, 대통령이 국가의 예산위계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려버렸다"고 비난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국회법 파동을 통해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시켰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필요한 예산의) 예비비 조달 절차를 통해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짓밟았다"며 "국회가 가진 권한이 송두리째 짓밟혔다"고 언성을 높였다.
나아가 "국회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으니 당장 해산해야 한다"며 "무슨 일을 하라는 것이냐"고 반어법을 사용해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러한 야당의 공세에 대해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같은 날 YTN 〈이슈오늘〉에 출연해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교과서를 바로잡으려면 시간이 부족하다"며 "예비비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지금 좌편향된 역사교과서(를 바로잡는 것)처럼 시급한 상황이 어디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이장우 대변인은 "기본 예산에 포함돼 있는 예비비는 이런 현안이 발생하면 쓰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를 가지고 정치쟁점화를 하는 것을 빨리 버리고 정상적인 국회 활동으로 돌아오는 것이 야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권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