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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야권의 경제 원로인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향한 맞불 카드로 김대중 정부 시절 외환 위기 수습에 앞장섰던 강 전 장관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상대 진영의 경제전문가를 자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내세우면서, 이들의 과거 언행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강 전 장관과 김 대표는 살아온 이력만큼이나 과거 발언과 행적이 확연히 다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례대표 관련 발언이 대표적이다.
강봉균 전 장관은 당의 비례대표 후보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강 전 장관을 당선안정권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하려고 했지만, 강 전 장관은 "정치에 욕심이 없다. 정치 발전과 개혁,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은 데 이어 16~18대 국회 때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등 현재의 야당 진영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반면 비례대표에는 관심 없다던 김종인 대표는 최근 자신을 당선이 확실한 비례대표 2번에 배정하면서 이른바 '셀프공천' 논란을 야기했다. 김 대표는 당내 운동권 주류세력들의 반발에 "비례대표 명단을 수정하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김 대표는 여야를 넘나들면서 네 번이나 비례대표를 지낸 바 있다. 김종인 대표는 1981년 11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후보로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됐고, 전두환 정권 당시인 1985년 12대 총선에서도 민정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또 14대 총선에서는 민주자유당 후보로 전국구 의원에 당선됐고, 노무현 정부 시절인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창당과 분리된 새천년민주당에 참여해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당초 김 대표는 비대위원장직을 맡을 당시 비례대표 출마설이 나돌자 "내 나이가 77세다. 국회 와서 젊은이들 사이에 쪼그려 앉아 일하는 것도 곤혹스러운 일이다(지난 1월)", "내 할 일 하고 알아서 집에 간다" ,"비례대표 욕심 추호도 없다(지난 2월)"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었다. 김 대표의 말바꾸기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그러나 닷새 후에는 "(신군부의) 부가가치세 폐지를 막기 위해 국보위에 참여했다"며 "국보위에 참여한데 대해 광주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당시 경제기획원 예산정책과장을 지낸 강봉균 전 장관은 "부가가치세는 폐지 논의 자체가 없었다"며 "김 대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김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강봉균 전 장관은 또 "국보위 참여가 논란이 되니까 그 양반(김종인)이 둘러대는 것"이라며 "(당시 공무원인) 나는 '사표를 내는 한이 있어도 (국보위는) 안 간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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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장관과 김 대표의 경제론도 경제성장, 고용, 조세, 복지정책 등에서 확연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강 전 장관이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정치권을 거친 인사라면, 김 대표는 학계를 거쳐 정부와 정치권에 몸담았던 인물로 분류된다.
김 대표의 경제 민주화에 기초연금 30만 원을 내세운 반면 강 전 장관은 대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선심성 복지 공약은 재정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을 당초 2번에서 14번으로 낮추는 중재안을 확정했다.
또 아들의 방산비리 취업 논란을 빚었던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을 비례대표 후보에서 제외하면서 최종 후보를 35명으로 추렸다. 자격논란이 일었던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비례 1번을 유지했고, 김성수 대변인은 10번, 이수혁 전 6자회담 대사가 12번으로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대표는 바대위의 이 같은 결정에 "비례대표 14번을 받을 수 없다" 며 비대위 대표직도 수행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