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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남단 이어도와 무역로 보호를 위한 남방 방어의 전초기지를 맡는 제주해군기지가 이달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현재도 공사가 한창인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면, 이지스함과 4,400톤급 구축함을 중심으로 하는 제7기동전단과 3척의 잠수함으로 구성된 93전대가 이곳에 배치된다.
제주해군기지를 본진으로 삼는 해병 9여단도 창설된다. 독립된 해병 여단 창설도 의미가 깊지만, 이 부대가 제주해군기지를 중심으로 주둔한다는 사실은, 국가안보 및 군사전략상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해병대에 따르면 9여단은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라 해체되는 해군 제주방어사령부의 뒤를 이어, 제주도와 그 부속도서 방어를 책임진다. 나아가 유사시 국지도발 대비작전과 통합방위작전 등을 수행하면서,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남방 방어망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해병 9여단은, 공항·항만시설 등 국가중요시설 방어와 제주도 및 전남 남해권의 유ㆍ무인도서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한다. 마라도와 이어도 역시 해병 9여단의 작전범위에 포함된다.
대테러 작전 지원도 해병 9여단이 수행해야 할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다. 해병 9여단은 이를 위해 신형 화학제독차를 확보, 화학 테러에 대비할 수 있는 화생방신속대응팀을 운용할 계획이다.
해병 9여단은 대대 규모의 신속대응부대로서, 군사작전은 물론 재난재해 발생시 구조· 구난 임무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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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병 9여단, 해병대가 국가전략기동부대로 거듭나는 '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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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병대는 미래비전으로 ▲국가전략기동부대 ▲상륙작전 전담부대 ▲전략 도서 방어부대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해병대는 美해병대와도 합동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병대는 한미 양국의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본다면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최후방이 아니라 최전방이다.
특히 대한민국 해상 무역의 대동맥이라 할 수 있는 남방교역로 방어에 있어, 제주도는 중심축에 위치해 있다. 그 중심축에서 공항-항만-해군기지-부속도서 방어, 유사시 신속대응군으로의 역할, 여기에 대테러 작전 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주체가 바로 해병 9여단이다.
제주도에 주둔하는 해병 9여단 창설의 의미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해병 9여단의 제주 창설은, 대한민국 해병대가 염원해 온 ‘신속기동전략군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깊다.
해병대는 9여단 창설을 계기로, 백령·연평도-제주도-울릉도·독도를 잇는 U자형 방어선을 완성했다.
해병대 임무의 중요성
해병대는 강한 타격력을 갖춘 신속기동부대로 알려져 있다. 원래 해병대는 유럽에서 처음 발생했다. 최초로 해병대를 창설한 국가는 스페인으로, '대 항해 시대' 당시 평소에는 선내 헌병 역할을 하고, 전투가 벌어지면 총과 칼을 들고 적선에 올라 백병전을 펼치고 해안에 상륙하여 작전을 벌이는 것이 임무였다.
현대에 들어와서 해병대의 역할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고 있는 중요한 존재가 됐다. 대부분의 국가의 해병대는 해군의 헌병임무를 수행하거나 소수의 특수 작전을 운용하는 형태로 남아 있지만, 한국과 미국은 목표지역에 대규모의 병력이 빠르게 상륙하는 기동부대로 운용되고 있다.
또한 적진에 상륙 이후, 교전을 벌이고 아군 주 전력 부대가 안전하게 상륙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임무인 것이다.
해병대 9여단 제주 주둔 의미, "어디든 투입가능한, 제주에 있는 기동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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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추진 중인 ‘상륙기동헬기’가 도입되면 해병대의 작전반경은 현재보다 한 단계 더 넓어진다.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인근 지역의 패권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이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제주해군기지와 해병 9여단의 존재는 국가안보적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정예화된 해병 병력과 상륙기동헬기를 태운 독도함(강습상륙함)이 제주해군기지에 머무른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주변국에게 무시할 수 없는 위력시위가 되기 때문이다.
2020년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독도급 2번함 역시, 제주해군기지를 모항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제주 남방 해역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대한민국 해병대가 운용할 기동헬기로, 수리온을 기반으로 해상 임무장비와 함상 운용기술을 적용해 함정/해상 환경에 적합하도록 기체를 최적화했다.
전술항법장비 (TACAN: Tactical Air Navigation), 장거리 통신용(HF: High Frequency) 무전기, 해상 불시착 시 승무원의 탈출시간과 기체를 보호할 수 있는 비상부주, 장거리 해상 비행을 위한 보조연료탱크 등을 장착했으며, 부식 방지를 위해 기체 전체를 방염처리했다. 함상에서의 운용이 용이하도록 주로터 접이방식을 개선했다.
상륙기동헬기는 상륙작전을 위해 주로 독도함 비행갑판에 주기될 예정이다.
국가 안보의 중핵, 해병대의 군사전략적 가치 - 美-中-日 해병대 전력을 중심으로제주 해병 9여단이 창설되면서, 해병대의 중요성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현재 ‘신속전략기동군’ 혹은 ‘국가전략기동부대’ 성격의 해병대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일부에 불과하다.
