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국회가 2일 또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해 말 사립학교법 통과로 막말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여야 의원들은 이날도 본회의장 안팎에서 서로 막말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몸싸움이 벌어지기 전 양당 의원들의 모습에선 몸싸움이나 막말과 욕설이 오갈 것이란 상상을 하지 못하게끔 만들었다. 양당의 일부 의원들의 경우 여야 구분없이 돗자리를 깔고 함께 점심을 먹고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했기 때문.

    함께 뒤섞여 점심을 먹고 담소를 나눈 의원들은 본회의 시작 45분전 갑자기 열린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본회의장 앞에 집결하면서 두 갈래로 나뉘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몸싸움이 시작되기 전까지 10여분 동안 양당 의원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담소(?)를 이어갔다.

    담소를 나누며 점심을 함께 먹던 양당 의원들이 급변한 상황에서 몸싸움을 벌이기 전까지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양당 의원들이 10여분동안 나눈 대화를 정리해봤다.

    열린당 초선 의원 "왜 이래, 아직 시작하려면 40분이나 남았는데"
    한나라당 재선 의원 "왜 이러긴 그쪽이 일어서니까 우리도 일어섰지"
    한나라당 초선 의원 "더 앉아 있습시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 "의원들끼리만 합시다. 보좌관들까지 있으니까 맘대로 패지도 못하겠고"

    열린당 초선 의원 "우린 정책에 대해선 몰라요. 그냥 몸으로 막는거지"
    한나라당 재선 의원 "왜 나왔어요. 1번. 위에서 시키니까"
    열린당 초선 의원 "한나라당은 위에서 시켜서 왔나보져?"
    열린당 초선 의원 "한나라당이 수의 정치를 인정안하니까 이러는 거지"

    열린당 초선 의원 "아직 (싸울)시간이 아닌데" "(뒤에 자리가 없으니)한 발짝만 전진합시다"
    한나라당 재선 의원 "밀지 말고 하세요"
    열린당 초선 의원 "(한나라당 모 의원에게)대선후보가 왜 여길 나와여. 시켜서 하는거에요? 나야 자발적으로 하는거지"

    열린당 초선 의원 "아! 조용히 있었으면 한 30분 더 쉴 수 있었는데"
    열린당 초선 의원 "(같은 당 의원을 지목하며)다음엔 * 의원이 원내대표해. 맨날 줄이나 세우고 이게 뭐야"

    열린당 초선 의원 "(열린당이 플래카드를 준비한 반면, 한나라당은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자)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장비는 우리가 승리네"
    한나라당 재선 의원 "그럼 우린 (돈이 없어서)이런 장비 못 구하지"

    한나라당 3선 의원 "이게 뭐하는거야"
    열린당 초선 의원 "상임위 위원장님이 왜 이래. 그만해요. 선배는 이제 이런 거 할 선수 아니잖아"
    한나라당 3선 의원 "17대 국회 들어와서 의원 이미지 다 버렸네"

    열린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 40분전까지만 해도 극렬한 몸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대화를 나눈 뒤 양당 의원들은 "으샤" "으샤"를 외치며 몸싸움과 힘겨루기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