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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수업체들은 1980년대 중후반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각자 전문분야를 키워왔다. TRA와 BAE는 위성, 록히드 마틴은 스텔스를 포함한 전투기와 군함, 제네럴다이나믹스는 지상전력, 보잉은 군수지원기, 레이시온은 미사일과 전자장비, 노스롭 그루먼은 스텔스 폭격기와 UAV 등을 잘 만드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지난 몇 년 동안 첨예한 대립을 벌였던 미군의 차세대 장거리 타격폭격기(Long Range Strike-Bomber) 사업에서 노스롭 그루먼이 보잉, 록히드 마틴을 제치고 선정됐다고 美현지언론들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美공군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노스롭 그루먼의 차세대 장거리 타격 폭격기(LRS-B) 공급업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애슈턴 카터 美국방장관도 차세대 장거리 타격 폭격기 사업의 시작에 대해 한 마디 했다. 그는 “차세대 장거리 타격 폭격기 사업은 50년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적 투자로, 이는 미국이 미래에도 전 세계에 힘을 보여줄 능력이 있으며, 또한 유지할 것임을 동맹국과 잠재적 적국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빌 라플랜드 美공군 차관보는 “노스롭 그루먼이 제시한 차세대 폭격기 대당 제작비는 2010년 기준으로 5억 1,100만 달러이고, 이번에 결정된 제작비는 대당 5억 6,400만 달러”라면서 “공군 자체 조사 결과 차세대 폭격기 개발에 드는 비용이 235억 달러에 달하지만 노스롭 그루먼은 그 비용을 더 낮출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美국방부는 현재 사용 중인 전략폭격기 가운데 B-1 랜서와 B-52H 스트래토포트레스를 대체할 ‘B-3’를 2025년까지 개발, 최소 80대에서 최대 100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는 개발비까지 포함해 최대 800억 달러(한화 약 90조 8,8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스롭 그루먼이 계약을 따낸 美공군의 ‘차세대 장거리 타격 폭격기’는 만든 지 60년이 된 B-52H와 40년 가까이 된 B-1을 대체하는 ‘초음속 스텔스 전략 폭격기’를 말한다.
美공군이 요구하는 성능은 핵무기 또는 일반 폭탄을 싣고 美본토 기지에서 출발, 적국까지 초음속으로 날아간 뒤 탑재한 무기를 쏘고 초음속으로 귀환해야 한다. 여기에 스텔스 성능까지 갖춰야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초음속으로 초저공 침투가 가능한 B-1 폭격기와 스텔스 성능을 지난 B-2 폭격기, 대량의 재래식 폭탄과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과 핵폭탄을 장착할 수 있는 B-52H의 성능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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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군이 요구 성능을 제시하자, 록히드 마틴과 보잉 측은 F-22 스텔스 전투기를 대형화한 것 같은 개념 모델을 제시했고, 노스롭 그루먼은 B-2 폭격기에 보다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것 같은 개념 모델을 제시했다.美공군의 계획대로 2025년에서 2030년 사이 B-3 폭격기가 실전배치 되면, 미국은 항공모함에서 발진할 수 있는 무인 스텔스 공격기 X-47B와 더불어 북한이나 이란은 물론 중국, 러시아를 상대로 엄청난 억제력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사실 차세대 장거리 타격 폭격기 계획은 2010년에 취소됐었다. 하지만 美공군과 의회가 “현재의 폭격기로는 미래의 미국 국익을 지킬 수 없다”고 강력히 요구, 사업이 부활했다.
美공군은 B-3 폭격기가 개발되면, B-2 폭격기와 함께 꾸준한 개량을 통해 50년 가량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편 이번 경쟁에서 탈락한 보잉, 록히드 마틴은 “실망했다. 사업 선정의 과정을 공개하라”는 공동성명을 냈으며, 2015년 1월부터 노스롭 그루먼에 스텔스 폭격기 부품을 납품하는 한국기업 ‘퍼스텍’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