동아시아로 범위를 좁힌다면, 한국은 해병대를 운용하는 대표적인 나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 강습 상륙작전 개념을 등한시했던 중국과, 평화헌법에 묶여 있는 일본이 해병대 전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해병대는 미래 국가안보의 핵심 전력자산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해군에 편재돼 있는 한국 해병대의 위상은 초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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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역사가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 결정을 박 대통령의 최대 패착으로 꼽기도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한 것은 1973년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하면서 해병 전력을 해군에 귀속시켰다.
이어 박 대통령은 해군 참모총장 휘하에 상륙작전을 담당하는 제2참모차장 직을 신설해, 해병대를 해군의 예하부대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한국을 둘러싼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동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해병대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신속대응군-국가전략기동부대’라는 해병대의 고유한 특성이 그만큼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해병대가 갖는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우리 군 편성을 4군(육-해-공-해병대)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제주 해군 9여단의 창설은, 해병대의 위상 재정립을 위한 첫 걸음이란 의미를 지닌다.
여기서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가 보유한 해병전력의 실체를 간략하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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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병대는, 미국은 물론 해외에 있는 미국 정부 자산을 보호하고 경비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워싱턴 백악관 및 해외 공관 경비도 해병대가 맡고 있다.
미국 대통령 전용헬기를 ‘마린 원’이라고 명명한 사실은, 미국이 해병대를 국가전략기동군의 핵심 전력으로 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해병대는 육군-해군-공군과 동등한 위치에서, 독립된 작전권을 갖고 있다. 그만큼 미 해병대의 보유 장비와 화력은 막강하다.
미 해병대는 상륙작전 지원을 위해 자체적으로 F/A-18 호넷 전폭기, AV-8B 해리어 등의 고정익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여기에 AH-1W 슈퍼코브라, AH-1Z 바이퍼, MV-22 오스프리 등 공격용-기동상륙용 헬기도 운용하고 있다. 특히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AV-8B 해리어 공격기는 미 해병대의 요구로 등장한 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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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병대가 이용하는 강습상륙함 및 상륙장비 역시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실제 미 해병대를 실어 나르는 강습상륙함은 영국 등의 국가가 보유한 경항공모함과 동급이거나 더 크다.
미 해병대는 자체 기갑전력도 갖고 있다. 미 해병대는 상륙작전 화력지원을 위해 M1A1 전차, AAV-7 강습상륙전차, LAV-25 장륜식 장갑차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M777 견인포, M142 로켓발사기도 운용한다. 미 해병대는, AV-8B 해리어에 이어 스텔스 기능과 수직이착륙 기능을 동시에 갖춘 F-35B를 구매해 실전 배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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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병 전력 증강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해병대의 역할을 수행하는 ‘수륙 양용 부대’를 창설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이미 수륙기동단 준비부대를 만들었다.이 준비부대는 3,000명 규모로, 센카쿠 열도와 규슈ㆍ오키나와 지역을 담당하는 육상 자위대 산하에 배치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평화헌법에 따라 군대를 보유할 수 없지만, 이미 미국에 견줄만한 해군력과 공군력을 갖췄다. 여기에 ‘해병 자위대’가 실제 구성된다면, 일본의 군사력은 중국을 긴장하게 만드는 수준으로 커질 수도 있다.
일본이 ‘해병 자위대’ 창설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국과 벌이고 있는 영유권 분쟁 때문이다.
일본은 센카쿠(중국명 다오위다오), 쿠릴 열도,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중국-러시아-한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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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륙양용 자위대’ 창설은, 중국-러시아-한국과 벌이는 영유권 분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일본이 숨겨놓은 비밀병기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상륙전력 확보를 위한 노력은 과거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돼 왔다. 일본은 이미 1995년 항공모함급 함정을 건조했으며, 지금은 함재기(오스프리, F-35B) 운용능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역시, 해병대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중국 해병대의 효시는 1953년 동남해안의 도서지역 탈환을 위해 조직된 제1여단이다. 6.25 후에는 참전 군인을 흡수해 8개 사단에 11만 병력으로 해병 전력을 확대했다.
그러나 중국은 1957년 1월 중앙군사위의 군 조직 개편에 따라 해병대를 해체했다. 중국 해병대의 재창설은 개혁개방과 시기를 같이 한다.
중국은 1979년 주변지역, 특히 남방해역에서 신속전개 임무를 수행할 부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해병대 창설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1980년 5월5일, 남해함대 예하에 해군육전대 제1여단이 창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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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동해함대와 북해함대에도 제2, 제3여단이 창설됐다. 중국 해군육전대 총병력은 2만 명 정도로 한국 해병대보다 적고, 대만과 비슷한 규모다.중국 해병대의 재창설은 군사굴기(軍事倔起, 군사적으로 우뚝 일어선다는 뜻)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가볍게 볼 수 없다.
남중국해 및 다오위다오(센카쿠 열도) 인근의 군사적 긴장상태가 높아질 경우, 중국은 해군육전대를 신속대응군으로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