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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세월호 정국 당시 KBS에 언론탄압을 했다는 주장이 야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가운데, 이보다 훨씬 심한 언론탄압이 노무현 전 정부 시절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이 연일 이 의원에 대한 공세를 펴기에 앞서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 시민연합 등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4월 21일과 30일 오후 9시경 두 사람이 통화했던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공개된 분량은 각각 7분 24초와 4분 29초 분량으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세월호 참사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 관련 보도 내용을 바꿔달라고 하소연하는 부분이 담겨 있다. 이 의원 주장의 핵심은 KBS가 해경에 대해 지나치게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며 해경이 앞장서 사태를 수습할 수 있도록 책임과 관련된 보도를 며칠만 뒤로 미뤄달라는 것이었다.
녹취록이 나오면서 야권은 연일 이번 사건을 '언론탄압'이라 주장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대변인은 지난 1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의 전화를 통상적인 협조 요청으로 여기는 것은 안일함의 발로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는 납득하지 못할 억지 주장으로 국민의 눈을 가리려 하지 말고, 방송에 대한 보도 개입과 통제에 대해서 분명하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언급했다.
국민의당 역시 고연호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조작하려 한 것으로 우리는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정부의 언론개입에 대한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방송법 위반 혐의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 "이번 사례를 언론탄압이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전 정권에선 더욱 심각한 언론탄압 사례가 수차례나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 노무현 정부, 취임하자마자 기자실부터 폐쇄
지난 2003년 3월 14일, 문화관광부는 출입 기자실을 폐지하기로 했다. 청와대가 기자실을 폐쇄하기로 한 데 이은 후속조치였다. 당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공무원들의 업무 공간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사무실 방문을 제한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브리핑실을 신설해 매주 한 차례씩 정책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사실상 기자들의 사무실 개별취재를 금지한 셈이다.
같은 해 6월 2일 청와대 역시 출입 기자실을 폐쇄하면서 개방형 브리핑실 제도 운용에 들어갔다. 춘추관을 전면적으로 개방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기자들이 사무실로 들어가려면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브리핑으로는 접하기 힘든 정보나 공개를 꺼리는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기자실 폐쇄조치가 잇따르자 2004년 3월 10일 국제언론인 협회(IPI)가 나서서 '2003년 세계언론자유보고서'를 통해 "한국에 언론자유가 존재한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언론자유를 훼손하는 사례로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조아세(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의 정치적 활동 등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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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문 내고 법 개정하고…언론 반발에 강공으로 맞서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오히려 언론과 각을 키워갔다. 2004년 8월 양정철 당시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이 자체분석 결과를 토대로 '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하는 사건이 있었다.
양 비서관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겨냥해 "처음부터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 내리고 그 방향으로 가려고 일부러 일관성과 균형성을 상실했다"고 강변했다. 언론의 재갈을 물리려 했다는 비판에 제기되는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2005년에는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의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였다.
