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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제시한 대통령과 여야 당대표가 만나는 '3자 영수회담'을 원내대표까지 확대하는 5자 회동으로 성사시켰다. 당초 문재인 대표는 국정 교과서 논란을 비롯한 국정현안 전반에 대한 논의를 위해 당대표만 참석하는 형식을 요구했지만, 사실상 청와대가 거부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현안 전반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데 이종걸 원내대표의 역할도 중요하다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 여야 지도부를 만나는 건 지난 3월 중동 4개국 순방 결과 설명을 위한 김무성- 문재인 여야 당대표 3자 회동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총력을 다해 추진한 국정교과서 문제가 이번 5자 회동을 통해 마무리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를 뺀 '3자 영수회담'을 역제안했을 때만 해도 문 대표가 여론전이 여의치 않은 국정교과서 논란에서 발을 빼기 위한 출구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정부가 친일 교과서를 만들려고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 역시 3자 영수 회동 움직임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포함한 어떤 국회 내의 현안 문제든 내용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밝혀 문 대표의 의중을 따르는 듯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사실상 문재인 대표의 출구전략 찾기를 인정한다는 표시로 봐야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형식과 내용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부분에서 큰 흐름은 당대표와 대통령이 논의하고 세부적인 부분이나 예산안 내용같은 실무적인 부분에 대해서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굳이 다시 여야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 회동으로 확대한 속내에는 국정교과서 등 국정현안에 대해 우세한 여론을 등에 업은 이 시점에 확실한 마무리를 짓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문재인 대표만 만남으로 우려되는 각종 국정현안의 '정치적 이념 논쟁화'를 차단하고 정책적 당위성을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청와대 5자 회동 이후 예정돼 있는 여야 원내대표-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 간의 3+3 회동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는 점도 청와대의 전략적 선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역사교과서 문제가 또다른 당 내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표측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가 장외 여론전에 나선것에 대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장기적으로 볼 문제이고, 집필진이 공개되고 교과서의 내용이 공개되면 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해 문 대표와의 온도차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