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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광화문 폭동’을 계기로, 폭력시위 예방을 위해 ‘복면금지법’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잇따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과 속칭 진보진영은, “복면 금지 법제화는 국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인권과 민주주의가 정착된 해외 선진국들이 오래전부터 폭넓게 도입하고 있는 제도”라며, 야당의 문제 제기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복면 금지 법제화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성이 큰 위헌적 발상”이라는 야당 측 주장에 대해, “해외 선진국의 집시법은 복면은 물론 유사 군복도 착용을 금지하고 있는 등 보다 엄격한 제한을 명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독일 집시법을 예로 들면서, “우리 집시법의 경우 집회 및 시위 주최자와 참가자에 대한 의무규정이 빈약해, 집회가 폭력시위로 변질되더라도 폭력행위를 처벌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집시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는, 본 집회가 끝난 뒤 일부 참가자들이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청와대로의 행진을 강행하면서, ‘폭동’ 수준의 폭력집회로 변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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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경찰은 차벽을 설치해 시위대의 불법 행진을 막았으며, 시위대는 미리 준비한 쇠파이프와 쇠망치, 각목, 금속재 사다리와 새총, 로프 등을 이용해 경찰버스를 파괴하고, 시위 진압을 위해 출동한 의무경찰대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
이날 시위대의 폭력으로 파손된 경찰버스는 50대에 이르며, 113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다. 무전기와 방패 등 경찰장비 200여점도 부서졌거나 사라졌다. 심지어 일부 시위대는 경찰버스 내부 커튼과 주유구에 불을 붙이는 방식으로 방화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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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의 공권력 무시행태는 심각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이 보고 있는 앞에서 경찰버스에 소변을 보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이날 시위를 배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도 집회 당일 현장에 나타나, 폭력시위를 선동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당일 대회사에서 “노동자와 민중이 분노하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주장했다.
“싸우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이겨낼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이 서울을 뒤집으러 온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의 모든 거리를 점령하고 기어이 불의한 정권의 심장부 청와대로 진격하라. 동지들 자신 있습니까.”
-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집회 주최 측은 폭력시위 전부터 공권력을 우습게 봤다.주최 측은 경찰이, 한상균 위원장을 체포하려고 하자, “체포시도가 있을 시에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며, 공개적인 협박을 가하기도 했다.
속칭 진보진영이 주도한 집회가 폭동 수준의 폭력시위로 변질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올해 4월 18일 ‘세월호 1주기 추모 집회’와 5월 1일 ‘노동자대회’는, ‘11.14 폭동’의 전주곡과 같았다.
당시에도 집회 주최 측은 본 행사가 끝난 뒤, 청와대로의 행진을 시도하면서 순식간에 도로를 불법 점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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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의 폭력으로 70대가 넘는 경찰 차량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한 시위 참가자는 카메라 기자들이 있는 앞에서 태극기를 불태웠다.
4월 벌어진 세월호 1주기 추모시위부터 11.14 광화문 폭동에 이르기까지, ‘흉기’를 이용해 폭력을 휘두른 극렬 가담자 상당수는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다. 태극기 방화범 역시 범행 순간 팔로 얼굴을 가려, 신분 노출을 최소화했다.
복면은 경찰의 채증 사진 촬영도 무력화하고 있다. 눈 부위를 제외하고는 얼굴 전면이 거의 가려져 있어, 신원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복면이 폭력시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법조계와 일부 정치인을 중심으로 ‘복면금지법’ 도입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게 된 배경도 다르지 않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지난 5월 19일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집회의 자유도 공짜가 아니다 : 독일집시법의 교훈’이란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해, 독일과 한국 집시법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복면 금지 법제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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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교수는 2008년 벌어진 광우병 파동과 세월호 폭력시위 등을 예로 들면서, 폭력화된 시위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상겸 교수는 “무기소지 및 복면 착용 금지 등을 집회의 전제조건으로 명문화한 독일과 달리, 한국의 집시법은 집회 주최자나 참가자에 대한 의무조항이 없다”며, 현행 집시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독일은 집회주최자와 참가자의 의무를 강조하고, 집회금지구역 설정, 무기소지-유사 군복 및 복면 착용 금지 등을 의무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집시법은 너무나 허술하다.
현행 집시법은 집회주최자와 참가자에 대한 의무규정이 없다. 폭력시위를 유발하는 흉기 소지에 대한 제재나 처벌 자체가 미약하다.
독일 집시법을 거울로 삼아, 집회의 자유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돌아봐야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실제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헌법) 8조는, 무기소지 금지와 평화성을 집회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옥외집회의 경우 이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이와 대조적으로 우리 헌법은 ‘집회·결사의 자유’와 관련돼 어떤 제한도 명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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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출신인 이재교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시위의 본질을 고려할 때 복면 금지 법제화는 당연한 논리의 귀결”이라며, 야당 측의 위헌성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재교 교수는, “시위는 여러 사람이 모여 위세(威勢) 혹은 위력(威力)을 보임으로써 다른 사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자기 신분은 가리면서 ‘내 주장에 동의해 달라’고 다른 사람에게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시위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재교 교수는, “에이즈 환자나 성매매 여성과 같이 특별한 경우는 복면 착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맞지만,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집회나 시위는 자신의 얼굴을 떳떳하게 드러내고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독일 집시법 중 ‘복면 착용 금지’와 관련된 규정을 소개하면서, 현행 집시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독일은 복면 착용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처벌규정도 두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에게 복면을 벗도록 요구할 수 있고, 불응하면 현장애서 체포도 할 수 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며, 미국 일부 주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이재교 교수는 미국의 KKK단을 예로 들면서, “복면을 착용한다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하고, 그 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이재교 교수는 현행 집시법의 법정형이 너무 낮게 규정돼 있다며,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행 집시법도 무기의 소지를 금지하고 있다. 집회나 시위 주최자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물건을 휴대·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같은 행위를 하도록 하는 경우’, 이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하다(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6조4항, 같은 법 22조3항).
법정형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복면 금지 법제화’는 지난 17대, 18대 국회에서 일부 의원이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았지만, 야당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복면 금지를 법제화한 나라는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이다. ‘현대 사회복지국가’의 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북구 유럽의 인권선진국들이, 이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독일은 30년 전인 1985년부터 복면 금지를 명문화했으며 법정 최대 형량은 징역 1년이다.
북유럽 선진국들이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자유를 훼손하는 자유까지 보호할 수는 없다는 ‘방어적 민주주의’의 영향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미국은 매사추세츠, 플로리다 등 15개 주에서 ‘복면금지법’을 시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