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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동교동 홍대 근처의 한 PC방에서 박박 깍은 머리에 수염을 덥수룩히 기른 한 수배자를 검거해 몸수색을 하던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 형사 3명은 깜짝 놀랐다. 검거된 사람의 바지 주머니와 발목 등에서 예리하고 얇은 투검(손으로 던지는 단도) 세 개와 끝이 아주 날카로운 표창, 예리한 접이식 칼이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하나같이 다른 사람에게 사용했을 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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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무기를 소지하고 있다가 PC방에서 붙잡힌 사람은 다음아고라 토론방과 게시판에 ‘붉은악마’라는 닉네임으로 지난 1월 서울 용산 경찰-철거민 사망 사건 이후 불법 시위를 부추기고 이명박 정부 타도를 주장하는 글 800여개를 올려 유명인사가 된 이모씨(28).
그는 단순히 불법 시위를 부추기는 글 이외에도 시위현장에 화염병과 쇠파이프 골프채 등을 들고 나와 경찰과 ‘맞짱’떠야 한다고 주장하며 무기를 구입하는 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하는 글도 여러차례 올렸다. 또 진압복을 입은 경찰관을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요령, 화염병 제조방법 등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가 올린 글 중에서 폭력 시위 방법을 자세히 설명한 ‘게릴라 가투’라는 글은 ‘그의 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또 청와대로 쳐들어 가자며 청와대로 '침입'하는 상세한 루트를 올린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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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실제 폭력 난동이 벌어지는 현장에서도 매번 주도적으로 참여해 복면을 쓴 채 경찰차 뒤집어 엎기를 시도하고 타이어를 훼손하는 등의 극렬 난동 행위로 경찰에 수배돼 추적을 받던 중이었다.
이런 그가 지니고 다녔던 무기에 경찰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씨가 이 무기를 실제로 시위에서 사용했다면 엄청난 인명 희생도 초래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씨를 검거한 직후 이씨가 소지했던 표창과 투검을 나무판에 실제로 던져본 경찰은 “2cm이상 깊이로 깊숙히 박혀 웬만한 어른 힘으로도 빼내기도 어려울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씨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팀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이씨 행위로 미뤄볼 때 이씨가 검거되지 않았다면 실제로 이 무기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며 “이런 무기는 상당한 훈련을 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사용하기 힘든데 이씨는 이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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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가 소지했던 무기는 그 자체의 위험성도 중요하지만 용산 참사때 철거민과 전철련 조직원들이 사용했던 쇠구슬 새총에 이어 과격 시위대의 또다른 살상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수사팀은 이를 중대하게 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과격 난동에 사용되는 흉기의 진화 과정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검거된 뒤 특수공무집행방해, 총포도검화약류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한편 이씨는 수배 중에도 인터넷에 경찰을 조롱하고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 경찰을 극렬히 비난하는 글을 수시로 올렸다. 이씨는 "경찰이 어디 한번 잡아가 봐라"는 심정에서 이런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고라에 자신의 얼굴과 계좌번호, 싸이월드홈피 등을 공개하고 "수배 중인데 도피생활하느라 돈이 없으니 조금씩만 도와달라"고 하는 방법으로 ‘아고리언’들로부터 300여만원의 도피자금을 챙겨 다 썼다. 검거 시 그의 통장 잔액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또 경찰에 체포되는 순간 PC방 손님들을 향해 “학우 여러분 경찰에 잡혀갑니다 구해주십시오”라고 고함을 질렀고 체포되는 그 짧은 틈을 이용해 아고라에 “지금 막 경찰에 체포됐다”는 게시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