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가 지나치게 정책에 순응적…너무 많은 권리 포기해
  • ▲ 바른사회 시민회의와 컨슈머 워치는 21일 오후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교통서비스의 개선인가, 개악인가?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본 우버’ 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바른사회 시민회의와 컨슈머 워치는 21일 오후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교통서비스의 개선인가, 개악인가?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본 우버’ 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2012년 6월, 같은 해 11월, 2013년 2월, 전국의 택시들이 대중교통 지정, 요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선언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우려보다 "그래 해봐라"는 것이었다. 택시에 대한 '추억' 가운데 좋지 않은 면이 대부분이어서다. 이후로도 택시의 서비스는 그리 좋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가운데 나타난 것이 '우버'다. 남아도는 자가용 승용차를 공유,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 특히 서울시 등 광역지자체들은 이를 불법이라 규정했다. 운송사업법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전 세계가 이용하는 우버는 결국 한국에서 자취를 감췄다.

    바른사회 시민회의와 컨슈머 워치는 21일 오후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교통서비스의 개선인가, 개악인가?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본 우버’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가 사회를 맡은 토론회에는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 양완수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택시물류과장, 정회상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모든 토론자들은 공유경제의 하나인 ‘차랑 공유 시스템’이 택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러나 기존 택시 영업자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반박도 제기됐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는 토론 전 "서울시는 공유도시를 선포했지만 정작 공유경제로 꼽히는 우버 서비스를 불법화하고 단속하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면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토론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 ▲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발제를 맡은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에서는 항상 기준을 소비자 우선에 두어야 하는게 맞지만 (한국은) 소비자 후생은 아무 곳에서도 찾을 수 없고 오로지 공급자의 이해관계만 이슈가 된다"면서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 시스템의 도입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병태 교수는 '차랑 공유 시스템 도입'의 장점으로 ▲소비자 권익 증가 산업 생산원가의 저하를 통한 기업 글로법 경쟁력 확보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산업 육성 ▲사회적 자본의 확충을 꼽았다. 

    이병태 교수는 "우리나라는 차량공유 서비스가 다 막혀있다"면서 공유 경제 도입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논리 세 가지에 대해 반박했다. 

    이병태 교수는 새로운 서비스가 시장에 참여하면 소비자 후생이 확실히 증가 하는 가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병태 교수는 "고정 가격제도라는 것이 100년 동안 유지되며 수요자들이 더 좋은지 나쁜지 품질도 알지 못한 채 택시를 타야했다"며 "현재 시장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병태 교수는 미국의 차량 공유제 서비스인 '우버'가 도입되며 , 기존 택시들이 몰리는 공간을 넘어선 운행구간의 확장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서비자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그는 "이처럼 비효율적 시장에 새로운 혁신이 도입 됐을 때 소비자 후생이 보장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경우 늦은 시간에 택시의 영업 수요가 넘치지만 사람은 안 태우는 현상이 많다"며 "우버는 고정 가격제가 아닌 변동 가격제를 이용해 택시 대란, 택시 승차거부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개인 차량과 유후 자산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 (도입)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이병태 교수는 기존과 다른 서비스 도입에는 새로운 위험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는 지금도 택시기사가 얼마나 성실하고 안전하게 운행을 하는지 평가할 수가 없다"면서 "오히려 우버의 경우는 소비자가 매니저가 돼 평가하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소비자가 우버 앱을 통해 사용 만족도에 대한 평가를 하고 평가를 좋지 않게 받은 공급자의 경우우버 시스템에서 방출되는 시스템을 설명했다. 

    이병태 교수는 기존 택시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택시산업) 이해집단 이익이 마치 공공이익인 것처럼 대변하는 것이 현 규제의 특성"이라며 "기득권인 기존 산업을 위협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기존 산업제는 저항을 하는 게 당연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병태 교수는 오히려 미국에서는 '우버'가 택시 시장의 수요를 증가시키고, 놀고 있는 노동력을 이용해 일자리를 창출시켰다고 반박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우버 리프트 택시 등 콜택시 업계에 2만 5,000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한다. 

    그는 "(우버는) 실직한 다음 당장 아무 부담 없이 경제 활동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상당한 갑질에 시달리며 아파트 경비를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보다 훨씬 마음 편한 직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태 교수는 우버와 같은 공유 경제가 사회적 비용을 절감 시킨예를 설명했다. 미국의 노동절에는 젊은 청년들이 '파티'를 즐기는 경우가 많아 음주 운전이 많았다고 한다.

    우버 측이 노동절에 프로모션을 진행해 일정한 코드를 입력하면 우버를 50% 할인가에 이용하도록 해 음주운전을 줄이는 캠페인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버 도입 후 음주운전 사망률이 5~8% 정도 줄었다고 했다.

  • ▲ 정회상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정회상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정회상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버를 보면 플랫폼을 통해 승객의 요청에 빠르게 반응한다"면서 "맨하튼의 경우 공급보다 승객의 수요가 많아지는 시간에 우버 차량이 움직여 (수요가 필요한) 지역간의 안정적인 상관 관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정회상 연구위원은 "우버와 택시는 경쟁관계보다는 상호보완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우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승차난이 발생하는 시간대에는 우버 시범사업을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 ▲ 양완수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택시물류과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양완수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택시물류과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양완수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택시물류과장은 "우버의 서비스 장점은 공감한다"면서도 "현실에 비춰보면 플랫폼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양완수 과장은 "자가용을 이용해 유상 영업을 하겠다고 하면 택시기사들의 실직이 있을 수 있다"며 "생계형 택시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완수 과장은 "이병태 교수가 예로든 우버가 운영되는 곳들을 보면 모두 수요가 더 많지만 서울은 공급량이 더 넘친다"며 현실은 미국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병태 교수는 "우버가 플랫폼 사업만 배를 불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은 우리 나라의 반기업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며 "우버라고 하는 회사를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차량 공유를 도입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병태 교수는 "고객을 만족시켜 성공하는 기업한테 이익이 가는 것은 결과일 뿐"이라며 "안 가져가야 할 곳에 돈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반시장적이고,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없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이병태 교수는 "면허 권한을 법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정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가용은 엄연히 개인 재산"이라며 사유 재산을 사용해 정당하게 영업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회상 연구위원도 "택시기사 생존권 對 소비자 생존권이라고 하는데 대형마트를 제한해서 중소마트 골목 상권 살린다고 했지만 실패했지 않느냐"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경쟁 시스템이 결국 훨씬 더 좋은 시스템"이라면서 "기존 택시기사의 반발은 경쟁을 두려워 하는 것에서 생기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사회를 맡은 김정호 교수는 "한국 소비자가 지나치게 정책에 순응하고 너무 많은 권리를 포기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공급자가 대기업이고 기득권 보호를 하려고 할 때는 대들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소비자가 참고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호 교수는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이 좀더 정책에 대한 눈을 밝게 뜰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날 토론회를 찾은 '참석자'들이 우버 시스템이 한국의 상황과는 맞지 않다는 주장과 우버와 같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플랫폼 사업자가 지금 당장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다.