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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자유경제원이 'EBS, 민주주의 방송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특정 프로그램을 비평하는 토론회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EBS가 5부작으로 방영한 '다큐프라임-민주주의' 프로그램 속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지적하는 내용이었다.EBS의 '다큐프라임-민주주의'는 시민주권, 갈등, 민주주의 우선성, 기업 민주주의, 민주주의적 미래를 주제로 5개의 다큐를 방영했다.
이날 토론회는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이 사회를 맡고,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박종운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이석 시장경제제도 연구소장,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권혁철 자유경제원 소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현진권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EBS가 방영한 '민주주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꺼내며 "문제는 방송에서 '민주주의'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있냐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EBS는 우리 사회의 기본원리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하는 방송내용을 제작하고 방송해야 할 공공기관 아니냐"고 되물었다.
현진권 원장은 "EBS가 자신들의 주장을 민주주의로 포장해 왜곡된 내용을 방송했다면 어린 학생들이 시청하는 교육방송으로서 여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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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토론자인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는 '시민의 권력 의지'를 주제로 발표했다.신중섭 교수는 "EBS 다큐의 핵심주제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EBS는 다큐에서 민주주의로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시민의 권력을 이용해 개인의 재산을 빼앗아 재분배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EBS는 다큐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정치학, 경제학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불평등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으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재해석 하겠다"고 밝혔다 한다.
신중섭 교수는 "다큐에서는 '민주주의는 자원 배분에 대한 시민권력'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끊임없이 강조하면서, 시민이 자원을 강제로 배분하는 것이 마치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며 "이런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 미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의 '정치는 자원의 권위적 배분이다'라는 주장도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신중섭 교수는 "하지만 사실은 데이비드 이스턴이 '정치'를 '사회를 위한 가치의 권위적 배분'으로 정의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가치'를 '자원'으로 바꾸고 '사회를 위한'이라는 말도 빼버렸다"면서 "바람직한 자원 배분은 시장에서 이루어지며, 정치는 불가피하게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의 생계를 위해 재분배의 책임을 가질 뿐"이라고 EBS 다큐 내용을 반박했다.
신중섭 교수는 "EBS의 가장 큰 문제점은 특정 시각만 주장하는 학자들의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차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점"이라며 "공영방송에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은 주제를 다루려면 학문적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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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엔진, 갈등'편의 비평을 맡은 박종운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EBS는 다큐프라임 5부작을 방영하면서 마치 계급갈등이 분출되는 것이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모습인양 묘사했다"고 지적했다.박종운 연구위원은 "다큐 매회 시작 부분에 달러 지폐와 가난에 헐벗은 아이들의 모습을 대비시키는 것은 마치 자본이 가난의 원인인 양 느껴지게 하는 장면"이라면서 "심지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대비해 빨간색 교통신호등으로 시장경제는 그만하고 초록색 등으로 민주주의를 우선하자는 장면을 내보내는 등 우려되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운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부를 약탈하는 것은 시장경제 사회에서는 커다란 악영향을 가져오는데 이는 소비자 민주주의의 결과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시장경제에서 소비자를 가장 많이 만족시킨 사람의 재산을 약탈한다면 그것은 사회에 대한 봉사를 한 사람에게 상을 주기는커녕 벌을 주는 것으로, 부유한 사람의 재산을 약탈하는 행위야말로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종운 연구위원은 "EBS는 미국의 좌파 평등주의 정치학자인 샤츠 슈나이더의 이론을 기반으로 권력 활용의 측면을 강조하면서, 결국에는 개인이나 기업의 재산을 나누는 것을 강조했다"며 "특히 1946년 모 회사에서 있었던 노사협상을 예로 들어 '우리가 국가적인 부를 현실적으로 배분받지 못하면 이 회사는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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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우선한다'의 비평을 맡은 김이석 시장경제제도 연구소장은 "EBS는 '다수결의 결정'이 자유주의 원리에 우선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이는 다수가 원하면 개인의 자유는 무시해도 된다는, 무시무시한 선동적 메시지를 대담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우리의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메시지"라고 비판했다.김이석 소장은 "EBS는 민주주의를 통해 정부를 움직여 직·간접적인 약탈을 일삼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처럼 묘사 하고 있다"면서 "이는 하이에크가 말한 무제한적 민주주의의 폐해에 대해서 완전히 눈을 감고 있는 것으로, 프로그램 제작자가 하이에크가 쓴 '노예의 길'을 읽어봤더라면 경제를 통제할 때, 시장 경제를 마치 군대처럼 만들 때 초래되는 문제에 대해 고민했을 것이고 프로그램은 다른 방향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비평했다.
김이석 소장은 "해당 프로그램은 법의 지배 아래 행해지는 '제한적 민주주의'와 다수결에 무제한적 권위를 부여하는 '무제한적 민주주의'를 구별하지 않았다"면서 "재산 보호와 경제적 번영을 재산 침해와 이로 인한 경제적 파탄과 구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이석 소장은 "제작자가 편파적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최소한 공공선택론의 시각 정도는 소개했어야 한다"면서 "그것을 빼놓고서 어떻게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객관적인 다큐라고 주장할 수 있겠냐"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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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민주주의' 편의 비평을 맡은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기업과 민주주의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시민의 삶이 풍족해지고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바탕이자 기반"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EBS 다큐프라임 4부 '기업과 민주주의' 편은 민주주의와 기업을 오해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최승노 부원장은 "현재 종업원 지주제(종업원들이 자사 주식을 취득하고 보유하는 제도)는 다른 방식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져 대부분의 기업이 외면하고 있는데 노동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보수를 받는 근로자이면서 사업 리스크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투자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며 "종업원이 투자 리스크를 담당해야 하는 것을 무조건 좋게 볼 수는 없음에도 다큐에서는 이를 바람직한 기업 지배구조라고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종업원도 주인으로 활동해야 한다며 민주주의의 원리를 오해해 종업원 지주제를 마치 민주주의 방식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기업의 세계를 잘못 이해한 결과"라며 "이는 노조의 권한을 지나치게 부풀리고 기업운영을 오히려 불합리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EBS 제작진은 민주주의를 올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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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민주주의의 미래'편을 비평한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EBS는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우려,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았다"면서 "오히려 낙관적 민주주의 미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만 가득 했다"고 비판했다.권혁철 소장은 "EBS 다큐는 민주주의를 마치 재분배 시스템처럼 변질시키고 있다"면서 "방송에서 '정부도 분배하는 역할을 하므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소득을 재분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인용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권혁철 소장은 "다큐에서 주장한 '재분배'는 실은 민주주의와 다수의 이름으로 타인의 재산을 마음대로 빼앗는 '타락한 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는 재분배를 강화하려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권혁철 소장은 "다큐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와 해결책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그 결론이 매우 실망스러웠다"면서 "대부분의 내용이 민주주의로 포장된 '자본주의 시장경제 비판'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차라리 다큐의 제목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미래'라고 하는 편이 옳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