이런 행태가 계속되자 국제언론인협회 (IPI)가 2005년 1월 11일 청와대에 서한을 보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언론 관계법이 언론 자유와 민주국가로서 한국의 지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는 헤프닝이 연출되기도 했다. 언론중재·신문법 등의 법안이 언론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국제언론인협회는 '신문법'에 명시된 특정 매체의 발행 부수가 1개사 30%, 3개사 60% 이상'이면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한다는 조항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도 "시민단체 등 제3자 개입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언론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이 법안을 통해 힘이 실리게 될 언론중재위원회는 결국 언론을 감시ㆍ조사하는 기구가 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언론을 향한 탄압을 놓지 않았다. 국정홍보처는 '악의적 왜곡보도'일삼는 언론매체와는 별도의 특별회견 및 기고나 협찬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사실상 정권에 비우호적인 언론에 대해서는 협찬 거부 등을 통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결국, 2006년 6월 29일 헌법재판소에서 이 두 법안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2005년 7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언론사가 "지난해 7월 시행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일부 조항이 언론·출판의 자유, 사유재산권, 알 권리 등을 침해하고 있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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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중재 조정신청 가장 많았던 노무현 정권
조선일보 등의 언론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의해 언론관계법 재개정이 불가피해지고 취재 협조 거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계륵 대통령 칼럼 등이 터져 나오자 2006년 8월, 정부는 조선일보와의 공동행사를 잇따라 취소하고 나섰다. 환경부와 경찰청이 조선일보와 공동주최해온 환경대상과 청룡봉사상 철회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 정태호 대변인은 "조선과의 공동행사 폐지는 지난해 각 부처에 내려보낸 정책 홍보 가이드라인 지침에 의한 것"이라며 "특정 언론사와 정부 간의 공동 행사 결과에 따라 인사평가에서 가점을 주는 것 등이 바람직하지 않았던 것이지, '계륵 대통령' 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2006년 8월 2일 자 〈조선일보〉가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보도한 "(환경 대상 사업 공동 주최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청와대로부터 받았다"면서 "청룡봉사상도 '윗선'의 지시를 받고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발언과는 온도 차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적개심은 2007년에 극에 달했다. 그는 1월 4일 국장급 이상 공무원 격려 오찬에 참석해 "공직사회가 언론 집단에 절대 무릎 꿇어서는 안된다"면서 "우리 사회에 가장 부실한 상품이 돌아다니는 영역은 미디어 세계"라고 못 박았다. 언론에 선전포고했다고 봐도 무방한 부분으로 풀이됐다.
결국 이는 5월에는 언론과의 충돌로 이어졌다.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는 기자실을 통폐합해 정부 브리핑실을 서울과 과천, 대전 3곳에만 남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0월에는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행정자치부와 통일부 등 모두 11개 부처 기자실을 폐쇄하고 합동 브리핑실만 운영키로 했다.
각 정부 부처 출입기자단은 정치적 이념과 상관없이 집단반발했다. 통합브리핑실에서 발표되는 브리핑 내용은 아예 기사화하지 않기로 결의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결국 참여정부는 그 이전 정권과 비교할 때 언론중재 조정신청이 가장 많은 정권이 됐다. 언론중재위원회가 16일 당시 한나라당 정병국·이정현 의원에 제출한 '각 정부별 국가기관의 조정신청 처리결과'에 따르면, 참여정부는 752건을 조정해 역대 최고에 올랐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인 국민의 정부 때 118건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 이정현 의원이 한 것은 탄압이었을까 읍소였을까
이런 행태에 비춰보면 이정현 의원의 내용은 탄압이라 보기 어렵다는 반론이 뒤따른다. 오히려 이 의원이 "지금은 다 같이 극복해야 할 때"라며 "얼마든지 앞으로 정부를 비판할(조질) 시간이 있으니 그때 가서 이런 문제를 꺼내더라도 지금은 봐달라"한 대목은 탄압이 아닌 읍소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의원은 김시곤 국장에게 보도 내용을 바꿔줄 것을 부탁하면서 전혀 고압적인 태도를 견지하지 못했다. "국장님 좀 도와주시오, 진짜 너무 힘들다"면서 "며칠 후에 아주 갈아먹으십시오. 지금 며칠만 좀 봐달라"며 애원하다시피 했다.
나아가 이정현 의원의 주장대로 일각에서는 재난 관련 보도를 하면서 국가의 문제점을 우선 지적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많은 국가가 재난 사고의 원인을 보도할 때, 그 원인을 먼저 국가의 안전 시스템에서 찾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차후 보안과 검문검색이 강화됐지만, 최소한 9.11 테러 당시 미국 언론들은 목숨을 걸고 현장에 뛰어다닌 소방관과 경찰을 비판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최근 잇따르는 이슬람 무장세력들의 폭탄테러나 총기 난사 사건에도 마찬가지"라고 개탄했다.
이어 "야권이 언론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말하며 공세를 펴기 전에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